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때문에 못 멈춘 공사? 윈체스터 저택 전설의 진실 - San Jose - 1

할로윈 시즌만 되면 꼭 다시 소환되는 집이 있죠. 새너제이의 윈체스터 미스터리 하우스입니다.

스토리는 대충 이렇습니다. 윈체스터 소총으로 죽은 사람들의 혼령을 달래려고, 미망인이 38년 동안 밤낮없이 집을 고치고 또 고쳤다는 거예요.

솔직히 처음 들었을 때 저도 소름 돋았습니다. 근데 회사에서 야근 몇 번만 해봐도 의문이 생기잖아요. 38년 동안 24시간 공사라니, 그 인건비는 누가 다 냈나 싶고요.

그래서 이번엔 귀신 얘기 말고 기록을 좀 찾아봤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전설과 역사 사이에 꽤 큰 갭이 있어요.

먼저 주인공부터요. 사라 윈체스터는 윈체스터 연발총 회사를 물려받은 윌리엄 워트 윈체스터의 아내였습니다.

그녀는 딸을 갓난아기 때 잃었고, 남편도 1881년 3월 결핵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엄청난 재산과 함께 큰 상실을 동시에 떠안은 셈이죠.

그리고 1886년, 캘리포니아로 와서 새너제이 근처의 2층짜리 농가를 사들입니다. 이 집이 지금의 미스터리 하우스가 된 출발점이에요.

이후 집은 계속 커졌습니다. 지금 기준으로 연면적 24,000제곱피트에 방이 160개 정도라고 소개돼요.

창문 10,000개, 문 2,000개, 굴뚝 47개, 계단 40개, 엘리베이터 3개라는 숫자도 따라붙습니다. 숫자만 보면 집이라기보다 거의 작은 캠퍼스죠. 청소 담당이었으면 바로 퇴사각입니다.

천장에 막혀 끝나는 계단, 열면 벽이 나오는 문, 바깥으로 툭 떨어지는 2층 문 같은 구조도 실제로 있어요. 전설이 퍼지기 딱 좋은 재료입니다.

그런데 바로 여기서부터 이야기가 갈립니다. 이런 집이 왜 생겼느냐에 대한 해석이요.

역사가 메리 조 이그노포는 사라의 편지와 변호사 기록, 오랫동안 그 집에서 일한 가족이 남긴 사진과 일지까지 뒤져서 전기를 썼습니다. 책 제목이 Captive of the Labyrinth예요.

그녀가 짚은 첫 번째 포인트는 공사가 멈춘 적이 없다는 말 자체가 틀렸다는 겁니다. 사라의 편지를 보면 일꾼들을 몇 달씩 돌려보낸 적이 있었거든요.

그러니까 24시간 365일 망치 소리가 났다는 건 관광용으로 부풀린 버전에 가깝습니다. 리모델링을 오래, 자주 했던 건 맞지만요.

두 번째는 유령 이야기의 출처예요. 영매에게 저주 얘기를 듣고 공사를 시작했다는 일화는 사라 생전의 편지나 신문, 유산 문서에서 근거가 확인되지 않습니다.

강령회를 열었다는 방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녀가 거기서 혼령을 불러냈다는 당대 기록은 나오지 않아요.

그럼 기괴한 구조는 왜 생겼을까요. 1906년 4월 18일 샌프란시스코 대지진 때 이 집도 크게 부서졌고, 당시 7층 높이였던 탑이 무너졌습니다.

지진 뒤에 사라는 부서진 곳을 다 복구하는 대신 다른 쪽 공사를 이어가게 했다고 해요. 고치다 만 공간, 이어 붙인 동선이 지금의 미로 같은 느낌을 만든 겁니다.

여기에 건축을 원래 좋아했던 집주인이 설계도 없이 그때그때 아이디어를 얹었다고 보면, 계단이 천장에 막히는 것도 귀신 탓보다 훨씬 그럴듯하죠.

제가 제일 의외였던 건 따로 있었습니다. 이그노포에 따르면 사라가 정말 공을 들인 건 저택이 아니라 결핵 환자를 위한 병원 기금이었다는 거예요.

남편을 데려간 그 병 말이죠. 실제로 그녀의 기부를 바탕으로 코네티컷주 뉴헤이븐 지역에 윌리엄 워트 윈체스터 병원이 세워졌습니다.

사라는 1922년 9월 5일 세상을 떠났고, 그날로 공사는 멈췄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집은 관광지로 문을 열어요.

1924년 10월에는 가짜 영매 폭로로 유명했던 마술사 해리 후디니까지 이 집을 찾았습니다. 귀신 이미지가 마케팅으로 굳어지는 데 이런 일들이 한몫했을 거고요.

정리해 보면 이렇습니다. 공사가 오래 이어진 건 사실이고, 대지진 피해도 사실이에요. 하지만 유령 때문에 멈출 수 없었다는 건 기록으로 뒷받침되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좀 씁쓸했던 건, 가족을 잃고 조용히 살고 싶었던 여성이 100년 넘게 미친 과부 캐릭터로 소비돼 왔다는 점이에요. 부자인데 사교계에 안 나오고 혼자 지내니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은 거죠.

요즘 말로 하면 introvert 건축 덕후가 악성 루머에 시달린 케이스 아닐까 싶습니다. 그 시절엔 팩트체크도 없었으니까요.

그렇다고 투어가 재미없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오히려 이 배경을 알고 가면 계단 하나, 창문 하나가 다르게 보여요.

제가 다시 간다면 귀신 찾기보다 지진으로 무너진 흔적과 증축 이음새를 유심히 볼 것 같습니다. 그게 진짜 사라 윈체스터의 이야기에 더 가깝거든요.

이번 할로윈에 들를 계획이라면 무서운 이야기는 이야기대로 즐기고, 기록 속 사라도 한 번쯤 떠올려 주시면 좋겠습니다. 생각보다 훨씬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