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트퍼드를 조금이라도 알아본 분이라면 'Insurance Capital of the World'라는 별명을 한 번쯤 보셨을 겁니다.
코네티컷은 미국에서도 보험 산업이 유난히 집중된 지역이고 수많은 보험회사와 관련 업체, 전문 인력이 모여 있습니다.
대표적인 회사가 The Hartford입니다. 1810년에 설립됐으니 미국이 아직 젊은 나라였던 시절부터 보험을 팔던 회사예요.
Travelers 역시 이 지역에서 역사를 시작한 회사입니다. 빨간 우산 로고로 유명하죠. Aetna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1853년 하트퍼드에서 출발해 미국 건강보험을 대표하는 회사로 성장했고 지금은 CVS Health에 속해 있지만 하트퍼드와의 역사적인 관계는 여전히 깊습니다.
Cigna 계열 역시 코네티컷과 인연이 깊습니다. 그러니까 하트퍼드 주변을 운전하다 보면 보험회사 이름이 붙은 건물들이 유난히 많이 보이는 게 우연이 아닙니다. 이 동네에서는 할아버지도 보험회사 다녔고 아버지도 보험회사 다녔다는 집안 이야기가 이상하지 않을 정도니까요.
그렇다고 하트퍼드가 보험만 가지고 먹고사는 도시는 아닙니다.
조금만 범위를 넓혀 Greater Hartford로 보면 항공우주와 방위산업이라는 또 하나의 엄청난 축이 있습니다.
바로 옆 East Hartford에는 Pratt & Whitney가 있습니다. 항공기 엔진 회사로 다양한 항공기 엔진을 개발하고 생산합니다.
코네티컷 전체로 범위를 조금 더 넓히면 Sikorsky도 있습니다. 블랙호크 헬리콥터 이름 들어보셨죠?
그 회사를 만든 곳이 코네티컷입니다. 이 작은 주에서 보험증권만 만드는 줄 알았더니 비행기 엔진 만들고 군용 헬리콥터까지 만드는 겁니다.
그리고 하트퍼드 시내로 들어오면 경제 구조가 조금 달라집니다. 병원과 의료기관, 사회복지 서비스, 주정부와 지방정부, 학교 같은 공공 분야가 상당한 고용을 담당합니다. Hartford Hospital이나 Saint Francis 같은 대형 의료기관이 있고 코네티컷 주도이기 때문에 정부 관련 일자리도 많습니다.
이게 하트퍼드 경제의 재미있는 점이에요. 겉으로 보면 오래된 건물 많은 조용한 도시인데 그 안을 들여다보면 보험, 금융, 의료, 정부가 있고 주변 도시까지 합치면 항공우주와 첨단 제조업까지 연결됩니다.
우리 같은 이민자 입장에서도 이런 산업 구조는 꽤 중요합니다. 한 가지 산업이 흔들린다고 도시 전체가 바로 무너지는 구조보다는 여러 종류의 고용 기반이 있는 지역이 아무래도 안정적이니까요.
보험회사에 직접 취직하지 않더라도 IT, 회계, 법률, 의료, 행정, 물류 같은 관련 일자리가 따라붙습니다.
물론 좋은 이야기만 할 수는 없습니다. 하트퍼드 도심은 오랫동안 인구 감소와 빈곤, 사무실 공동화 같은 문제를 겪어왔고 교외와 도심 사이의 경제력 차이도 큽니다. 대기업 이름이 많다고 해서 하트퍼드 주민 모두가 그 혜택을 똑같이 누리는 것도 아닙니다.
그래도 이 도시를 단순히 '코네티컷의 오래된 작은 도시' 정도로 생각하면 조금 억울합니다. 200년 넘게 보험 산업을 키워왔고, 바로 옆에서는 세계적인 항공기 엔진을 만들고, 도심에는 대형 병원과 주정부 기관이 돌아가고 있으니까요.
결국 하트퍼드는 화려하게 성장하는 신흥도시라기보다 오래 쌓아놓은 산업 기반으로 버티는 도시라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립니다. 보험이라는 게 결국 오늘 돈을 내고 미래의 약속을 믿는 사업이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하트퍼드를 지금까지 먹여 살린 것도 결국 신뢰였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미국에서 새로운 터전을 잡고 살아가는 우리 이민자들에게도, 도시가 오랫동안 버틸 수 있는 기반이 있다는 건 생각보다 든든한 신뢰가 됩니다.

소주소년
YellowSnow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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