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A에 오래 살다 보니 9월에 더운 것 자체는 별로 놀랍지도 않다.
원래 LA는 9월, 10월에도 갑자기 100도 가까이 올라가는 날이 있었다.
우리가 흔히 인디언 서머라고 부르던 늦더위다. 제대로 인디언 서머 오면 100도가 갑자기 넘어가는데 산타아나 바람 쎄게 불면 기온이 더 올라간다.
그런데 예전에는 그래도 LA 더위에 자존심 하나는 있었다.
"더워도 습하지는 않잖아."
한여름에 95도, 100도가 넘어가도 그늘에 들어가면 그나마 살 만했고, 습해서 끈적끈적하게 몸에 붙는 느낌은 별로 없었다.
그래서 동부나 한국에서 온 사람들이 "LA도 엄청 덥네요" 하면 속으로 그랬다.
그래도 여기는 습하지 않아요. 그게 LA의 마지막 자존심이었다.
그런데 요 며칠은 이게 뭔가 싶다.
이건 내가 기억하던 LA의 9월 날씨가 아니다.예전 인디언 서머는 뜨거웠다. 그런데 말 그대로 바싹 뜨거웠다.
아침에 나가면 공기가 건조하고 햇볕이 따갑지만 해지면 그래도 습기가 없어서 살만했다.
그런데 지금은 플로리다 흉내를 낸다. 습도는 왜 따라오는 건지 모르겠다.
LA 살면서 더위와 습도를 세트로 겪어야 한다면 이건 계약조건 위반 아닌가.
물론 며칠 습했다고 LA 기후가 플로리다처럼 변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남가주에도 몬순 수분이 들어오거나 열대성 수증기가 유입되면 습도가 갑자기 올라가는 날이 예전부터 있었다.
다만 요즘 날씨를 보면 확실히 극단적인 날이 자주 기억에 남는다.
어떤 해에는 9월에 기록적인 폭염이 오고, 어떤 때는 열대성 폭풍의 수분이 올라오고, 겨울에는 비가 며칠씩 퍼붓는다.
산에는 눈이 잔뜩 왔다가 몇 달 지나면 또 산불 걱정을 한다.
기후변화라는 말을 안 꺼내려고 해도 슬슬 꺼낼 수밖에 없다. 옛날에는 사람 얼굴 보고 세월이 흘렀구나 했는데, 이제는 날씨를 보고 그런 생각을 한다.
9월이면 덥기는 해도 저녁에는 선선해지고, 창문 열어놓으면 바람 들어오던 LA가 기억난다.
요즘은 집에서 계속 에어컨부터 켜야한다. 결국 전기요금은 올라가고, 기온도 올라가고, 이제 습도까지 올라간다.
안 올라가는 건 월급밖에 없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그래도 LA 사람이라면 아직 마지막 희망 하나는 있다.
"며칠만 버티면 다시 건조해지겠지."
그런데 해마다 그 며칠이 조금씩 길어지는 느낌이다.
LA야, 더운 건 이해하겠다.근데 습하기까지 하면 반칙이지.


냉면행성방위대
초코송이전자파
고구마고속엘리베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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