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 스토리? 가만히 보면 그 사람 조건에 맞아떨어진 결과 - Los Angeles - 1

쫄지 말고 부딪혀라? 말이 쉽지

유튜브 보면 모티베이션 콘텐츠가 넘친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찬물 샤워하고, 다니던 회사 때려치우고, "쫄지 말고 부딪혔더니" 3년 만에 건물주가 됐다는 분의 간증.

조회수 200만. 댓글창은 오오~하면서 나도!~

이미 각성한 사람들로 가득하다 ㅋㅋ

나도 한때 저런 영상에 밑줄 그으며 봤다. 노트에 받아 적기까지 했다.

근데 살면서 하나 배운게 하나있다.

저건 대부분 survivorship bias 그러니까 살아남은 자의 증언이라는 것. 죽은 자는 말이 없다.

생존자만 마이크를 잡는다

같은 시기에 "부딪힌" 사람이 만 명이었다고 치자.

우리가 화면에서 보는 건 그중 성공한 한 명이다.

나머지 9,999명은 카메라 앞에 안 선다. 파산 간증은 조회수가 안 나오니까.

실패한 사람은 부끄러워서 입을 닫고, 성공한 사람은 자랑스러워서 계좌까면서 인증하면서 굳이 마이크를 잡는다.

그래서 우리 눈에는 세상이 온통 성공한 사람들로만 보인다.

이건 데이터가 아니다. n=1짜리 체리피킹이다.

2차 대전 때 폭격기 얘기가 딱 이거다. 돌아온 비행기의 총알 자국만 보고 거기에 철판을 덧대려 했지.

근데 진짜 중요한 건 총알 맞고 못 돌아온 비행기, 그 자국이 없는 부위였다.

우리가 성공 스토리에서 놓치는 게 정확히 그거다. 화면에 안 잡힌 실패들.

그 사람 성공은 그 사람 변수에 최적화된 결과다.

2015년의 저금리, 마침 옆에 있던 주식 투자자 삼촌, 터지기 직전에 감잡고 올라탄 코인, 키우는 애가 없어서 리스크를 질 수 있던 상황, 망해도 돌아갈 본가.

이 조건들 다 빼고 "마인드셋"만 남기면? 그건 조언이 아니라 위약(placebo)이다.

더 웃긴 건, 같은 방법을 5년 뒤에 따라 하면 시장이 이미 변해 있다는 거다.

그 사람이 탄 파도는 지나갔다.

후발주자한테는 같은 전략이 오히려 독이 된다.

부동산이든 코인이든 스타트업이든 다 똑같다.

타이밍은 복제가 안 된다. 남의 성공 공식에는 항상 "그 시대"라는 숨은 변수가 붙어 있다.

그래도 뭔가는 있다

자, 여기서 냉소만 하고 끝내면 나도 그냥 꼰대다.

세상 다 삐딱하게 보는 아저씨. 핵심은 이거다. 남의 결론을 복사(Ctrl+C)하지 말고, 원리를 추출해라. 결론은 그 사람 거지만, 원리는 훔쳐올 수 있다.

성공 스토리 백 개를 겹쳐놓고 공통분모를 봐라. 개별 사례 하나는 운이지만, 백 개에서 반복되는 패턴은 보편적 타당성에 가깝다.

새벽 5시에 일어난 건 노이즈지만, 남들 쉴 때 꾸준히 뭔가를 쌓았다는 건 시그널이다.

회사를 때려친 게 핵심이 아니라, 때려치기 전에 도망칠 구멍을 파놨다는 게 핵심이다.

이 신호와 잡음을 구분하는 눈, base rate를 읽는 감각, 그게 진짜 실력이다.

내가 텍사스 와서 처음 이직할 때가 그랬다. 유튜버들은 그냥 지르라고 했다.

근데 나는 오퍼레터에 사인하기 전엔 절대 사표 안 냈다.

겁쟁이라서? 아니다.

확률을 내 편으로 만들어놓고 부딪힌 거다.

부딪히되 벽에 헬멧 쓰고 부딪혔다는 얘기다.

맨머리로 박으라는 조언은, 미안하지만 무책임하다.

"쫄지 말라"는 말은 반은 맞다.

겁먹어서 시작도 못 하는 사람이 세상에 제일 많으니까.

근데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부딪혀라"는 사실상 도박 권유다.

진짜 뚝심은 무모함이 아니라, 확률이 내 편이 될 때까지 판을 깔아놓고 그다음에 올인하는 거다.

계산과 실행은 반대말이 아니다. 오히려 계산이 있어야 끝까지 밀어붙일 배짱도 나온다.

남의 성공은 참고 자료지 내비게이션이 아니다. 그 사람 지도 들고 내 산을 오르면 조난당한다.

지도는 내가 직접 보고 신중하게 로드맵을 그려야 한다.

대신 다 그렸으면, 겁먹지 말고 발을 떼고 달려라.

계산하고 부딪히는 놈이, 계산만 하는 놈도 부딪히기만 하는 놈도 언제나 이긴다.

성공은 복제할 수 없지만, 태도는 만들 수 있다는게 나의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