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파소에 살다 보면 늘 스쳐 지나가는 풍경 속에 특별한 이야기를 품은 곳들이 있어요.

그중 하나가 바로 이슬레타 미션(Ysleta Mission)입니다.

처음 이곳을 알게 되었을 때는 그냥 오래된 교회 건물 정도로만 생각했어요.

하지만 조금만 깊이 들여다보면, 단순한 건물을 넘어 엘파소라는 도시와 이 지역의 정체성을 지탱해 온 뿌리 같은 곳이라는 걸 알 수 있죠.

이슬레타 미션은 1682년에 세워진, 미국 안에서 가장 오래된 지속 운영 가톨릭 교회 가운데 하나라고 해요.

스페인인들과 티와(Tigua) 부족 원주민들이 함께 세웠고, 멀리 뉴멕시코에서 온 원주민들이 식민 지배와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정착하면서 만들어진 공간이에요.

사실 처음에는 원주민들에게 신앙과 스페인 문화를 전하려는 의도로 시작됐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곳은 단순한 선교지가 아니라, 새로운 삶의 터전을 일구는 공동체의 중심이 되었어요. 종교적인 의미를 넘어 교육, 의료, 농업이 함께 이루어지던 생활의 장이었던 거죠.

이슬레타 미션을 바라보고 있으면 텍사스와 캘리포니아 전역에 있는 미션 수도원들의 역할이 겹쳐 보입니다.

스페인 식민지 시절, 이 미션들은 단순히 교회를 짓는 일이 아니라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 가는 프로젝트였거든요. 미션은 예배를 드리는 곳이자 학교였고, 원주민에게 농사법과 수공예를 가르쳐 주던 곳이었으며, 때로는 아픈사람들을 치료해 주는곳이자 피난처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 속에는 빛과 그림자가 함께 있었어요. 한편으로는 문명과 교육을 전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원주민의 전통과 자율성을 빼앗는 도구가 되기도 했으니까요.

현재 이슬레타 미션은 여전히 가톨릭 교구가 운영하면서 종교 활동을 이어가고 있고, 동시에 역사 유적으로서 많은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어요. 국가나 지방 정부가 관리하는 미션도 있지만, 이렇게 여전히 '살아 있는 교회'로 존재하는 미션은 방문할 때 느낌이 다릅니다.

단순히 옛 건물을 구경하는 게 아니라, 지금도 사람들이 기도하고 삶을 이어가는 현장에 들어가는 거니까요.

그래서 저는 이 미션에 들어설 때마다 경건함과 동시에 따뜻함을 느낍니다. 오래된 건물의 벽돌 하나하나가 수백 년을 버텨온 흔적이고, 그 속에 담긴 사람들의 희로애락이 전해지는 것 같아요.


캘리포니아의 미션들도 유명하죠.

샌디에이고의 '미션 산디에이고 데 알칼라(Mission San Diego de Alcalá)'나 샌안토니오의 알라모(The Alamo) 같은 곳은 관광지로도 이름이 나 있지만, 사실 이슬레타 미션처럼 지역 공동체와 함께 살아온 역사를 가진 공간이에요.

어떤 곳은 미국 국립공원 관리청(National Park Service)이 관리하고, 또 어떤 곳은 여전히 가톨릭 교단이 운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각각 운영 주체는 달라도, 방문객들은 모두 그 속에서 똑같은 영감을 얻는 것 같아요. '이곳에서 사람들은 어떤 희망을 품고 살았을까? 나도 내 삶에서 무엇을 세우고 지켜야 할까?'라는 질문 말이죠.

저는 개인적으로 이슬레타 미션이 주는 메시지가 더 크게 다가옵니다.

바로 내가 살고 있는 이 엘파소 땅에 이런 오래된 이야기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놀랍고, 또 자부심으로 느껴져요. 단순히 과거를 보존하는 건물이 아니라, 지금도 매주 종소리를 울리며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삶의 무게를 내려놓게 해주는 공간이 있다는 건 큰 위안이에요.

결국 미션 수도원들은 우리 인생에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아요. 삶은 언제나 새로운 도전과 갈등으로 가득 차지만, 그 속에서도 신념과 공동체 정신을 세우면 오랜 세월을 버틸 수 있다고요. 그리고 그 정신은 꼭 종교적인 믿음이 아니어도 돼요. 누군가에게는 가족을 지키는 마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꿈을 향한 의지일 수도 있겠죠.

엘파소에 살면서, 때때로 이슬레타 미션을 지나칠 때면 잠시 멈춰 서서 벽에 손을 대 봅니다. 수백 년의 세월이 전해지는 차가운 돌의 감촉은 묘하게 따뜻하게 느껴져요. 아마도 그 속에는 원주민들의 기도, 스페인 선교사들의 희망, 그리고 지금 살아가는 우리들의 발자취까지 모두 담겨 있기 때문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