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옷 시즌 끝 70% 세일까지 기다리는 사람들의 셈법 - Demarest - 1

지난주에 아는 후배가 겨울 코트를 정가 주고 샀다는 얘기를 들었다. 매장에서 딱 마음에 드는 색이 나왔길래 참지 못했다고 하더라.

나는 그 얘기를 듣고 곧바로 몇 달만 기다렸으면 반값도 안 됐을 텐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에서 옷 사는 사람들 중에는 정가에 손도 안 대는 부류가 따로 있다. 시즌이 완전히 끝날 때까지 버티다가 70% 세일이 뜨는 순간에만 지갑을 여는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이 유난히 인내심이 강해서 그러는 게 아니다. 매장 안에서 옷값이 실제로 어떻게 떨어지는지 알고 나면, 기다리는 쪽이 훨씬 합리적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타겟만 봐도 구조가 꽤 뚜렷하다. 클리어런스는 보통 30% 할인으로 시작해서 한두 주 간격으로 계속 더 떨어진다.

그렇게 몇 차례를 거치고 나면 결국 70% 할인까지 도달하는 상품들이 나온다. 처음 가격표를 봤을 때와 비교하면 완전히 다른 물건 같은 가격이 된다.

재미있는 건 요일까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는 점이다. 여성복 마크다운은 화요일에 몰리는 경향이 있다고 하니, 무작정 매장을 도는 것보다 요일을 노리는 게 낫다.

메이시스는 방식이 조금 다르다. 시즌이 지난 상품을 대상으로 하는 클리어런스 행사가 1년에 네 번 정도 돌아온다.

이때 부서별로 40에서 60% 할인이 붙는다. 그리고 라스트 액트라는 이름이 붙은 코너에 들어가면 신발과 의류가 60에서 80%까지 떨어져 있는 걸 볼 수 있다.

JC페니는 아예 날짜가 정해져 있는 편이다. 매달 첫째, 셋째 금요일에 새로운 마크다운이 뜬다.

처음엔 크게 안 느껴지던 가격이 몇 번의 금요일을 거치며 80%까지 내려가는 걸 보면, 서두르지 않은 사람이 결국 이기는 구조라는 생각이 든다.

갭도 나름의 리듬이 있다. 새 상품이 매장에 들어온 지 대략 4주쯤 지나면 마크다운 스티커가 붙기 시작한다.

그 마크다운은 대개 주 중반에 진행되고, 4월과 8월에는 온라인에서만 진행하는 클리어런스 행사로 50% 할인을 따로 얹어준다.

계절별로 보면 흐름이 더 선명해진다. 겨울 옷은 1월에서 2월 사이, 아직 춥긴 한데 매장 입장에서는 봄 상품을 들여야 할 시점에 가장 많이 빠진다.

여름 옷은 반대로 8월에서 9월 사이에 정리된다. 가을 신상품이 들어올 자리를 만들어야 하니 여름 원피스나 반팔이 이 시기에 확 빠지는 편이다.

가을 옷은 좀 늦게, 10월 말에서 11월 초쯤 마크다운이 시작된다. 겨울 코트와 니트가 매장을 채우기 직전이 되어서야 가을 옷 값이 떨어지는 셈이다.

매장마다 마크다운 요일과 주기가 이렇게 제각각이라, 한 곳만 보고 판단하면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다. 타겟 화요일, JC페니 첫째 셋째 금요일, 이런 식으로 몇 군데를 겹쳐서 확인하는 사람들도 있다.

나도 관심 가는 브랜드 몇 곳은 이메일 알림을 걸어둔다. 마크다운이 뜰 때마다 알림이 오니 매번 매장을 들르지 않아도 되고, 괜히 헛걸음할 일도 줄어든다.

이 흐름을 알고 나면 시즌 끝 세일만 노리는 사람들의 행동이 이해가 간다. 그들은 새 상품이 나오는 타이밍과 재고 정리 타이밍을 같이 보고 움직인다.

정가에 사는 사람은 지금 당장 입고 싶다는 마음이 우선이고, 세일까지 기다리는 사람은 어차피 다음 계절에도 입을 옷이라는 마음이 우선인 것 같다.

물론 이 방식에 약점이 없는 건 아니다. 인기 있는 사이즈와 색상은 세일이 시작되기 훨씬 전에 이미 빠져나간다.

70% 할인까지 남아있는 물건 중에는 극단적으로 작거나 큰 사이즈, 아니면 아무도 안 고른 색상만 남아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래서 시즌 끝 세일 쇼핑은 이 옷이 꼭 필요하다는 목적보다는, 이 정도 가격이면 사둬도 손해는 아니라는 계산에 가깝다.

나는 개인적으로 코트나 재킷처럼 비싼 아우터는 이 방식이 잘 맞는다고 본다. 어차피 매년 비슷한 디자인이 나오고, 가격 차이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반면 티셔츠나 기본 팬츠처럼 가격 자체가 낮은 품목은 굳이 몇 달을 기다릴 이유가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 할인폭이 커봤자 몇 달러 차이라 시간과 발품을 들일 만큼의 이득이 안 나온다.

세일 시기를 기다리는 사람들 사이에서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어차피 다음 시즌에도 입을 텐데 지금 더 낼 이유가 없다는 말이다.

나도 이 말에는 어느 정도 공감하는 편이다. 특히 겨울 코트처럼 몇 년을 두고 입는 옷이라면, 서두를 이유가 별로 없어 보인다.

다만 이 전략이 모두에게 맞는 건 아니라는 점도 짚고 싶다. 매장을 여러 번 들르거나 온라인 클리어런스 페이지를 주기적으로 확인할 시간과 여유가 있어야 가능한 방식이다.

바쁜 사람에게는 그 몇 주, 몇 달을 기다리는 과정 자체가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다.

결국 정가에 사느냐 세일까지 기다리느냐는 옳고 그름의 문제라기보다 각자의 생활 리듬에 달린 문제인 것 같다. 나라면 급하게 필요한 게 아니라면 한 시즌 정도는 기다려보는 쪽을 택하겠다.

다음 겨울 코트를 살 계획이 있다면, 지금 당장 매장에 들어가기보다 1월 말쯤 마크다운 일정을 한 번 확인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