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랫동안 코네티컷에서 살면서 한국에서는 거의 신경 써본 적 없는 병 이름 하나를 달고 살게 됐습니다. 바로 라임병(Lyme disease)이에요.
처음 들었을 때는 저도 "라임? 과일 라임하고 관계있나?" 했습니다. 그런데 알아보니 이름부터 코네티컷과 깊은 관계가 있더라고요. 1970년대 코네티컷의 Lyme과 Old Lyme 지역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관절염 환자들이 집단으로 발견되면서 본격적으로 알려졌고, 그래서 Lyme disease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그러니 코네티컷 사는 사람이라면 남의 동네 이야기라고 할 수가 없어요.
라임병을 옮기는 대표적인 녀석이 흑각진드기(Black-legged tick, Ixodes scapularis)입니다. 흔히 deer tick이라고도 부릅니다. 문제는 이게 우리가 생각하는 커다란 벌레가 아니라는 거예요. 특히 어린 진드기는 워낙 작아서 몸에 붙어 있어도 모르고 지나칠 수 있습니다.
코네티컷은 숲도 많고 사슴도 흔하잖아요. 우리 눈에는 참 평화롭고 예쁜 풍경인데 진드기 입장에서도 살기 좋은 환경인 셈입니다. 산에 깊숙이 들어가지 않아도 잔디밭이나 숲 가장자리, 낙엽이 쌓인 곳에서 접촉할 수 있어요. 강아지 산책시키다가 집으로 데리고 들어오는 경우도 있고요.
라임병에 걸리면 처음에는 발열이나 피로, 두통, 근육통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유명한 것이 과녁처럼 둥글게 퍼지는 erythema migrans라는 피부 발진인데, 모든 사람에게 전형적인 모양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치료하지 않고 지나가면 관절이나 신경계, 심장 등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서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더 골치 아픈 건 코네티컷에서 조심해야 할 진드기 매개 질환이 라임병 하나가 아니라는 겁니다. Anaplasmosis와 Babesiosis 같은 질환도 있고, 진드기 종류에 따라 다른 질환이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겁먹어서 여름 내내 집 안에만 있을 필요는 없어요. 예방수칙 몇 가지만 습관으로 만들면 됩니다.
저는 숲이나 풀이 많은 곳에 갈 때는 가능하면 긴 바지를 입는 게 낫다고 봅니다. 밝은 색 옷을 입으면 붙어 있는 진드기를 발견하기도 쉽고요. 노출되는 피부에는 DEET 같은 성분이 들어간 방충제를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건 집에 돌아온 다음입니다. 야외활동을 하고 들어오면 샤워하면서 몸을 한번 확인하세요. 겨드랑이, 사타구니, 무릎 뒤, 허리 주변, 머리카락 안쪽, 귀 뒤처럼 눈에 잘 안 보이는 곳을 특히 살펴보는 게 좋습니다. 아이들은 부모가 확인해주는 게 좋고 강아지도 털 사이를 한번 봐주세요.
만약 진드기가 붙어 있다면 손으로 잡아 비틀거나 이것저것 바르는 것보다 끝이 가는 핀셋으로 피부 가까운 부분을 잡아 천천히 곧게 빼는 것이 권장됩니다. 이후에는 물린 날짜를 기억해두고 이상한 발진이나 열, 몸살 같은 증상이 나타나는지 살펴보는 게 좋습니다.
코네티컷 처음 왔을 때는 눈 많이 오는 것과 전기요금만 걱정했는데 오래 살아보니 진드기까지 신경 써야 하더라고요. 그래도 라임병은 무조건 무서워할 병이라기보다 알고 대비해야 하는 뉴잉글랜드 생활의 특징에 가깝습니다.
코네티컷에서 봄부터 가을까지 산책이나 캠핑을 즐기신다면 이것 하나만 기억하세요. 집에 돌아와서 옷 털고, 샤워하고, 몸 한번 확인하기. 별것 아닌 습관 같지만 라임병 예방에는 이런 작은 습관이 정말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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