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퇴하고 어디서 살 것인가를 고민하면 보통 플로리다, 애리조나, 텍사스 같은 곳부터 떠올리게 됩니다.
그런데 타주에서 이사할 생각이라면 솔트레이크시티(Salt Lake City)도 한번 자세히 볼 필요가 있습니다. 화려한 은퇴도시라는 이미지는 약하지만, 실제 생활에 필요한 의료, 자연환경, 교통, 공항, 생활비를 하나씩 따져보면 의외로 균형이 괜찮은 도시입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장점은 자연입니다. 솔트레이크시티는 와사치산맥이 도시 바로 옆에 붙어 있어서 집에서 나와 조금만 운전해도 완전히 다른 풍경을 만날 수 있습니다. 젊었을 때처럼 험한 산을 오르지 않더라도 산책로와 공원, 경치 좋은 드라이브 코스가 많습니다.
골프, 낚시, 캠핑을 좋아한다면 더욱 재미있습니다. 겨울에는 스키로 유명한 파크시티와 여러 스키 리조트가 가까워 자녀나 손주들이 놀러 왔을 때 함께 갈 곳도 많습니다. 은퇴 후 매일 집과 마트만 오가는 생활이 싫은 사람에게는 상당한 장점입니다.
의료 환경도 중요합니다. 솔트레이크시티에는 University of Utah Health가 있고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전문 진료와 노인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남쪽 샌디 지역까지 내려가면 Intermountain Health 계열 의료시설도 다양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집값 몇 만 달러 차이보다 큰 병원에 얼마나 쉽게 갈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해지는데, 그런 면에서 솔트레이크시티는 작은 지방도시와 비교하기 어렵습니다.
타주에서 이사 오는 은퇴자에게 특히 편리한 것이 공항입니다. Salt Lake City International Airport가 도심에서 멀지 않고 미국 서부의 주요 도시로 연결되는 항공편이 많습니다. 자녀들이 캘리포니아나 다른 주에 살고 있다면 이게 상당히 중요합니다. 은퇴했다고 해서 가족관계까지 은퇴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손주 보러 갈 때마다 공항까지 두 시간 운전해야 하는 도시와는 생활의 편리함이 다릅니다.
생활비는 조금 복잡하게 봐야 합니다. 솔트레이크시티가 더 이상 집값 싼 서부 도시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지난 수년 동안 주택가격이 크게 올라 캘리포니아에서 이주하는 사람에게는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중서부나 남부에서 오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비싸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Assisted living 역시 솔트레이크시티에서는 월 5천 달러 안팎 또는 그 이상을 예상해야 하는 시설이 많아 무조건 저렴하다고 볼 수 없습니다. 다만 캘리포니아의 비싼 대도시에서 집을 정리하고 오는 은퇴자라면 주택비와 생활비를 줄이면서도 서부 생활권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입니다.
문화생활도 생각보다 괜찮습니다. Natural History Museum of Utah가 있고, Utah Symphony 공연을 볼 수 있는 Abravanel Hall도 있습니다.

도심에는 미술관과 공연시설이 있고 공원도 많습니다.
대도시의 복잡함은 싫지만 그렇다고 문화시설 하나 없는 작은 은퇴도시에서 살기는 싫다는 사람에게 잘 맞습니다.
물론 단점도 분명합니다. 첫 번째는 겨울입니다. 플로리다나 애리조나처럼 1년 내내 따뜻한 곳을 기대하면 안 됩니다. 눈이 내리고 기온도 내려갑니다. 나이가 들수록 눈길 운전이나 집 앞 제설이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단독주택을 구한다면 관리 문제까지 생각해야 합니다.
두 번째는 공기질입니다. 솔트레이크 밸리는 산으로 둘러싸인 지형 때문에 겨울철 기온 역전 현상이 발생하면 대기오염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머무는 날이 있습니다. 여름에는 서부 산불 연기가 영향을 줄 때도 있습니다. 호흡기가 예민한 사람이라면 이 부분은 집을 결정하기 전에 반드시 고려해야 합니다.
세 번째는 고도입니다. 솔트레이크시티 자체가 해발 약 1,300미터에 있기 때문에 바닷가 지역에서 평생 살다가 이사하면 처음에는 공기가 건조하고 운동할 때 숨이 조금 더 차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캘리포니아 해안 지역에서 오는 사람이라면 건조한 기후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세금도 단순하게 "은퇴자에게 유리하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유타는 은퇴소득에 대한 과세 구조가 있기 때문에 연금, Social Security, IRA 인출액 등 자신의 소득 구성을 가지고 실제 세금을 계산해 봐야 합니다. 은퇴 세액공제가 있더라도 모든 은퇴자에게 똑같은 혜택이 돌아가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한인 입장에서는 LA나 오렌지카운티 같은 거대한 한인 생활권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한식당과 한인 교회, 아시안 마켓 등 기본적인 생활 인프라는 찾을 수 있지만 선택의 폭에서는 남가주와 비교하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캘리포니아처럼 생활비가 높은 지역에서 은퇴를 준비하는 사람에게 솔트레이크시티는 꽤 흥미로운 선택입니다. 서부를 완전히 떠나지 않으면서 자연 가까이 살 수 있고, 큰 병원과 국제공항이 가까우며, 적당한 도시생활까지 유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솔트레이크시티의 매력은 어느 한 가지가 압도적으로 좋다는 데 있지 않습니다. 자연도 있고, 의료도 있고, 공항도 있고, 문화생활도 가능하면서 대도시의 극심한 혼잡에서는 한발 떨어져 있습니다. 따뜻한 겨울이 가장 중요한 사람에게는 맞지 않을 수 있지만, 사계절과 산을 좋아하고 활동적인 은퇴생활을 원하는 타주 사람이라면 은퇴 후보지에 한번 올려놓고 직접 며칠 살아볼 만한 도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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