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에이에 살다 보면 소고기 구입할때마다 부위별 명칭이 헷갈릴때가 많죠.

코리아타운마 켙에 장보러 가서도 그렇고, 코스트코나 미국 마트에서도 그렇습니다.

한국 사람에게 소고기 부위라고 하면 보통 안심, 등심, 갈비, 차돌박이 정도는 기본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소고기 좀 안다 하는 사람은 사태, 우둔, 채끝까지는 자연스럽게 나옵니다.

문제는 이걸 영어로 말하려고 할 때부터입니다.

그냥 beef라고 하면 되는 건 아니고, sirloin이니 tenderloin이니 하는데 이게 내가 아는 그 부위가 맞나 싶어집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한국 소고기 부위와 미국 소고기 부위는 1대1로 깔끔하게 번역되지 않습니다.

한국은 요리 방식 중심으로 부위를 나눕니다. 국거리, 불고기용, 구이용처럼 쓰임새가 먼저입니다.

그래서 사태도 앞사태, 뒷사태로 나뉘고, 양지 안에서도 세부 부위 이름이 많습니다. 반면 미국은 도축 구조와 정형 기준이 먼저입니다. 소를 크게 나눈 다음 거기서 다시 잘라 나가는 방식이라 chuck, rib, loin, round 같은 큰 덩어리 개념이 기본입니다.

예를 들면 한국에서 가장 익숙한 안심은 영어로 tenderloin이라 비교적 명확합니다.

등심은 sirloin이나 strip loin 쪽으로 가는데, 한국에서 말하는 등심 하나가 미국에서는 여러 이름으로 쪼개집니다. 채끝은 strip steak이나 New York strip으로 부르지만 이것도 정형 방식에 따라 살짝씩 다르다고 하네요.

갈비는 좀 복잡합니다. 한국식 갈비는 short ribs라고 번역되지만, 미국의 short ribs는 두껍게 자른 찜용이 기본입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LA갈비는 flanken cut short ribs라고 따로 설명을 해야 통합니다.

차돌박이도 재미있는 케이스입니다. 한국에서는 차돌박이가 아주 명확한 한 부위처럼 인식되지만, 미국에서는 brisket의 일부, 혹은 navel 쪽 지방 많은 부위를 얇게 썬 개념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미국에서 차돌박이 주세요라고 말할 수 있는 단어 자체가 없습니다.

대신 thin sliced brisket 같은 설명이 필요합니다. 사태나 우둔은 더 어렵습니다. 사태는 shank에 가깝지만 완전히 같지는 않고, 우둔은 round 쪽이지만 top round, bottom round로 다시 나뉩니다.

그렇다면 어느 나라가 소고기 부위를 더 세분화하느냐고 묻는다면, 방식이 다를 뿐 둘 다 만만치 않습니다.

한국은 이름이 많고, 미국은 카테고리가 많습니다. 한국은 소고기 이름이 한국 식단에 맞게 다양하고, 미국은 정육 시스템이 산업적으로 세분화돼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 사람 입장에서는 미국 쪽이 훨씬 체계적으로 나뉘어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엘에이에 오래 살다 보면 결국 한국식 부위명으로 사고, 미국 마트에서는 그냥 ribeye, chuck roast 같은 이름에 적응합니다.

그리고 속으로는 늘 이렇게 생각합니다.

같은 소인데, 나라가 바뀌면 고기도 언어를 새로 배워야 하는구나 하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