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파소 연례 축제들, 조용한 사막 도시의 다른 면 - El Paso - 1

엘패소를 이야기하면 조용한 국경도시라는 표현이 자주 나옵니다. 실제로 댈러스나 휴스턴처럼 주말마다 대형 행사가 쏟아지는 도시는 아닙니다.

그런데 엘패소도 행사 일정을 알고 찾아다니기 시작하면 생각보다 볼거리가 있습니다. 특히 가을이 되면 다운타운 분위기가 상당히 달라집니다.

대표적인 행사가 Chalk the Block입니다.

엘패소 다운타운 Arts District 일대에서 열리는 공공미술 축제로, 이름 그대로 길바닥에 그림을 그리는 초크 아트에서 출발했습니다.

지금은 단순한 거리 그림 행사를 넘어 설치미술, 라이브 공연, 음식, 체험 프로그램까지 함께하는 예술축제로 커졌습니다.

2026년 행사는 10월 3일부터 4일까지 예정돼 있고 올해로 19회를 맞습니다.

100명 이상의 지역 및 외부 아티스트가 참여하는 행사로 성장했고 무엇보다 입장료가 없습니다. 가족끼리 다운타운에 나가 하루 돌아보기 좋은 행사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벌써 다음 일정도 나와 있다는 점입니다. 20회가 되는 2027년은 10월 9~10일, 2028년은 10월 14~15일로 예정돼 있습니다. 이제는 엘패소의 대표적인 가을 행사로 완전히 자리 잡았다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음악 이야기를 하면 조금 아쉬운 부분도 있습니다.

예전 엘패소에는 Neon Desert Music Festival이라는 꽤 유명한 음악축제가 있었습니다.

2011년 다운타운에서 시작돼 여러 무대에서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들이 공연했습니다. 한때는 엘패소를 대표하는 음악 행사 가운데 하나였지만 현재는 더 이상 열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오래 산 주민들 중에는 Neon Desert 시절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지금은 El Fresco Music Series 같은 야외 공연들이 지역 음악 행사의 자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규모는 과거 대형 페스티벌과 다르지만 날씨 좋은 저녁에 야외에서 음악을 즐기는 엘패소 특유의 분위기는 있습니다.

영화를 좋아한다면 El Paso Film Festival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지역 영화인뿐 아니라 여러 지역의 독립영화와 제작자들이 참여하는 영화제입니다. 장편과 단편영화를 상영하고 영화 제작자들이 관객과 만나는 프로그램도 진행됩니다. 엘패소가 군사도시나 국경도시라는 이미지가 강해서 그렇지, 실제로는 미술과 영화 쪽에서도 꾸준히 자기 색깔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또 엘패소는 멕시코 시우다드 후아레스와 생활권과 문화가 맞닿아 있기 때문에 지역 행사에 가보면 미국과 멕시코 문화가 자연스럽게 섞여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음식부터 음악, 미술까지 다른 텍사스 도시와는 분위기가 조금 다릅니다.

그래서 엘패소에 처음 온 분들에게는 집과 회사만 왔다 갔다 하지 말고 지역 행사에 몇 번 나가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평소에는 정말 조용합니다. 그런데 Chalk the Block 같은 날 다운타운에 가보면 "엘패소에 사람이 이렇게 많았나?" 싶을 정도로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엘패소는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면 조금 심심한 도시일 수 있습니다.

대신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 알고 찾아다니기 시작하면 의외로 자기만의 재미가 있는 도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