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파소는 미국 11번째, 텍사스 1위 은퇴 도시라고 합니다  - El Paso - 1

은퇴를 앞두고 어디서 살 것인지 고민하는 사람에게 엘패소를 이야기하면 대부분 비슷한 반응을 보입니다.

"은퇴해서 굳이 엘패소까지 가서 산다고?"

플로리다나 애리조나 정도는 생각해도 엘패소를 은퇴 도시로 떠올리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그런데 미국에서 나온 평가와 실제 생활비를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집니다.

StorageCafe가 미국 대도시권을 대상으로 조사한 은퇴지 평가에서 엘패소는 한 조사에서 미국 11위, 텍사스에서는 1위를 기록했습니다.

댈러스·포트워스, 샌안토니오, 오스틴, 휴스턴보다 높은 평가였습니다.

기대수명과 주택가격, 생활비, 범죄, 은퇴자 소득 등을 종합한 결과입니다. 당시 자료에서 엘패소 지역 기대수명은 80.1세로 제시됐습니다.

다만 이 11위라는 숫자는 최근 2026년 순위가 아니라 이전 StorageCafe 조사 결과라는 점은 구분해서 봐야 합니다.

2026년 Niche 평가에서도 엘패소는 은퇴자 생활환경에서 B 등급을 받고 있습니다.

즉 미국에서 최고의 은퇴 천국으로 모두가 평가하는 도시는 아니지만, 은퇴 후보지로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정도로 보는 것이 정확합니다.

가장 큰 장점은 역시 집값입니다.

2026년 StorageCafe 자료에서 엘패소 주택 중간가치는 약 22만4,500달러, 평균 아파트 월세는 1,131달러입니다.

캘리포니아에서 집 한 채 정리하고 오는 은퇴자라면 주거비를 상당히 줄이고 남은 자금을 생활비와 노후자금으로 돌릴 수 있는 구조입니다.

세금도 은퇴자에게 유리합니다. 텍사스에는 주 개인소득세가 없기 때문에 Social Security나 IRA·401(k) 인출액, 일반적인 연금에 별도의 텍사스 주 소득세가 붙지 않습니다. 물론 연방소득세 문제는 별개이고, 텍사스의 높은 재산세는 반드시 계산해야 합니다. 집값만 싸다고 세금까지 싼 주는 아닙니다.

의료도 은퇴지를 결정할 때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이 부분에서 엘패소가 생각보다 괜찮습니다. Healthgrades의 2026년 평가에서 Las Palmas Medical Center는 텍사스 Critical Care 분야 1위에 올랐고, 미국 Critical Care 상위 100개 병원에도 포함됐습니다. Las Palmas와 Del Sol Medical Center는 모두 2026년 America's 250 Best Hospitals에 선정돼 임상 수준 기준 미국 상위 5% 병원 그룹에 들어갔습니다.

날씨 역시 장점입니다. 엘패소는 햇빛이 많고 습도가 낮은 사막기후입니다. 겨울에도 야외활동을 할 수 있는 날이 많습니다. 다만 "건조한 날씨가 관절에 좋다"는 식으로 의학적인 효과까지 단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사람마다 다릅니다. 대신 눈 치우고 빙판길 걱정하면서 몇 달씩 집에 갇혀 지내야 하는 북부지역과 비교하면 은퇴생활의 활동성 측면에서는 분명 장점이 있습니다.

단점도 있습니다.

자동차 의존도가 높아서 나이가 들어 운전을 못하게 되면 생활이 불편해질 수 있습니다. 뉴욕이나 시카고처럼 대중교통만으로 병원과 장보기, 문화생활을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한인마트와 한국 병원, 식당, 교회 같은 한인 인프라도 LA나 댈러스와 비교할 수준은 아닙니다.

그래서 엘패소는 화려한 은퇴생활을 원하는 사람보다는 생활비를 줄이고 조용하게 살고 싶은 사람에게 더 맞습니다.

특히 집값 비싼 지역에서 은퇴하면서 주택자산을 현금화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 계산기를 두드려볼 만합니다.

은퇴 후에는 얼마나 많이 버느냐보다 가지고 있는 돈을 얼마나 오래 지킬 수 있느냐가 중요해집니다.

그런 기준으로 보면 엘패소는 생각보다 꽤 괜찮은 카드입니다.

미국에서 유명한 은퇴도시는 아니지만, 바로 그 유명하지 않다는 점 때문에 아직 가격 경쟁력이 남아 있는 도시인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