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머타임 영구화 법안, 올해가 마지막 시계 되돌리기? - Burlington - 1

이번 주말이면 또 시계를 한 시간 뒤로 돌려야 하네요. 11월 1일 일요일 새벽 2시가 1시로 바뀌는 날입니다.

폰은 알아서 바뀌지만 차 대시보드랑 전자레인지 시계는 매년 제가 직접 맞춰요. 솔직히 차 시계는 작년에 귀찮아서 그냥 한 시간 틀린 채로 몇 주 타고 다녔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분위기가 좀 달라요. 주변에서 "이번이 마지막 시계 되돌리기래" 하는 말을 몇 번 들었거든요.

궁금해서 찾아봤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아직 마지막이라고 하기엔 이릅니다.

발단은 7월 14일 연방 하원 표결이에요. 서머타임을 1년 내내 유지하자는 Sunshine Protection Act, 법안 번호 H.R. 139가 308대 117로 통과됐습니다.

하원 서기국 기록을 보면 공화당이 193대 22로 찬성 쪽에 몰렸어요. 민주당은 114대 95로 꽤 갈렸고요.

이 정도 표 차이면 금방 법이 될 것 같잖아요? 근데 상원은 또 다른 세계더라고요.

법안은 상원 상무과학교통위원회로 넘어간 뒤 아직 본회의 표결까지 가지 못했습니다. 10월 3일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트루스소셜에 톰 코튼 상원의원이 법안을 붙잡고 있다며 공개적으로 압박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어요.

상원은 만장일치 동의로 빠르게 처리하는 방식이 있는데, 한 명만 반대해도 막힙니다. 트럼프도 "한 명이면 충분하다"는 식으로 썼더라고요.

그러니까 지금 시점에서는 이번 일요일에 시계를 돌리는 건 확정이에요. 법이 생기더라도 시행일을 따로 정해야 하니 올해 가을 일정이 바뀌진 않습니다.

참고로 이 법안이 그대로 통과돼도 하와이와 애리조나 대부분 지역처럼 원래 서머타임을 안 하는 곳은 지금처럼 표준시를 유지합니다. 바뀌는 건 시계를 두 번 돌리던 주들이에요.

사실 이게 처음도 아니에요. 2022년 3월에는 반대로 상원이 같은 이름의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는데, 그땐 하원이 처리하지 않아서 그대로 폐기됐습니다.

상원이 하면 하원이 멈추고, 하원이 하면 상원이 멈추는 구조예요. 보고 있으면 좀 웃기기도 합니다.

더 재밌는 건 미국이 이미 한 번 해봤다는 거예요. 1973년 오일쇼크 때 닉슨 대통령이 서명한 법으로 1974년 1월 6일부터 연중 서머타임이 시작됐습니다.

처음엔 반응이 좋았대요. 시카고대 NORC 조사에서 1973년 12월 지지율이 79%였거든요.

그런데 한겨울 아침이 문제였습니다. 아이들이 깜깜할 때 등교하는 게 위험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지지율이 42%까지 떨어졌어요.

결국 그해 10월 포드 대통령이 되돌리는 법에 서명했고, 1974년 10월 27일 미국은 다시 표준시로 돌아갔습니다. 공교롭게도 딱 오늘 날짜네요.

뉴잉글랜드 사람들한테 이 문제는 좀 더 절실해요. 동부 시간대 가장 동쪽 끝이라 12월엔 해가 정말 일찍 집니다.

매사추세츠는 2016년에 아예 주 의회가 특별위원회를 만들었어요. 이사 와서 오후 4시 11분에 해가 지는 걸 보고 충격받았다는 주민 톰 엠즈와일러의 제안이 계기였습니다.

위원회는 2017년 11월 보고서를 9대 1로 채택했어요. 연방법상 주가 할 수 있는 건 서머타임을 안 하는 쪽뿐이라, 대서양 표준시로 옮기는 방안까지 검토했죠.

그래도 결론은 혼자 바꾸면 혼란이 너무 크니 이웃 주들과 같이 움직이라는 거였습니다. 메인주도 비슷한 조건부 법안을 냈다가 흐지부지됐고요.

이 대목에서 좀 감탄했어요. 매년 투덜대고 끝나는 줄 알았는데, 주 정부가 진지하게 시간대 자체를 옮기는 걸 따져봤다는 게 신기하더라고요.

제 입장을 말하자면, 저는 매년 두 번 바꾸는 것만큼은 그만했으면 좋겠어요. 3월에 한 시간 뺏기는 주는 프리랜서 마감 일정까지 꼬여서 진짜 피곤하거든요.

다만 영구 서머타임이 정답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1974년 사례를 보면 깜깜한 겨울 아침 출근길과 등굣길을 사람들이 생각보다 훨씬 못 견뎠으니까요.

수면 쪽 전문가 단체들은 오히려 영구 표준시가 몸에 맞다고 주장해 왔어요. 퇴근 후 햇빛이냐, 출근길 햇빛이냐의 싸움인 셈입니다.

저녁형 인간인 저는 솔직히 퇴근 후 햇빛 쪽에 마음이 기울어요. 4시 반에 깜깜해지면 하루가 통째로 끝난 기분이라 작업 의욕이 확 꺾이거든요.

그래도 이건 좌우 문제가 아니라 생활 리듬 문제라서, 양쪽 다 일리가 있다고 봐요. 하원 표결에서 양당이 다 갈린 것도 그래서겠죠.

일단 이번 주말엔 늘 하던 대로 하려고요. 토요일 밤 자기 전에 차 시계부터 맞추고, 화재경보기 배터리도 같이 확인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볶은 호두 한 봉지 챙겨서 한 시간 늘어난 일요일 아침을 천천히 보낼 거예요. 덤으로 생긴 한 시간은 그래도 꽤 고소하니까요.

내년 3월 14일에 시계를 앞으로 당길 때쯤엔 상원이 뭔가 결정을 내렸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때 다시 정리해 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