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 입장에서 본 마이애미, 장단점 이야기 - Miami - 1

마이애미에서 이민자로 살다 보면 참 묘한 도시라는 생각이 듭니다.

관광객으로 왔을 때는 바다 예쁘고 날씨 좋고 야자수까지 있으니 천국처럼 보이잖아요.

그런데 직접 먹고살면서 생활해보면 좋은 점도 분명하고 힘든 점도 확실합니다.

제가 가장 좋게 느끼는 건 이민자라고 해서 별로 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마이애미는 워낙 다양한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도시입니다. 영어에 억양이 있다고 누가 이상하게 쳐다보는 분위기도 아니고, 영어가 조금 서툴다고 해서 크게 주눅 들 필요도 없습니다.

특히 스페인어는 거의 제2의 생활언어처럼 들립니다. 마트에 가도 스페인어, 식당에서도 스페인어, 길을 걷다가도 스페인어가 들립니다. 처음에는 여기가 미국인지 중남미인지 헷갈릴 정도예요.

한국 사람 입장에서는 오히려 이런 분위기가 편할 때도 있습니다. 나만 외국에서 온 사람이 아니라는 느낌이 들거든요. 서로 생김새도 다르고 영어 억양도 다르니 이민자라는 사실 자체가 특별하지 않습니다.

날씨도 큰 장점입니다.

한국에서 이민 온 분들 가운데 겨울을 유난히 힘들어하는 분들이 있잖아요. 마이애미에는 춥고 어두운 겨울이 거의 없습니다. 한겨울에도 햇볕 좋은 날 밖에 나가 산책할 수 있고 바닷가에도 갈 수 있습니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이민 초기에 외롭고 답답할 때 날씨가 주는 힘이 생각보다 큽니다. 한국에서 가족이나 친구가 미국에 놀러 온다고 해도 마이애미라면 서로 좋아합니다. 뉴욕이나 시카고의 한겨울보다는 아무래도 데려갈 곳도 많고요.

그렇다고 마이애미 생활이 마냥 낭만적인 것은 아닙니다.

제일 먼저 부딪히는 게 돈입니다. 예전의 마이애미를 생각하고 오면 요즘 렌트비를 보고 깜짝 놀랄 수 있습니다. 코로나 이후 집값과 렌트가 크게 뛰었고 식료품이나 외식비도 만만치 않습니다.

자동차도 사실상 필수입니다. 한국에서 지하철과 버스로 어디든 다니던 분이라면 처음에는 참 불편합니다. 자동차 할부금만 생각하면 안 되고 보험료, 기름값, 정비비, 주차비까지 들어갑니다. 특히 플로리다 자동차보험료가 생각보다 비싸서 처음 견적을 받고 놀라는 분들도 있습니다.

여름 날씨도 만만치 않습니다.

겨울이 좋은 대신 여름은 덥고 습합니다. 밖에 잠깐만 있어도 땀이 나고 에어컨은 거의 하루 종일 돌아갑니다. 6월부터 11월까지는 허리케인 시즌도 신경 써야 합니다. 큰 허리케인이 접근한다는 뉴스가 나오면 물과 비상식량을 준비하고 자동차 기름도 채워놓게 됩니다.

한국 사람에게 또 하나 아쉬운 것은 한인 생활권입니다.

LA 한인타운이나 뉴저지처럼 한국 음식점, 병원, 마트, 각종 서비스를 한국말만으로 해결하는 환경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기본적인 한인 커뮤니티는 있지만 규모에서는 확실히 차이가 있습니다.

그래서 마이애미는 한국적인 환경 안에서 편하게 살고 싶은 분보다 새로운 문화에 섞여 사는 것을 재미있어하는 분에게 더 잘 맞는 것 같습니다.

결국 저에게 마이애미는 좋다, 나쁘다 한마디로 말하기 어려운 도시입니다.

햇볕과 바다가 있고 이민자에게 비교적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있는 대신 비싼 생활비와 자동차 의존, 더위와 허리케인이라는 대가도 있습니다.

화려한 마이애미 사진만 보고 이사 오기보다는 이런 현실까지 알고 오는 게 좋습니다. 단점을 알고 준비해서 오면 장점이 훨씬 크게 보이는 도시, 저는 마이애미가 그런 곳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