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 유튜브 피드 우울할 때 알고리즘 초기화하는 법 - Allston - 1

지난주 퇴근길 버스에서 릴스를 넘기다가 문득 손가락이 멈췄어요. 사건사고, 누가 누구를 비난하는 영상, 경기 안 좋다는 이야기가 끝도 없이 이어지고 있었거든요.

화면을 끄고 나니 기분이 꼭 덜 부푼 반죽처럼 푹 꺼져 있었습니다. 내가 이런 걸 보고 싶어서 앱을 켠 건 아니었는데 말이죠. 그냥 잠깐 웃고 싶었을 뿐인데요.

그래서 주말에 마음먹고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추천을 한번 갈아엎어 봤어요. 생각보다 공식 메뉴가 잘 갖춰져 있어서 조금 놀랐습니다.

먼저 알아둘 게 있어요. 알고리즘은 내가 오래 머문 영상, 끝까지 본 영상, 댓글 단 게시물을 그대로 학습합니다.

화가 나서 끝까지 본 영상도 관심으로 계산된다는 뜻이죠. 우울한 피드는 결국 내가 반죽에 넣은 재료가 그대로 부풀어 오른 결과인 셈이에요.

인스타그램부터 볼게요. 프로필 화면 오른쪽 위 줄 세 개 메뉴를 누르고 설정 및 활동으로 들어갑니다.

거기서 콘텐츠 설정(Content preferences)을 찾으면 추천 콘텐츠 초기화(Reset suggested content)라는 항목이 있어요. 메타가 2024년 11월에 테스트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던 기능입니다.

누르면 바로 지워지지 않고 확인 단계가 나옵니다. 이때 내가 팔로우하는 계정 목록을 보여주면서 정리할 기회를 줘요. 자주 뜨는 계정과 광고 주제도 함께 보여줍니다.

저는 여기서 손이 꽤 바빴습니다. 예전에 무심코 팔로우한 자극적인 뉴스 계정이 생각보다 많더라고요.

초기화가 건드리는 건 탐색 탭, 릴스, 홈 피드에 뜨는 추천 게시물이에요. 팔로우한 계정 게시물은 그대로 나옵니다.

메타 설명에 따르면 이 초기화가 내 데이터를 삭제하거나 광고 방식을 바꾸지는 않아요. 그리고 다시 쓰다 보면 추천은 차차 내 활동에 맞춰 개인화됩니다.

그러니까 초기화는 끝이 아니라 새 반죽을 시작하는 거예요. 첫 며칠 동안 무엇을 오래 보느냐가 다음 몇 달의 피드를 정합니다.

여기에 하나 더 쓸 만한 게 있습니다. 릴스 화면 오른쪽 위에 있는 Your Algorithm 메뉴예요.

인스타그램이 내 활동을 보고 짐작한 관심 주제 목록을 보여주고, 원하는 주제는 더하고 싫은 주제는 뺄 수 있게 해줍니다. 콘텐츠 설정 안에서도 들어갈 수 있어요.

다만 영어 사용자부터 순차적으로 풀린 기능이라 계정 언어 설정에 따라 메뉴가 안 보일 수도 있습니다. 앱 업데이트를 먼저 해보세요.

저는 정치, 사건사고 쪽 주제를 빼고 제빵, 겨울 캠핑, 카페 인테리어를 넣었어요. 이틀 만에 화면 분위기가 확실히 달라졌습니다. 반죽 접는 영상이 뜨기 시작하니까 괜히 마음이 놓이더라고요.

유튜브는 방식이 조금 다릅니다. 구글 계정의 시청 기록이 추천의 핵심 재료라서 그걸 손보는 게 출발점이에요.

유튜브 고객센터 안내를 보면 시청 기록은 일부만 지울 수도 있고 전부 지울 수도 있습니다. 기록을 지우고 끄면 홈 화면 영상 추천이 멈춘다고 나와 있어요.

홈이 텅 비는 게 처음엔 좀 어색합니다. 그런데 저는 오히려 그 빈 화면이 좋았어요, 검색해서 보고 싶은 것만 보게 되니까요.

전부 지우는 게 부담스러우면 시청 기록 일시중지만 켜두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동안 본 영상은 추천에 반영되지 않고, 나중에 다시 켤 수 있어요.

일시중지는 기존 기록을 지우지는 않는다는 점도 알아두세요. 깨끗하게 하고 싶다면 삭제를 따로 해야 합니다.

평소에 쓰는 도구도 있어요. 영상 제목 옆 점 세 개를 눌러 관심 없음을 고르면 비슷한 영상을 덜 보여줍니다.

아예 특정 채널이 지겹다면 같은 메뉴에서 채널 추천 안함(Don't recommend channel)을 고르면 돼요. 쇼츠에도 똑같이 쓸 수 있습니다.

제가 써보니 순서가 중요했어요. 초기화를 먼저 하고, 첫 일주일은 보고 싶은 영상을 직접 검색해서 끝까지 보는 겁니다. 좋아요와 저장도 그쪽 영상에만 눌러주고요.

반대로 기분 나쁜 영상이 뜨면 바로 넘기지 말고 관심 없음을 눌러주세요. 그냥 넘기기만 하면 잠깐 머문 시간도 신호가 될 수 있으니까요.

솔직히 이런 메뉴들이 설정 깊숙이 숨어 있다는 건 좀 불만입니다. 피드가 우울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첫 화면에 버튼 하나 있으면 좋잖아요.

그래도 결국 피드는 내가 무엇에 시간을 주느냐로 만들어집니다. 버튼 하나로 마법처럼 바뀌지는 않지만 방향은 분명히 틀 수 있어요. 천천히 발효되는 반죽처럼 며칠 기다려주는 인내가 필요할 뿐입니다.

나라면 올겨울엔 인스타는 초기화하고 주제 정리, 유튜브는 시청 기록 일시중지부터 해보겠습니다. 한 달 정도 지켜보고 다시 켤지 정하면 되니까요.

바깥 공기는 날이 갈수록 차가워지는데, 손바닥 안의 화면까지 차가울 필요는 없겠죠. 반죽을 새로 치대듯 피드도 한번 새로 빚어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