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경제, 조정기 이후의 향방 - Seattle - 1

테크 기업 로고로 가득한 사우스레이크유니언 스카이라인은 여전하지만, 요즘 시애틀 경제를 이야기할 때 예전 같은 낙관 일색의 분위기는 찾아보기 어렵다. 성장과 조정이 동시에 진행되는 국면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다.

인구 측면에서는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시애틀 광역권 인구는 2025년 기준 약 358만 1,000명으로 전년 대비 0.9% 늘었고, 더 넓은 권역 기준으로는 약 416만 명 수준까지 확대된 것으로 집계된다. 2030년까지 약 12만 2,000명이 추가로 유입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는데, 이는 여전히 이 지역이 순유입 도시라는 점을 보여준다.

다만 고용 지표는 최근 들어 다소 흔들리는 모습이다. 킹 카운티 실업률은 2026년 4월 기준 4.9%까지 올랐고, 워싱턴주 전체 실업률은 4개월 연속 일자리 감소가 이어지며 5.2%까지 상승했다. 이는 전국 평균 4.3%를 웃도는 수치다. 특히 정보통신 부문이 2026년 들어 발생한 감원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테크 의존도가 높은 지역 경제의 특성이 그대로 드러난다.

보잉의 생산 조정과 고금리로 인한 건설 경기 둔화, 관세 부담에 따른 무역 위축 등이 겹치면서 지역 경제가 여러 방향에서 압박을 받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대형 고용주들의 채용 속도 조절도 체감되는 변화 중 하나다.

그렇다고 성장 동력이 완전히 꺾인 것은 아니다. 인공지능 관련 기술 수요는 오히려 전년 대비 204%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 산업 구조가 전통적인 소프트웨어 개발에서 AI 중심으로 재편되는 흐름이 뚜렷하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의 클라우드·AI 투자가 이어지는 한, 시애틀은 여전히 서부 해안의 핵심 기술 허브 지위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다음 항목들이 향후 10년의 방향을 가늠하는 데 참고가 될 만하다.

  • AI·클라우드 분야 신규 투자와 채용 회복 속도
  • 보잉을 비롯한 항공우주 제조업의 생산 정상화 여부
  • 주택 공급 확대와 임대료 안정 여부
  • 경전철·수변 인프라 등 대중교통 투자 지속성

기관들의 시각도 엇갈린다. 일부에서는 조정기가 마무리되면 AI 산업을 중심으로 다시 확장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고비용 구조와 규제 환경이 장기적으로 기업 유치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신중한 시각을 내놓는다.

한인 가구 입장에서는 단기 변동성과 장기 잠재력을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임대 시장은 당분간 완만한 조정을 거칠 가능성이 있지만, AI 산업 재편이 자리를 잡는 시점부터는 벨뷰·레드먼드 등 이스트사이드를 포함한 광역권 전반의 수요가 다시 견고해질 여지가 있다. 매매보다는 임대 시장 흐름을 먼저 관찰하며 진입 시점을 조율하는 접근이 합리적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