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채용 시 백그라운드 체크, 어디까지 물어봐도 될까 - Anchorage - 1

얼마 전 지인이 운영하는 작은 정비소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경력 좋은 지원자를 뽑아놨는데, 백그라운드 체크 업체에 맡겼더니 몇 년 전 파산 기록이 나왔다고 합니다. 그걸 이유로 채용을 취소했다가 지원자한테서 항의 편지를 받았다고 하더군요. 사장님은 억울하다는 입장이었는데, 절차만 놓고 보면 문제가 있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미국에서 고용주가 지원자 백그라운드 체크를 하는 것 자체는 합법입니다. 다만 연방법인 공정신용보고법, 즉 FCRA가 정한 절차를 지켜야 합니다. 먼저 신용조회나 범죄기록 조회를 한다는 사실을 다른 서류와 섞지 않고 별도 서면으로 고지해야 하고, 지원자의 서면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이 부분을 빼먹고 그냥 채용 신청서 한 구석에 작은 글씨로 넣어버리는 회사들이 의외로 많더라고요.

더 중요한 건 그 다음 단계입니다. 백그라운드 체크 결과 때문에 채용을 취소하거나 불이익을 주려면 먼저 예비 불채용 통지, 이른바 프리 어드버스 액션 노티스를 지원자에게 보내야 합니다. 여기에는 조회 보고서 사본과 소비자 권리 요약서가 함께 첨부돼야 하고요. 그리고 최소 5영업일 정도는 지원자가 그 내용을 확인하고 이의를 제기할 시간을 줘야 합니다. 그 시간을 무시하고 바로 채용 취소 통보를 하면 그게 바로 지인의 정비소가 걸린 함정입니다. 이걸 어기면 위반 건당 100달러에서 1000달러까지 법정 손해배상 청구 대상이 되고, 집단소송으로 번지면 금액이 훨씬 커집니다.

보고서에 뭐가 담기는지도 무한정이 아닙니다. 체포만 되고 기소로 안 이어진 기록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보고서에서 빠지는 게 원칙이고, 실제로 유죄 판결이 아닌 기록은 7년까지만 조회 업체가 보고할 수 있습니다. 반면 유죄 판결 기록은 사면이나 봉인 처리가 안 됐다면 기간 제한 없이 계속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지원자 입장에서는 젊은 시절 실수 하나 때문에 평생 발목 잡히는 경우도 실제로 생기는 겁니다.

그럼 알래스카는 어떨까요. 주 차원에서 이른바 밴 더 박스, 그러니까 채용 지원서에서 전과 여부를 묻는 항목을 없애라는 법은 아직 없습니다. 그래서 민간 기업은 지원서 단계에서부터 전과 여부를 물어볼 수 있습니다. 다만 앵커리지시는 조례를 통해 시 자체와 시 계약업체에 대해서는 조건부 채용 제안을 하기 전까지 전과 관련 질문을 못하게 막아놨습니다. 민간 중소기업 전체에 적용되는 건 아니지만, 최소한 공공 부문에서는 재기회를 주자는 취지가 이미 자리를 잡고 있는 셈입니다.

제 생각엔 이 재기회 원칙이 민간 영역까지 넓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90년대에 삼진아웃법이 한창 인기였을 때는 전과자를 사회에서 계속 밀어내는 게 안전을 지키는 길이라고 믿었지만, 결과적으로 재범률만 높였다는 연구가 이미 여러 번 나왔습니다. 일자리가 없으면 돌아갈 곳도 없어지는 거니까요. 물론 사업주 입장에서 아이를 돌보는 자리나 현금을 만지는 자리라면 신중해야 한다는 것도 이해합니다. 그래서 무조건 묻지 말라는 게 아니라, 직무와 관련 있는지 개별적으로 따져보고 판단하자는 겁니다.

솔직히 말하면 백그라운드 체크 자체를 없애자는 얘기가 아닙니다. 회사도 위험 관리를 해야 하니까요. 다만 절차를 제대로 안 지켜서 소송당하는 경우를 너무 많이 봐서, 사업주라면 서면 동의서와 두 단계 통지 절차만큼은 변호사 자문 받아서 확실히 챙기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지원자 입장에서도 불채용 통지를 받으면 그냥 넘기지 말고 보고서 내용을 꼭 확인해보시길 바랍니다. 반론 있으시면 댓글로 주셔도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