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래스카 앵커리지에 살다 보면 특별한 '이웃'을 만나게 됩니다. 바로 무스(Moose)예요.
한국말로는 '큰사슴' 정도로 번역되지만, 실제로 보면 이름 그대로 정말 크고 위압감이 느껴지는 동물입니다. 사진이나 다큐멘터리로 볼 때는 그냥 덩치 큰 사슴처럼 보이는데, 앵커리지에서 길을 걷거나 집 앞마당에서 실제로 마주치면 "이건 진짜 말보다도 더 크잖아?" 하는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무스는 알래스카의 대표적인 야생 동물인데, 앵커리지는 도시 한복판에 자연과 맞닿아 있는 곳이라 종종 도심으로 내려오곤 합니다. 숲이나 산에서만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정작 살아보니 도로 옆 잔디밭이나 아파트 단지 앞, 심지어 월마트 주차장에서도 무스를 목격할 수 있었어요. 거대한 덩치에 긴 다리, 그리고 암컷보다 훨씬 크고 웅장한 뿔을 가진 수컷 무스가 여유롭게 나무 가지를 뜯어먹는 모습은 정말 인상적이죠.
특히 겨울철이 되면 무스와의 조우는 더 흔해집니다. 눈이 깊게 쌓이면 산속 먹이가 부족해져 무스들이 시내로 내려오기 때문입니다. 앵커리지 주민들 사이에서는 "눈 오는 날엔 무스를 조심하라"는 말이 있을 정도예요. 출근길에 도로 한가운데 무스가 느긋하게 서 있으면, 차들이 줄줄이 멈춰 서서 그 녀석이 길을 비켜줄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처음엔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곧 "이곳에서는 사람이 길을 양보하는 게 당연하다"는 사실을 배우게 되죠.
무스를 가까이서 보면 그 크기에 압도됩니다. 어른 수컷의 어깨 높이만 해도 2미터에 가깝고, 몸무게는 600kg이 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자동차보다 덩치가 크다 보니, 혹시라도 도로에서 무스와 충돌 사고가 나면 차가 망가지는 건 물론이고 운전자도 크게 다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앵커리지에서는 밤에 운전할 때 "사슴 주의" 표지판이 흔하게 보이고, 실제로 무스를 피하려다 사고가 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하지만 무스는 위협적이면서도 묘하게 매력적인 동물이기도 합니다.
천천히 눈밭을 걸어다니며 나뭇가지를 씹는 모습은 느긋하고 평화로워 보이고, 새끼 무스를 데리고 다니는 어미의 모습은 무척 사랑스럽습니다. 봄철이면 동네 주민들이 "올해도 새끼 무스를 봤다"며 기뻐하는 풍경도 흔하죠. 그래서 무스는 앵커리지 사람들에게 일종의 자연의 선물 같은 존재로 여겨집니다.
물론 조심해야 할 점도 많습니다. 무스는 평소엔 온순하지만, 위협을 느끼면 굉장히 공격적으로 변할 수 있습니다. 특히 새끼를 데리고 있는 어미 무스는 사람이나 개가 가까이 다가오면 곧장 달려들 수 있어요. 실제로 앵커리지 뉴스에는 산책하던 반려견이 무스에게 위협을 당하거나, 달리던 사람이 갑자기 무스와 마주쳐 도망친 사례가 자주 나옵니다. 그래서 주민들은 무스를 만나면 절대 가까이 다가가지 않고, 멀찍이 떨어져 지켜보는 게 원칙입니다.
저 역시 앵커리지에 살면서 처음 무스를 마주했을 때를 잊지 못합니다.
겨울 아침, 집 앞 눈 덮인 마당에서 거대한 그림자가 움직이길래 깜짝 놀라 창밖을 보니, 덩치 큰 수컷 무스가 여유롭게 가지를 뜯고 있더군요. 그 순간 느낀 건 두 가지였어요. "와, 정말 크다"는 경이로움과 "이거 괜히 건드리면 큰일 나겠다"는 경계심. 하지만 조금 지나자 그 거대한 동물이 아무렇지 않게 눈밭을 가로질러 사라지는 모습에서 묘한 평온함이 밀려왔습니다. 그때 깨달았어요. 앵커리지에서는 사람이 자연을 지배하는 게 아니라, 자연과 나란히 살아간다는 사실을요.
앵커리지에서 무스를 본다는 건 단순히 '야생동물을 만났다'는 경험이 아닙니다.
그것은 도시와 자연이 공존하는 삶, 그리고 인간이
자연에 겸손해질 수밖에 없는 환경을 보여주는 상징 같은 경험입니다. 너무 커서 놀랍고, 가까이 오면 두렵지만, 동시에 그 존재
자체가 주는 경이로움 때문에 앵커리지의 일상은 더 특별해집니다.


Shin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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