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에 프라임 멤버십 자동 갱신 문자를 받고 나서 한참을 화면만 들여다봤다. 매년 별생각 없이 결제되던 금액인데 이번에는 유독 눈에 들어왔다.
연회비로 결제하면 139달러, 월 단위로 나눠 내면 14.99달러다. 숫자만 보면 크지 않은 것 같은데 1년 치를 모아 놓고 보니 얘기가 달라졌다.
사실 이 139달러라는 금액도 원래부터 같았던 건 아니다. 2022년 2월에 연회비가 119달러에서 139달러로 올랐는데 17퍼센트나 되는 인상폭이었다. 2018년 이후 처음 있는 인상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번에는 감으로 판단하지 않고 지난 1년 치 주문 내역을 처음부터 끝까지 훑어보기로 했다. 매달 얼마를 냈고 어떤 혜택을 실제로 썼는지 항목별로 나눠서 정리해봤다.
가장 먼저 확인한 건 배송비였다. 프라임 없이 주문하면 무료 배송을 받으려면 35달러를 채워야 한다.
책만 예외적으로 25달러부터 무료 배송이 적용된다는 것도 이번에 다시 확인했다. 평소 책을 자주 사는 편이 아니라서 나에게는 크게 의미가 없는 조건이었다.
문제는 금액만이 아니었다. 프라임 없이 일반 배송을 선택하면 도착까지 보통 5일에서 8일이 걸린다.
급하게 필요한 물건일수록 이 기간이 답답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반면 프라임 회원은 대부분의 생필품을 하루나 이틀 안에 받아볼 수 있다.
내 주문 내역을 세어보니 한 달에 평균 네 번 정도 주문하고 있었다. 이게 유독 많은 편인가 싶어서 찾아봤더니, 프라임 회원 중간값이 딱 한 달 네 번, 1년으로 치면 48번 정도라고 한다.
회원의 42퍼센트는 한 달에 두 번에서 네 번, 36퍼센트는 다섯 번에서 열 번 사이로 주문한다는 자료도 있었다. 생각보다 나만 유별난 소비 패턴은 아니었다.
프라임 회원의 연평균 아마존 지출이 1,170달러 정도라는 수치도 눈에 띄었다. 한 달로 나누면 100달러 안팎이다.
내 지출 내역도 이 평균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렇다면 배송비 절감분만 따져도 연회비는 충분히 회수되는 구조였다.
배송비 말고 또 확인한 게 정기배송 할인, 서브스크라이브 앤 세이브였다. 개별 상품은 최소 5퍼센트, 한 번에 다섯 개 이상을 같은 주소로 받으면 최대 15퍼센트까지 할인이 붙는다.
배송비 다음으로 확인한 건 스트리밍이었다. 프라임 비디오를 얼마나 보고 있었는지 실제 시청 기록을 열어봤다.
생각보다 자주 켜고 있었다. 프라임 없이 비디오만 따로 구독하면 월 8.99달러가 든다.
광고 없는 화질을 원하면 여기에 4.99달러가 추가로 붙는다. 결국 비디오 하나만 놓고 봐도 프라임 회원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셈이다.
여기까지 계산하고 나니 마음이 한쪽으로 기울었다. 그런데 반대로 전혀 안 쓰고 있는 혜택도 분명히 있었다.
주유 할인이 대표적이다. bp, 아모코, ampm 주유소에서 갤런당 10센트를 할인받을 수 있다는데, 이 브랜드 주유소를 거의 이용하지 않으니 나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었다.
배달 앱 구독 혜택도 마찬가지였다. 존재는 알고 있었지만 1년 내내 한 번도 써보지 않았다.
이런 식으로 안 쓰는 혜택까지 다 더해서 이만큼 이득이라고 계산하는 건 조금 억지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 쓰는 헬스장 회원권을 두고 본전을 따지는 것과 다를 게 없어 보였다.
정직하게 계산하려면 내가 실제로 쓰는 항목만 놓고 봐야 한다. 배송비와 비디오 시청, 이 두 가지만으로도 이미 연회비를 넘어서고 있었다.
그래서 결론은 명확해졌다. 적어도 나에게는 프라임 멤버십이 아깝지 않은 지출이었다.
다만 이 계산은 사람마다 완전히 다르게 나올 수밖에 없다. 한 달에 한두 번밖에 주문하지 않고 스트리밍도 거의 안 본다면 얘기는 정반대가 된다.
그런 경우라면 35달러를 채워서 무료 배송을 받고, 급하지 않은 물건은 배송 기간을 감수하는 쪽이 오히려 합리적이다. 억지로 프라임 요금을 정당화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정부 지원 프로그램 대상자라면 상황이 또 다르다. EBT나 메디케이드, SNAP 수급 자격이 있으면 월 6.99달러에 프라임 접근권을 이용할 수 있다.
이 조건에 해당한다면 고민할 필요도 없이 가입하는 쪽이 맞다고 본다. 월 몇 달러 차이가 생활비 전체로 보면 꽤 크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오래 소비 생활을 해오면서 느낀 점이 하나 있다. 이런 구독료는 감으로 판단하면 늘 손해 보는 느낌만 남는다는 것이다.
실제 숫자를 꺼내 놓고 봐야 내가 어느 쪽에 속하는지 분명해진다. 막연히 다들 쓰니까 유지하는 것과 직접 계산해서 유지하는 것은 마음가짐부터 다르다.
1년에 한 번, 갱신 시기가 돌아올 때마다 이렇게 주문 내역을 열어보는 습관을 들이려고 한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 그때그때 결론이 바뀌더라도 받아들일 생각이다.

쵸코Bud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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