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온 스시는 다 먹고 연어가 적다고 전액 환불해 달라니 - Los Angeles - 1

가게가 어딘지 자세히 얘기하면 아시는 분들은 금방 알아보실 것 같아서 상호나 정확한 위치는 밝히지 않을게요.

그냥 아고라힐스 쪽에서 10년째 일식집하고 있다고만 해두겠습니다.

업소홀도 소규모이고 저녁 장사 좀 되고 주로 단골 배달, 투고로 먹고삽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 정말 기가 막힌 손님을 만났습니다.

처음 주문하는 손님이었는데 스시와 롤이 함께 나오는 콤보 메뉴를 배달로 주문했어요.

그런데 음식을 받아서 스시도 먹고 다른 롤도 다 먹은 다음, 샐먼롤만 남겨놓고 연어가 적게 들어갔다며 전화로 환불을 요구하는 겁니다.

처음에는 샐먼롤만 환불해 달라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콤보 전체 금액을 돌려달라는 거예요.

아니, 먹을 건 다 먹고 샐먼롤 하나 남겨놓고 전체 환불이라니요. 이게 상식적으로 말이 됩니까?

10년 동안 장사하면서 별의별 손님을 다 만나봤지만 이런 경우는 정말 사람을 미치게 만듭니다.

음식이 상했거나 주문이 잘못 나갔다면 당연히 책임져야죠.

그런데 연어가 자기 기대보다 적다는 이유로 다 먹은 음식값까지 돌려달라는 건 도대체 무슨 심보인지 모르겠습니다.

더구나 단골도 아니고 처음 주문한 손님입니다.

처음부터 이런 식으로 나오니 다음에 또 주문하면 무슨 요구를 할지 걱정부터 되더군요.

사실 요즘 캘리포니아에서 식당 운영하는 사람들 정말 죽을 맛입니다.

5년 전과 비교하면 재료비부터 완전히 달라졌어요.

연어, 참치, 새우는 물론이고 초밥용 쌀, 김, 아보카도, 크림치즈 하여간 원가 따질때 식재료가 안 오른 게 없습니다.

특히 김이나 날치알 같은 재료는 손님들이 별것 아니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저희한테는 상당한 부담입니다.

연어알인 이쿠라, 날치알인 토비코, 마사고 같은 재료는 수입 가격과 환율에 따라 도매가격이 출렁입니다.

생선은 냉장 상태로 운송해야 하니 운송비와 유류비가 오르면 그 부담도 결국 식당으로 돌아옵니다.

포장 용기, 간장, 와사비, 생강절임, 젓가락, 소스컵까지 전부 돈입니다.

배달 전문점은 포장재도 많이 사용하니 그 비용을 무시할 수가 없어요.

인건비는 더 심각합니다. 2021년 캘리포니아 소규모 사업장 최저임금이 시간당 13달러였는데 2026년에는 16.90달러입니다. 5년 만에 30% 오른 겁니다.

직원 한 명을 하루 8시간씩 한 달 22일 고용하면 최저임금만 약 2,974달러입니다.

여기에 고용주가 부담하는 급여세와 산재보험료까지 더해야 하죠. 지금 직원 3명쓰고 있는데 이것도 줄여야 하는가 고민중입니다.

이동네는 전기요금도 만만치 않습니다. 생선 냉장고와 냉동고는 24시간 돌아가야 하고 밥솥이며 주방 설비도 계속 전기를 사용합니다.

렌트비는 계약 갱신할 때마다 걱정이고 보험료며 각종 유지비도 계속 올라갑니다.

그런데 배달앱 수수료는 또 어떻고요.

도어대시나 우버이츠를 통해 주문이 들어오면 계약에 따라 20~30% 정도의 수수료가 나갑니다.

20달러짜리 롤을 팔아도 수수료가 30%면 6달러를 떼고 14달러가 남습니다. 거기서 재료비, 포장비, 직원 월급, 렌트비까지 빼면 도대체 얼마나 남겠습니까.

그렇다고 음식값을 마음대로 올릴 수도 없어요. 롤 하나에 2달러만 올려도 비싸다고 주문이 줄어들까 걱정해야 합니다.

그러니 요즘 LA 지역 식당들이 줄줄이 문을 닫는다는 뉴스가 남의 일 같지 않습니다.

LA타임스에서도 2024년과 2025년에 각각 유명 식당 100곳 이상이 문을 닫았다고 보도했더군요.

수십 년 장사한 식당도 문을 닫고, 손님이 많아 보이던 식당도 어느 날 가보면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습니다.

예전에는 식당이 문을 닫으면 음식이 맛없거나 장사가 안됐겠거니 생각했는데, 이제는 꼭 그런 것도 아니라는 걸 알겠습니다.

매출이 나와도 남는 게 없으면 결국 문을 닫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저도 요즘은 정말 가게를 접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10년 동안 가게 지키면서 주말도 제대로 못 쉬고, 남들 휴일에 놀러 갈 때 주문 하나라도 더 받으려고 일했습니다.

그렇게 버텨왔는데 요즘은 열심히 일한다고 돈이 남는 구조가 아닌 것 같아요.

거기다 스시 콤보 다 먹고 샐먼롤 하나 남겨놓은 손님이 전체 환불을 요구하니 정말 허탈합니다.

환불해 주자니 억울하고, 거절하자니 배달앱에 악성 리뷰라도 올라올까 신경 쓰입니다.

사실 몇십 달러가 문제가 아닙니다.

내가 정성 들여 만든 음식이 이런 식으로 취급받는다는 게 속상한 거죠.

우는 놈 떡 하나 더 주는 셈 치고 그냥 환불해 줄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런데 한 번 들어주면 다음에도 이런 식으로 나올 수 있잖아요.

그렇다고 손님하고 끝까지 싸워봐야 저만 피곤합니다.

좋은 손님들이 훨씬 많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말없이 주문하고 맛있게 드시고, 다음 주에 또 주문해 주시는 분들 덕분에 여기까지 버텼으니까요.

하지만 요즘처럼 재료비와 인건비가 치솟고 식당들이 하나둘 문을 닫는 상황에서는 이런 손님 한 명이 주는 스트레스도 예전과 다릅니다.

예전 같으면 그냥 웃으면서 넘겼을 일을 이제는 집에 돌아가서도 계속 생각하게 됩니다.

몸생각한다고 오래전에 끊은 담배까 피고싶을정도니까요.

내가 이 고생을 앞으로 몇 년이나 더 해야 하나.

차라리 가게 정리하고 다른 일을 하는 게 낫지 않을까.

10년 동안 해온 장사라 쉽게 접지도 못하지만, 그렇다고 계속 버티는 게 정답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손님이 왕이라는 말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장사하는 사람도 사람이고, 먹고살려고 일하는 겁니다.

스시 콤보 다 먹고 샐먼롤 하나 남겨놓고 전액 환불해 달라는 손님까지 받아줘야 한다면, 도대체 어디까지 참아야 하는 걸까요.

내일도 아침 일찍 나가서 밥 짓고 생선 손질하고 롤을 말겠지만, 요즘은 정말 한숨부터 나옵니다.

장사 10년 만에 처음으로 진지하게 폐업을 생각하게 되네요.

정말이지 캘리포니아에서 식당 장사, 갈수록 못 해먹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