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라델피아는 미국 동부에서도 한인 이민 역사가 상당히 오래된 도시입니다.
특히 1970~80년대 이민 온 한인들에게 필라델피아는 뉴욕이나 LA와는 또 다른 중요한 정착지였습니다.
한때 North 5th Street와 Olney 일대에는 한글 간판이 줄지어 있었고 식당, 식품점, 세탁소, 델리, 뷰티서플라이 같은 한인 업소들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그런데 요즘 필라델피아 시내를 돌아보면 예전 같은 한인타운의 느낌은 많이 약해졌습니다.
실제로 인구 자료에서도 이런 변화가 나타납니다. 2010년 필라델피아 시의 한인 인구는 약 7,074명이었는데 2020년에는 약 6,011명으로 집계됩니다.
10년 동안 약 15%가 줄어든 셈입니다. 그렇다면 필라델피아 한인들은 어디로 간 걸까요?
한국으로 전부 돌아간 것도 아니고 다른 주로 모두 떠난 것도 아닙니다.
상당수는 필라델피아 시 경계를 넘어 교외로 이동했습니다.
필라델피아 한인들은 처음에는 Logan 지역에 자리 잡았다가 1980년대 Olney 쪽으로 이동했고, 이후 경제적으로 자리를 잡은 1세대 가정들이 다시 Cheltenham과 Montgomery County 등으로 옮겨가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자녀가 생기면 이유는 더욱 현실적입니다.
집은 더 넓었으면 좋겠고, 동네는 조용했으면 좋겠고, 학교도 괜찮았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결국 도심에서 장사하더라도 집은 교외에 마련하는 한인들이 늘어났습니다. Olney에서 사업하면서 Cheltenham에서 사는 식이었습니다.
이후에는 North Wales, Blue Bell, Horsham, Lansdale 등 Montgomery County 안쪽으로 한인 주거지역이 더 넓게 퍼졌습니다.
서쪽으로는 Upper Darby, 필라델피아 강 건너 뉴저지에서는 Cherry Hill과 Marlton에도 한인 생활권이 형성됐습니다.
그래서 필라델피아 한인 인구 감소를 단순히 "필라델피아에서 한국 사람이 없어지고 있다"고 해석하면 조금 틀립니다.
정확하게는 한인 사회가 도시 한곳에 모여 살 필요가 없어졌다고 보는 편이 맞습니다.
1세대 이민자 시절에는 영어도 불편했고 한국 식품점, 교회, 여행사, 보험회사 같은 한인 인프라가 가까이 있어야 생활하기 편했습니다.
하지만 2세, 3세로 넘어가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직장은 Center City에 있을 수도 있고 King of Prussia에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한국 식품은 자동차로 H Mart에 가서 사면 되고, 한국 뉴스와 TV도 인터넷으로 봅니다. 한국에 있는 가족과도 스마트폰 하나면 바로 연결됩니다.
굳이 한인타운 옆에 살아야 할 이유가 예전보다 훨씬 줄어든 겁니다.
여기에 오래된 한인 자영업의 세대교체 문제도 있습니다.
부모가 30년 동안 세탁소나 식당을 운영했다고 해서 미국에서 대학을 나온 자녀가 그 사업을 그대로 물려받는 경우는 예전처럼 흔하지 않습니다.
자녀들은 미국에 동화된 업종으로 자연스럽게 진출하고 직장을 따라 다른 지역으로 이동합니다.
그러면 부모가 은퇴하는 순간 한인 가게 하나가 없어지고, 그 가게를 중심으로 유지되던 작은 한인 생활권도 조금씩 사라집니다.
실제로 Olney의 North 5th Street에는 아직 한인 업소의 흔적이 많이 남아 있지만 과거처럼 한인만의 상권이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라틴계, 아프리카계, 동남아계 이민자들이 들어오면서 훨씬 다양한 이민자 상권으로 변했습니다.
결국 필라델피아 한인 사회가 사라지는 것이 아닙니다.
한곳에 뭉쳐 있던 한인타운이 넓은 필라델피아 메트로 지역으로 흩어지고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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