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살면서 뭐든지 안 오르는게 없다보니 마트에 가면 1달러라도 싼 물건을 찾고, 기름값도 조금 저렴한 주유소를 이용합니다.
그렇게 1달러, 2달러 아끼면서 살고 있는데 가끔은 정말 허탈합니다.
무슨 일 하나 터지면 그동안 아낀 돈이 한꺼번에 날아가 버리거든요.
며칠 전에 아는 사람을 LA공항까지 태워다 주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공항 라이드라는 게 그렇잖아요. 부탁받으면 거절하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돈을 받는 것도 아니고요.
기름값에 시간까지 들지만 신세진 일도 있고 또 나도 보답해야지 하면서 좋은 마음으로 해주는 일이죠.
그날도 LAX 공항에 잘 내려주고 105 타고 110번 프리웨이 북쪽 방향으로 올라왔습니다.
차들이 많아서 흐름에 맞춰 운전하다가 차선을 변경했는데, 마침 도로에 흰색 실선이 길게 그어져 있는 구간이었습니다.
분명히 방향지시등도 켰고, 옆 차선에 차가 없는 것도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뒤에서 경찰차가 쫒아오길래 설마 나 때문인가 싶었는데, 맞았습니다.
갓길에 차를 세우니 경찰관이 다가와 흰색 차선 변경 금지 구간에서 차선을 변경했다고 하더군요....결국 티켓을 받았습니다.
물론 교통법규를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면 제 잘못이겠죠.
다만 사고가 난 것도 아니고, 위험하게 끼어든 것도 아니고, 방향지시등까지 켰는데 티켓을 받으니 기분이 참 씁쓸했습니다.
집에 돌아와서 인터넷을 찾아봤습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흰색 실선 하나와 두 개의 의미가 다르더군요. 특히 흰색 이중 실선은 차선 변경이 금지됩니다.
반면 일반적인 흰색 단일 실선은 그 자체만으로 모든 차선 변경을 금지하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그러니 티켓에 어떤 법률 조항이 적혀 있는지부터 확인해야겠더라고요.
더 걱정되는 건 $250불 정도하는 티켓 벌금보다 벌점입니다.
교통위반으로 벌점 1점이 올라가면 자동차 보험료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하네요.
캘리포니아에서는 18개월에 한번 트래픽 스쿨을 이수하면 일반 보험회사에 해당 위반 기록이 공개되지 않도록 처리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문제는 그것도 만만치 않는 시간과 돈이 든다는 겁니다.
티켓 벌금 내고, 트래픽 스쿨 비용 내고, 혹시 보험료까지 올라가면 도대체 얼마가 나갈지 모르겠습니다.
생각해 보세요. 커피 한 잔 안 사 마시고 5달러 아꼈다고 좋아합니다. 마트에서 세일하는 고기를 사서 10달러 절약했다고 뿌듯해합니다.
그런데 자동차 한 번 고장 나면 1,000달러, 치과 한 번 다녀오면 몇백 달러, 이번처럼 교통 티켓 하나 받으면 또 우습게 4백달러 이상 나갈 수도 있습니다.
몇 달 동안 아낀 돈이 단 하루 만에 사라지는 거죠.
이럴 때면 정말 절약하면서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습니다.
물론 절약하지 않았다면 형편이 더 어려웠겠죠.
머리로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감정적으로는 그게 잘 받아들여지지 않네요.
특히 LA는 자동차 없이는 생활하기 어려운 도시인데, 자동차를 유지하는 데 들어가는 돈이 만만치 않습니다. 보험료, 등록비, 기름값, 정비비에 예상하지 못한 벌금까지요.
젊었을 때는 나이 들면 경제적으로 조금은 여유로워질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여전히 마트에서 2달러 싼 물건을 찾고, 집에 돌아와서는 몇백 달러짜리 티켓을 걱정하고 있네요.
그나마 다행인 건 사고가 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사람이 다치거나 차가 부서진 것보다는 훨씬 나은 일이겠죠.
그래도 솔직히 속은 쓰립니다.
남 좋은 일 하겠다고 공항까지 태워다 주고 돌아오는 길에 이런 일이 생기니 말입니다.
이제는 절약하는 것만큼 예상치 못한 지출에 대비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기분이 영 좋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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