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팰팍에서 한국 부모들과 아이들 교육 이야기를 자주 하게 돼요.
그런데 정작 아이들이 인터넷에서 뭘 많이 보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저도 얼마 전 미국 10대 남학생들에 관한 연구를 보고 놀랐답니다.
미국 13~17세 남학생 601명을 조사했는데, 약 33%가 앤드루 테이트라는 인물을 팔로우한다고 답했대요.
앤드루 테이트가 누구냐고요?
여성에 대한 노골적인 비하 발언과 극단적인 남성 우월주의 주장으로 유명해진 인터넷 인물이에요.
남자는 강해야 하고, 돈과 권력을 가져야 하며, 여성보다 우위에 있어야 한다는 식의 메시지로 관심을 끌었죠.
이런 온라인 문화를 미국에서는 매노스피어(Manosphere)라고 부릅니다.
물론 남성의 고민이나 권리를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에요.
문제는 그런 불안감을 이용해서 여성을 무시하거나 남녀 관계를 지배와 복종의 문제로 가르치는 콘텐츠입니다.
그런데 이번 연구에서 더 놀라웠던 건 따로 있었어요.
아이들이 이런 생각을 갖게 되는 데 인터넷보다 가정환경이 더 강하게 연결되어 있었다는 거예요.
이 대목에서 저도 뜨끔했어요. 우리 한인 가정에서도 무심코 하는 말들이 있잖아요.
"남자가 그것 가지고 울면 어떡해."
"남자는 강하고 능력도 있고 사회에서 돈을 잘 벌어야지."
어른들은 별생각 없이 하는 말인데 아이들은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남자와 여자의 역할을 배울 수 있다는 거죠.
이번 조사에서도 매노스피어 인물을 가장 좋아하는 인플루언서 세 명 안에 넣은 학생은 10% 미만이었어요.
또 관련 콘텐츠를 보는 학생들이 그렇지 않은 학생들보다 우울감이나 적대감이 특별히 높게 나타난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부모 입장에서는 생각할 거리가 많습니다. 저는 특히 아버지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엄마를 어떻게 대하는지, 부부가 의견이 다를 때 어떻게 해결하는지, 남편이 집안일을 함께하는지 같은 일상적인 모습이 아이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으니까요.
엄마 역시 아들에게 남자라는 이유로 감정을 숨기거나 무조건 강해야 한다고 요구하지 않는 게 중요하겠죠.
아들이 인터넷에서 이상한 영상을 본다고 무조건 휴대전화를 빼앗는 것도 좋은 해결책은 아닐 것 같아요.
차라리 왜 그 사람의 말이 마음에 드는지, 어떤 부분에 동의하는지 물어보는 게 낫지 않을까요?
어쩌면 아이들은 여성을 미워하고 싶은 게 아니라 자신이 어떤 남자가 되어야 하는지 답을 찾고 있는지도 모르니까요.
마흔넷이 된 지금 생각해 보면 좋은 남자라는 게 꼭 돈을 많이 벌고 남보다 강한 사람은 아니더라고요.
자기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할 줄 알고,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잘못했을 때 사과할 줄 아는 사람이 훨씬 믿음직스럽죠.
이번 연구를 보면서 느낀 건 아이들이 인터넷에서 무엇을 배우는지도 중요하지만, 집에서 매일 무엇을 보고 자라는지는 더 중요할 수 있다는 겁니다.
결국 아이들에게 보여줘야 할 건 완벽한 부모의 모습이 아니라 서로 존중하며 살아가는 어른의 모습 아닐까요?


양배추와이파이연결자
평타칠때떠나라
MorningTrail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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