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면조 싫다는 미국인 35%, 그래도 해마다 사 먹는 이유 - Newark - 1

추수감사절 식탁에 둘러앉은 가족들 모습을 한번 떠올려 보시죠. 칠면조는 늘 식탁 한가운데, 제일 큰 접시에 당당하게 자리를 잡습니다.

그런데 정작 다들 스터핑이랑 매쉬드 포테이토, 그레이비만 열심히 떠가고 칠면조 살코기는 한두 점 얹는 데 그치는 걸 여러 번 봤습니다.

실제로 한 여행 매체가 미국 성인 1,04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추수감사절 음식 중 가장 싫어하는 메뉴 1위로 칠면조가 꼽혔습니다.

싫어한다고 답한 비율이 35퍼센트에 달했는데, 2위인 스터핑과 3위인 햄이 각각 32퍼센트 안팎이었으니 칠면조가 확실히 앞선 셈입니다.

그럼에도 같은 해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7퍼센트가 그해 추수감사절에 칠면조를 먹을 계획이라고 답했습니다.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꼬박꼬박 상에 올린다는 이야기인데, 이거야말로 미국식 명절의 아이러니 아니겠습니까.

칠면조가 이렇게 홀대받는 가장 큰 이유는 다들 아시다시피 뻑뻑하고 마른 식감 때문입니다.

가슴살과 다리살이 익는 속도가 다른데, 다리살을 안전하게 먹을 수 있는 온도까지 익히는 동안 가슴살은 이미 수분을 다 잃어버리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하더군요. 게다가 칠면조 다리살은 닭 다리살보다 지방이 적어서, 조금만 오래 구워도 퍽퍽해지기 쉽다고 합니다.

요즘 마트에서 파는 칠면조 대부분이 짧은 기간에 몸집만 키우도록 개량된 품종이라는 점도 한몫한다고 봅니다. 크기와 가격에 맞춰 대량으로 찍어내다 보니, 풍미보다는 부피가 우선순위가 된 상품에 가까워진 셈입니다.

반대로 야생 칠면조나 소규모 농장에서 기른 품종은 훨씬 맛이 진하다는 평가가 많은 걸 보면, 대량생산 시스템 자체가 밍밍한 맛의 한 원인이 아닌가 싶습니다.

더 재미있는 건 칠면조가 원래부터 추수감사절의 주인공이었던 것도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1621년 플리머스에서 열렸다는 첫 추수감사절 잔치에 칠면조가 올랐다는 기록조차 뚜렷하지 않다고 합니다. 그날 상에는 오히려 사슴고기나 조개, 옥수수 같은 것들이 더 많이 올랐을 가능성이 크다고 역사학자들은 이야기합니다.

칠면조가 명절 대표 음식으로 굳어진 건 19세기 잡지와 요리책들이 그런 이미지를 퍼뜨렸고, 1863년 링컨 대통령이 추수감사절을 국경일로 선포하면서부터라고 봐야겠습니다.

벤저민 프랭클린이 칠면조를 미국의 상징으로 밀었다는 이야기도 워낙 유명한데, 사실은 조금 다릅니다.

프랭클린은 1784년 딸에게 보낸 편지에서 흰머리수리를 국가 상징으로 정한 걸 못마땅해하며, 칠면조가 오히려 더 품위 있는 새라고 적었을 뿐입니다.

이 이야기가 널리 퍼진 건 1962년 뉴요커 표지에 흰머리수리 대신 칠면조를 그려 넣으면서부터였다고 하니, 신화라는 게 이렇게 만들어지는구나 싶습니다.

흥미로운 건 나이가 있는 세대일수록 칠면조를 꽤 좋아한다는 조사 결과입니다.

60대 이상 응답자 중 칠면조를 싫어한다고 답한 비율은 24퍼센트 정도로, 젊은 세대보다 훨씬 낮았습니다. 맛보다는 오랜 세월 반복해 온 그 냄새와 풍경 자체에 정이 든 게 아닐까 싶은데, 저도 어느 정도는 그쪽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한인 가정에서도 칠면조는 상 위에 구색만 갖추고, 정작 젓가락은 갈비나 잡채 쪽으로 먼저 가는 풍경을 종종 봤습니다.

새로 정착한 나라의 명절을 우리 방식대로 즐기는 것뿐인데, 어쩌면 이게 칠면조의 인기 없음을 가장 솔직하게 보여주는 장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환경 쪽 일을 오래 들여다본 입장에서 한마디 보태자면, 이렇게 다들 마지못해 먹는 음식을 매년 그 큰 덩어리로 구워서 절반 넘게 남기는 것도 참 아까운 노릇입니다.

명절이라는 이유만으로 습관처럼 사들이는 대형 칠면조보다는, 식구 수에 맞는 크기를 고르는 편이 지갑에도 냉장고에도 훨씬 이롭다고 봅니다.

저라면 칠면조는 상징적으로 한 접시만 올려두고, 나머지 식탁은 다들 더 좋아하는 음식으로 채우는 쪽을 택하겠습니다. 어차피 다들 스터핑에 먼저 손이 가는 거, 이제는 솔직해져도 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