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온지 20년쯤 된 내나이는 벌써 50대 후반.

이제 정말 '은퇴' 그리고 '노후'라는 단어가 남의 얘기가 아니게 다가온다.

어릴 땐 나이 60 넘은 아저씨들은 다 부자처럼 보였다.

연금이 자동으로 나오고, 집도 있고, 자식도 성공하고...

그런데 막상 내가 나이를 먹어보니 10년전 아이없이 전처와 이혼하고 나는 하나도 준비된 게 없다.

지끔까지 나는 15년 이상 미국에서 일해서 40크레딧은 채웠다. 시민권도 받았다. 연금받을 자격은 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동안의 월급이 낮았고, 몇년 전부터야 좀 괜찮은 수준이 되다 보니

지금 받는 월급 기준으로 계산하면 한달 소셜연금은 약 $1,500 정도라고 예상된다.

솔직히 말해, 너무 적다.

지금 물가로도 간신히 살 수준인데, 10년 후엔 이 돈으로 뭘 할 수 있을까?

설렁탕 한그릇이 $20이 넘고 햄버거 세트가 $15이 넘는 세상인데 말이다.

은퇴 계획, 다시 고민하게 된다

나는 집이 없다. 401k도 없다. 주식도 없고, 가족한테 물려받을 재산도 없다.

그러니까 "소셜연금이 거의 유일한 노후 자산"이다.

그런데 뉴스에서는 연금기금이 고갈된다고 하고, 2035년쯤 되면 지급액의 75~80%만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럼 $1,500도 못 받고 $1,150 정도만 받는다는 뜻이 된다.

그 돈으로 집 렌트? 여기 휴스톤 교외로 나가서 저렴한 지역이라도 1베드 아파트 월세가 $1,300 수준이다.

거기에 전기세, 식비, 병원비까지 포함하면... 이건 답이 없다.

그래서 지금 나는... 10년 더 일하려고 한다.

소셜연금은 "평균 소득 상위 35년" 기준으로 산정되니, 지금처럼 월급이 좀 올라간 상태에서 10년만 더 넣으면 연금 액수가 꽤 올라갈 수 있다.

또 하나는 현실적이지만 씁쓸한 생각.

소셜연금 돈 더받으려면 연금 수령시기 최고 나이인 70까지 풀타임 일을 계속한다는 거다.

체력은 안 받쳐주겠지만, 월세가 있는 한 쉬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에 커피 한 잔, 아침에 걷는 시간, 그런 소소한 삶의 즐거움은 꼭 지키고 싶다.

나만의 은퇴는 '완벽한 여유'는 아니지만, "내가 버티면서 살아낼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

지금부터라도 월 $500이라도 따로 저축해보고, 혹시 모를 메디케어 비용에 대비해서 건강도 관리하고 희망 하나는 남겨보고 싶다.

그리고 이런 말도 해본다... 사는 게 계획대로 되진 않더라. 하지만, 준비도 없이 살 순 없더라.

남은 10년, 난 다시 인생을 갈무리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