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다시 나타난다고 믿는다 - Los Angeles - 1

윤회와 환생을 믿느냐고요?

글쎄요, 저는 그 질문을 받으면 선뜻 "네"라거나 "아니요"라고 대답하지 못해요.

어릴 때는 사람이 죽으면 그걸로 끝이거나, 아니면 전생의 기억을 품고 그대로 다시 태어나거나, 둘 중 하나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깊이 들여다볼수록, 그 두 가지 선택지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 몸은 정말 '나'일까?

저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나'라는 존재가, 지금 이 눈에 보이는 몸과 완전히 일치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을 자주 해요.

몸은 태어나서 자라고, 늙고 병들다가 결국은 부서져 사라지잖아요. 그런데 우리 안의 '의식'이라는 녀석은 성질이 좀 달라요.

가끔 잠에서 막 깨어났을 때 그런 기분 느껴본 적 없으세요?

눈을 딱 떴는데, '내가 깨어났다'는 정신은 너무 또렷한데 몸은 아직 잠에서 덜 깨어 까딱도 안 하는 그 짧은 순간이요.

그때 가만히 느껴보면 의식과 몸이 완전히 하나라기보다는, 서로 연결되어 있는 별개의 존재처럼 느껴져요.

마치 운전자가 자동차를 타고 도로를 달리는 것처럼 말이죠. 자동차가 낡아서 고장 나면 결국 멈춰 서고 폐차되겠지만, 그렇다고 운전자까지 같이 사라지는 걸까요?

몸이 수명을 다해 멈춘다고 해서 그 안에서 세상을 바라보던 의식까지 통째로 지워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몸은 그저 이 세상이라는 무대를 경험하기 위해 잠시 빌려 입은 옷 혹은 도구일지도 모릅니다.

'나'라는 착각, 그리고 촛불의 비유

그렇다고 해서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내가 다음 생에 똑같은 기억을 가지고 누구로 태어난다"는 식의 환생을 믿느냐 하면, 그건 또 아니에요.

많은 분이 여기서 생각을 섞어 쓰시더라고요. 따져보면 지금의 저를 이루고 있는 성격, 취향, 사소한 습관들은 다 어디서 왔나요?

제가 수십 년 동안 살아가면서 만난 사람들, 겪었던 일들, 가슴에 박힌 상처와 기쁨으로 만들어진 결과물이에요.

즉, 이 몸과 지금의 환경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는 기억 조각들이죠.

죽음과 함께 몸이 사라지고 뇌의 기억이 다 지워지는데, 어떻게 '지금의 나'와 똑같은 존재가 다시 태어난다고 말할 수 있겠어요. 그건 불가능해요.

그래서 저는 환생을 생각할 때 '촛불'을 떠올려요.

여기에 타고 있는 촛불 하나가 있습니다. 이 불꽃을 나란히 둔 다른 초에 옮겨 붙여요. 그럼 새로운 불꽃이 피어나겠죠?

자, 이 새로운 불꽃은 원래 있던 불꽃과 같은 불인가요, 다른 불인가요? 참 묘하죠. 분명 앞선 불로부터 이어져 온 것이 맞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동일한 불이라고 부를 수도 없잖아요.

우리의 의식도 이와 똑같지 않을까 싶어요. 조건과 인연이 맞물리면 새로운 생명으로 불꽃이 옮겨붙듯 다시 피어나는 거예요.

이건 이전의 내가 똑같이 '반복'되는 게 아니라 생명의 에너지가 계속해서 '이어지는' 현상인 거죠.

흐르는 몸, 이어지는 의식

사실 우리 몸만 봐도 그래요. 생물학적으로 우리 몸의 세포들은 매 순간 끊임없이 죽고 새로 태어난대요.

몇 년이 지나면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세포의 대부분이 완전히 교체된다고 하잖아요. 결국 나는 나인데 몸은 이전의 내가 아닌거죠.

그런데도 우리는 신기하게 '나'라는 존재를 똑같이 느끼며 살아가죠.

결국 '나'를 나로 존재하게 만드는 건 물질적인 몸덩어리가 아니라 끊기지 않고 흘러가는 의식의 연속성 때문인 거예요.

불교에서도 인연과 조건이 모여 잠시 현상으로 나타나는 것이라 말하고, 서양 철학에서도 인간의 정체성은 기억과 경험의 연결고리에서 온다고 이야기해 왔던 것처럼요.

죽음이 두렵지 않은 이유

이렇게 생각을 넓히고 나니까 죽음을 바라보는 마음이 아주 편안해졌어요.

죽음이 완전한 소멸인지, 아니면 또 다른 세계의 시작인지는 이 세상 누구도 증명할 수 없겠죠.

하지만 적어도 지금의 내가 영원히 쳇바퀴 돌듯 반복되지 않는다는 건 분명해요.

다만, 내가 떠나고 난 뒤에도 이 우주 어딘가에서 다시 조건이 맞아떨어지면, 또 하나의 맑은 의식이 촛불처럼 피어날 겁니다.

그리고 그 의식은 또다시 눈을 뜨고 세상을 경이롭게 바라보며 살아가겠죠.

물론 그 존재는 지금의 저와 이름도, 얼굴도, 성격도, 기억도 완전히 다를 거예요.

하지만 생명이라는 거대한 흐름, 의식이라는 거대한 바다는 끊이지 않고 계속 도도하게 흘러가고 있는 셈입니다.

죽음이 공포스러운 건 모든 게 끝난다는 느낌 때문이잖아요.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라, 거대한 자연의 순환 속에서 잠시 이 몸이라는 역에 머물렀다가 다시 흘러가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에 묘한 위로가 찾아와요.

결국 중요한 건 '다음 생에 내가 무엇으로 태어날까' 같은 먼 미래의 수수께끼가 아니더라고요. 어차피 이 몸이라는 옷은 언젠가 반드시 벗어야 해요.

정말 중요한 건, 내가 이 옷을 입고 있는 바로 지금 이 순간, 어떤 생각을 품었고, 어떤 사람들을 사랑했으며, 세상을 얼마나 따뜻하게 품었는가 하는 점이 아닐까요?

그래서 윤회와 환생을 믿느냐는 질문에 제 답은 이겁니다. 저는 똑같은 나로 다시 태어나는 기적을 믿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내 안의 의식과 생명의 온기는 조건이 갖춰진다면 언제든 다른 불꽃으로 이어질 거라고 믿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