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억5천만 달러 세액공제 1년, 버뱅크 촬영장 돌아왔을까 - Burbank - 1

버뱅크 올리브 애비뉴 쪽 단골 식당 사장님이 요즘 점심 장사가 예전 같지 않다고 한숨을 쉬십니다. 스튜디오 출입증 목에 건 손님들이 줄었다는 거죠. 동네 식당 매출이 업계 경기 지표라니, 웃프지만 이게 현실입니다.

버뱅크는 그냥 스튜디오가 몇 개 있는 동네가 아닙니다. 버뱅크 리더 보도에 따르면 시 전체 일자리 중 엔터테인먼트 종사자 비율이 42%에 달합니다. 열 명 중 네 명 넘게 이 업계 밥을 먹는다는 얘기예요.

그런데 2022년에서 2023년 사이 버뱅크 전체 일자리가 10% 가까이 줄었습니다. 시의회는 2025년 3월 필름 커미션을 만들고 촬영 허가를 빠르게 처리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시가 직접 영업사원으로 뛰겠다는 거니까, 그만큼 급했다는 뜻이겠죠.

원인은 다들 아는 runaway production, 그러니까 촬영이 다른 주나 해외로 빠져나가는 현상입니다. 조지아, 뉴욕, 영국 같은 곳이 더 두둑한 세금 혜택을 내걸었으니 제작사 입장에선 계산기가 먼저 움직입니다.

그래서 나온 카드가 7억5천만 달러짜리 세액공제입니다. 뉴섬 주지사가 2025년 7월 2일 버뱅크의 워너브라더스 스튜디오에서 AB 1138에 서명했습니다. 장소 선택부터 메시지가 분명했어요.

기존 연 3억3천만 달러였던 한도를 7억5천만 달러로 두 배 넘게 키웠습니다. 기본 크레딧 비율도 20%대에서 35%로 올렸고요. 쉽게 말해 캘리포니아에서 찍으면 돌려받는 돈이 확 늘었다는 겁니다.

그럼 1년 지난 지금 성적표는 어떨까요. 주지사실이 올해 7월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25-26 회계연도에 170개 프로젝트가 선정됐습니다. 예상 직접 제작비 지출은 66억 달러입니다.

일자리로 치면 출연진과 스태프 34,921명입니다. 캘리포니아 촬영일수는 6,630일로 잡혔고요. 숫자만 보면 박수 칠 만합니다.

그런데 FilmLA 통계를 열어 보면 표정이 좀 애매해집니다. 2026년 2분기 LA 지역 로케이션 촬영일수는 4,711일로 1년 전보다 12% 넘게 줄었습니다. 1분기 5,121일보다도 적어요.

분야별로 보면 극장용 영화 촬영일수가 443일로 20% 감소했습니다. 리얼리티 TV는 40%, 광고는 21% 넘게 빠졌습니다. 2025년 한 해 전체로도 16% 줄었다는 보도가 나왔으니, 바닥을 다진 건지 아직 내려가는 중인지 헷갈립니다.

그나마 희망적인 건 TV 드라마입니다. 2분기 드라마 촬영일수는 732일로 전년보다 6% 남짓 줄었지만 직전 분기보다는 크게 늘었습니다. 그 가운데 38%가 세액공제를 받은 작품이었어요.

그러니까 크레딧이 먹히는 곳에선 먹히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다만 공제는 선정 후 실제 촬영까지 시간이 걸리니까, 통계에 반영되는 데 시차가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합니다.

숫자가 엇갈리는 이유도 짚어 봐야 합니다. 주지사실 숫자는 앞으로 찍겠다고 승인된 계획이고, FilmLA 숫자는 실제로 LA 거리에서 허가받고 찍은 날짜입니다. 비교하는 대상 자체가 달라요.

게다가 리얼리티 쇼나 광고는 이번 세액공제와 직접 관계가 적은 분야입니다. 그쪽이 빠지면 전체 숫자는 계속 나쁘게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스튜디오 쪽에선 반가운 소식도 들립니다. 버뱅크 지역 언론은 드라마 9-1-1 제작진이 폭스 부지에서 버뱅크 디즈니 스튜디오로 옮길 준비를 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반대로 대형 미디어 회사들의 합병과 구조조정 소식은 여전히 불안 요소입니다. 크레딧이 촬영을 불러와도, 본사 사무직이 줄어드는 건 또 다른 문제거든요.

제 생각을 솔직히 말하면, 이런 산업 정책에 세금 쓰는 건 찬성입니다. 주정부가 손 놓고 있으면 그 자리는 다른 주가 가져갑니다. 시장이 알아서 해 준다는 말, 버뱅크 식당 사장님한테 해 보세요. 반응이 썩 좋진 않을 겁니다.

다만 돈을 쓴 만큼 결과를 투명하게 보여줘야 합니다. 몇 명이 몇 달 일했는지, 그 일자리가 정말 캘리포니아 사람에게 갔는지 꾸준히 공개해야 납세자도 납득합니다.

이 업계에 계신 한인분들이 꽤 많습니다. 편집, 조명, 의상, 케이터링, 장비 렌탈까지 직접 촬영 현장이 아니어도 연결된 일이 많죠. 그래서 실전 팁 몇 가지 정리해 봅니다.

첫째, 캘리포니아 필름 커미션 웹사이트에는 세액공제를 받은 프로젝트 명단이 올라옵니다. 어떤 작품이 언제 들어오는지 보면 일감 흐름이 미리 보입니다.

둘째, FilmLA는 분기마다 촬영 통계를 발표합니다. 내 분야가 드라마 쪽인지 광고 쪽인지에 따라 체감 경기가 완전히 다르니 꼭 챙겨 보세요.

셋째, 일이 끊긴 기간이 길다면 EDD 실업수당 자격을 미리 확인해 두세요. 프리랜서나 단기 계약직은 조건이 복잡하니 EDD 안내를 직접 읽어 보는 게 안전합니다.

넷째, 독립영화 쪽을 눈여겨보세요. 최근 선정 라운드에서는 독립 제작 작품 비중이 꽤 컸습니다. 큰 스튜디오만 바라보지 말고 작은 프로덕션과 관계를 넓혀 두면 기회가 생깁니다.

사업하시는 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촬영 현장 밥차나 장비 납품처럼 B2B로 연결되는 일은 프로젝트 명단만 잘 봐도 영업 타깃이 생깁니다.

결론적으로 촬영장이 버뱅크로 돌아오고 있느냐고 물으면, 지금은 반쯤 열린 문이라고 답하겠습니다. 드라마 쪽은 숨통이 트이는데 전체 판은 아직 차갑습니다.

그래도 저는 이 베팅이 틀렸다고 보지 않습니다. 7억5천만 달러짜리 씨앗이 1년 만에 숲이 되길 바라는 건 좀 성급하잖아요.

내년 이맘때 그 식당 사장님이 점심시간에 자리가 없다고 투덜대시면, 그때 진짜 성공이라고 부르겠습니다. 그 불평이라면 얼마든지 들어 드릴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