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 사이에 나쁜 소식 끼워 넣는 미국식 화법 - San Jose - 1

미국 회사에서 일하다 보면 안 좋은 소식을 전하는 방식이 유독 정형화되어 있다는 걸 느낄 때가 있어요. 성과 리뷰 시간에 매니저가 먼저 칭찬으로 말을 시작하고, 중간에 슬쩍 문제를 짚은 다음, 마지막에 다시 칭찬으로 마무리하는 패턴이거든요.

실제로 들어보면 얼추 이런 흐름이에요. "지난 분기에 정말 잘해줬고 팀에서 없어서는 안 될 사람이에요. 다만 마감을 몇 번 놓친 부분은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아요. 그래도 앞으로 잘할 거라고 믿어요." 칭찬, 지적, 칭찬이 순서대로 딱 맞아떨어져요.

처음 이런 대화를 겪었을 때는 뭔가 앞뒤가 안 맞는다고 생각했어요. 분명히 지적을 들었는데 대화가 끝나고 나면 칭찬받은 기분이 더 크게 남아서, 정작 무슨 문제였는지 헷갈리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이 화법에는 이름까지 따로 있는데, 영어로는 컴플리먼트 샌드위치 혹은 피드백 샌드위치라고 불러요. 칭찬, 지적, 칭찬 순서로 말을 쌓아서 비판을 두 겹의 긍정적인 말 사이에 끼워 넣는 구조라서 붙은 이름이에요.

기원을 찾아보니 이 방식 자체는 1940년대부터 상담이나 심리치료 분야에서 이미 쓰이던 기법이라고 해요. 지금 우리가 아는 형태로 직장 문화에 널리 퍼진 건 1980년대인데, 화장품 회사 메리케이의 창업자 메리 케이 애시가 1989년 자신의 경영서에서 비판은 두 겹의 두꺼운 칭찬 사이에 끼워 넣으라고 조언하면서부터라고 하네요.

재미있는 건 이 화법이 회사 안에서만 쓰이는 게 아니라는 거예요. 학교에서도 교사가 학생 과제에 코멘트를 달 때 비슷한 방식을 쓰는 경우가 많은데, 좋은 점 하나를 먼저 짚고 고쳐야 할 부분을 말한 다음 다시 격려로 마무리하는 식이더라고요.

왜 하필 이런 방식이 미국 문화에서 자리를 잡았을까 생각해보면, 관계를 깨지 않으면서도 할 말은 해야 하는 상황에서 나온 절충안 같아요. 개인의 자존감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문제는 짚고 넘어가야 하니, 형식이라도 완충 장치를 만들어 둔 셈이에요.

한국에서 자란 사람 입장에서 보면 이 화법이 낯설게 느껴질 수밖에 없어요. 웃어른이나 상사가 지적할 때는 보통 본론부터 들어가는 경우가 많았으니, 칭찬으로 시작해서 칭찬으로 끝나는 대화 구조 자체가 신기하게 느껴지는 거예요.

개인적으로 이 완충 장치가 늘 공평하게 쓰인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성과 리뷰처럼 회복 가능한 문제라면 이런 배려가 필요하지만, 해고처럼 되돌릴 수 없는 통보까지 칭찬으로 포장해서 두루뭉술하게 전달하면 오히려 상황 파악이 늦어져서 손해를 보는 쪽은 결국 직원 아닐까 싶어요.

그런데 최근에는 이 샌드위치 화법이 오히려 별로라는 연구 결과도 꽤 나오고 있어요. 듣는 사람이 앞뒤에 붙는 칭찬을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형식적인 인사치레로 여기면서, 정작 중요한 지적 내용이 흐려진다는 지적입니다.

조직행동 연구 쪽에서는 오히려 이런 완충형 피드백이 개선 효과를 떨어뜨린다는 분석도 나왔어요. 캐나다 아이비 경영대학원 쪽 연구자들은 형식보다 진심 어린 직설이 신뢰를 더 쌓는다는 결과를 최근 내놓기도 했죠.

반복해서 쓰다 보면 상대방도 패턴을 눈치채기 마련이에요. 칭찬으로 말문을 열면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제 곧 안 좋은 얘기가 나오겠다고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게 되고, 그러면 앞의 칭찬은 그냥 지나가는 인사말처럼 들리고 말아요.

개인적으로는 이 화법을 완전히 없애야 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아요. 다만 칭찬이 정말 껍데기뿐이라면 차라리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데는 공감이 가네요.

정리하자면 결국 중요한 건 순서가 아니라 진심이 담겼는지 아닌지인 것 같아요. 형식은 얼마든지 빌려 써도 되지만, 그 안에 담긴 말이 비어 있으면 아무리 좋은 틀이어도 소용이 없다는 게 요즘 드는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