
얼마 전 출장 가서 호텔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버튼이 12 다음에 바로 14로 넘어가더라고요. 다들 한 번쯤 보셨을 겁니다. 그런데 막상 이유를 물어보면 "미국 사람들이 13을 싫어해서"라는 말 말고는 별로 나오는 게 없죠.
그래서 이번엔 제대로 파봤습니다. 이게 정말 미신 때문인지, 아니면 결국 돈 문제인지요. 결론부터 말하면 둘 다 맞는데, 비중이 생각보다 한쪽으로 기울어 있습니다.
먼저 숫자부터 보죠. 2002년에 엘리베이터 회사 Otis의 한 임원이 자사 엘리베이터가 들어간 13층 이상 건물 중 85%에는 13이라는 버튼이 없다고 추산했습니다.
뉴욕은 더 심합니다. 2013년 부동산 데이터 업체 CityRealty가 맨해튼과 브루클린 콘도 건물 1,500곳의 서류를 분석했는데, 13층을 13층이라고 표시한 곳이 5%도 안 됐어요.
솔직히 이 숫자 보고 좀 놀랐습니다. 뉴요커들이 미신 따지는 사람들로 보이진 않잖아요. 그런데 건물 쪽에서는 거의 예외 없이 13을 빼고 있었던 겁니다.
그럼 정작 사람들은 얼마나 신경을 쓸까요? 2007년 2월 USA Today와 Gallup이 함께 한 조사가 있습니다. 호텔 13층 방에 묵으면 신경 쓰이겠냐는 질문이었죠.
결과가 재밌습니다. 신경 쓰인다는 사람이 딱 13%였어요. 다른 층으로 바꿔 달라고 하겠다는 사람은 9%였고요.
여기서 포인트가 나옵니다. 열 명 중 한 명 남짓이 불편해한다는 건데, 건물 쪽은 85%, 95%가 13을 지웠습니다. 걱정하는 사람 비율과 대응하는 건물 비율이 전혀 안 맞는 거죠.
이 간극을 설명하는 게 바로 장사 논리입니다. 개발업자 입장에서 생각해 보세요. 13이라는 숫자 하나 때문에 손님 열 명 중 한 명을 놓칠 수도 있다면, 버튼 숫자 바꾸는 비용은 거의 공짜에 가깝습니다.
뉴욕 개발업계에서도 미신을 믿는 바이어를 굳이 배제할 이유가 없다는 말이 나옵니다. 13을 지우면 건물이 조금 더 높아 보이는 효과까지 덤으로 따라온다는 거고요.
그러니까 엄밀히 말하면 13층이 없어진 게 아닙니다. 물리적으로는 13번째 층이 그대로 있고, 거기에 14라는 이름표만 붙인 거예요. 이름만 바뀐 층에 사는 사람은 자기가 13층에 산다는 걸 모를 수도 있죠.
숫자를 지우는 방식도 여러 가지입니다. 14로 건너뛰기도 하고, 12A나 12B라고 붙이기도 하고, 13번째 층을 기계실이나 설비층으로 써버리는 경우도 있어요.
이 층수 부풀리기를 아예 크게 한 사례도 있습니다. 맨해튼 Trump Tower는 68층이라고 홍보하지만, 초고층 건물 통계를 내는 CTBUH 기준으로는 58층입니다. 아래쪽 층고가 높다는 이유로 번호를 10개 건너뛴 거죠.
이건 13 미신과는 결이 좀 다르지만, 층 번호가 결국 마케팅 도구라는 걸 보여주는 사례로는 꽤 선명합니다.
그럼 13 공포는 대체 어디서 왔을까요? 유래는 설이 여러 갈래라 딱 하나로 정리되진 않습니다. 다만 19세기 미국에서도 이미 꽤 퍼져 있었다는 건 기록으로 남아 있어요.
1881년 1월 13일 뉴욕에서 남북전쟁 참전 군인 William Fowler가 주도한 Thirteen Club 첫 모임이 열렸습니다. 13명이 13호실에서 저녁을 먹었고, 일부러 사다리 밑을 지나고 소금을 쏟아놓은 채로요.
목적은 단 하나, 미신이 근거 없다는 걸 보여주자는 거였습니다. 이후 비슷한 클럽이 미국 곳곳에 생겼고, 회원 중에는 훗날 대통령이 된 사람들도 있었다고 합니다.
재밌는 건 그렇게 대놓고 미신을 비웃던 시대를 지나서도, 20세기 고층 빌딩들은 오히려 13을 지우는 쪽으로 갔다는 점이에요. 계몽 운동이 엘리베이터 버튼 앞에서는 졌다고 해야 할까요.
사실 우리도 남 얘기할 처지는 아닙니다. 한국 엘리베이터에서 4층 대신 F라고 써놓은 거, 다들 보셨잖아요. 4가 죽을 사 자와 발음이 같아서 생긴 관행이죠.
미국 건물이 13을 피하는 거나 한국 건물이 4를 피하는 거나 구조는 똑같습니다. 믿는 사람은 소수인데, 그 소수를 놓치기 싫은 쪽이 숫자를 바꾸는 거예요.
그럼 반대쪽 논리도 들어봐야 공평하겠죠. 13을 지우는 게 오히려 미신을 계속 살려둔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다들 피하니까 13이 정말 뭔가 있는 숫자처럼 보이게 된다는 거죠.
실용적인 문제 제기도 있어요. 표시된 층수와 실제 층수가 다르면 처음 온 사람이 헷갈릴 수 있다는 겁니다. 다만 이게 실제로 얼마나 문제를 일으키는지에 대한 확실한 통계는 제가 찾지 못했습니다.
반대로 13을 그냥 두는 건물도 분명 있습니다. 앞의 뉴욕 콘도 통계만 봐도 소수지만 13층을 13층이라고 부르는 곳이 있고요. 그런 곳이 장사가 안 된다는 자료도 딱히 보이지 않았어요.
제 생각을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13층이 없는 건 미신이 출발점이지만, 지금까지 살아남은 건 장사 논리 덕분이에요. 미신 30, 비즈니스 70 정도로 봅니다.
사람들 대부분은 신경도 안 쓰는데, 건물주 입장에선 굳이 리스크를 질 이유가 없는 거죠. 비용은 거의 없고, 혹시 모를 손해는 막을 수 있으니까요. 이건 미신이라기보다 아주 미국적인 risk management입니다.
다음에 엘리베이터에서 12 다음 14를 보시면 한번 세어보세요. 그 14층은 사실 13번째 층이고, 그 버튼 하나에 100년 넘는 심리와 계산이 같이 들어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13층에 살라고 하면 그냥 삽니다. 오히려 렌트를 조금 깎아준다면 더 반갑고요. 여러분은 어떠세요, 13이라고 적힌 버튼 누르는 거 괜찮으신가요?

뿡뿡이집사







daisypat | 
안졸리냐졸려 blog | 
아노바 미국 미용정보 | 
anchor | 
코리아 타이커 뉴스 | 
dictionary | 

cathywhite | 

bada2002 |
horizon |
나나나 나나나 나나나 |
victoria jung |
낄끼빠빠 소리쳐 외쳐본다 |
Lulu 아줌마 |
토스터 피자 마술쇼 |
살기 좋은 주 유타주 |
nortrix |
Mau Nui |
novapixel |
Way Too |
AL ALASKA |
amola |
역사는 돌고 돌아 온다고 |
Doori Ark |
무지개다리 타고 하늘높이 |
Sunny Fullerton |
미국 기상청 뉴우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