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7%, SK하이닉스 9% 폭락, 나스닥마저 4.2% 급락 - Austin - 1

트럼프가 밀던 AI 산업은 어디로 가나

오늘 아침 커피를 마시면서 주식시장을 확인하다가 조금 놀랐습니다.

한국에서는 어제 삼성전자가 7% 넘게 떨어지고 SK하이닉스는 9% 가까이 폭락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AI 반도체가 없어서 못 판다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분위기가 이렇게 갑자기 달라질 수도 있군요.

그런데 미국 증시를 보니 상황은 더 심각했습니다.

CNBC 보도에 따르면 목요일 나스닥 종합지수는 장중 4.2% 급락했습니다.

지난달 기록했던 최고점에서 10% 이상 하락하면서 이른바 조정장에 진입한 것입니다.

S&P 500 지수도 2.6% 하락했고,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780포인트, 약 1.5% 떨어졌습니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전날 미국 증시가 크게 올랐다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하루 만에 분위기가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다우지수는 전날 상승분의 절반가량을 반납했습니다.

투자자들이 기술주에서 돈을 빼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업종으로 옮기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셰브런이나 존슨앤드존슨 같은 기업의 주가는 상대적으로 선방했지만, 기술주 매도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이래서 세상일에는 흐름이라는 게 있는 모양입니다.

오스틴에 살다 보면 미국이 AI와 반도체 산업에 얼마나 많은 돈을 투자하고 있는지 실감하게 됩니다.

테슬라 공장이 있고, 삼성전자도 오스틴과 인근 테일러에 대규모 반도체 시설을 운영하거나 건설하고 있습니다

주변에는 새로운 산업단지와 주택단지가 계속 들어서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7%, SK하이닉스 9% 폭락, 나스닥마저 4.2% 급락 - Austin - 2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AI 산업에서 세계 1등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하게 밀어붙였습니다.

규제를 완화하고 에너지 생산을 확대해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투자를 촉진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텍사스는 이런 정책의 대표적인 수혜 지역이었습니다.

넓은 땅과 풍부한 에너지 자원, 기업에 우호적인 사업 환경까지 갖추고 있으니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짓기에 유리한 곳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미국 중간선거 이후 정치적 환경이 달라지면서 AI 산업의 미래를 바라보는 시각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습니다.

민주당이 AI 기술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데이터센터가 소비하는 막대한 전력과 물, 환경 문제, 지역 주민들이 부담하는 전기요금 등에 대해서는 더 엄격한 감독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AI 데이터센터 하나를 짓는 데 수십억 달러가 들어가지만, 완공 이후 지역 주민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얼마나 되는지는 따져볼 문제입니다.

건설할 때는 일자리가 생기겠지만, 운영에 필요한 인력은 생각보다 많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면 전력망을 확충하고 냉각수를 확보하는 데 드는 비용은 지역사회에 부담으로 남을 수도 있습니다.

그동안 주식시장은 AI 산업이 앞으로도 계속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에 많은 돈을 투자했습니다.

엔비디아가 성장하면 메모리 반도체 기업도 성장하고, 데이터센터가 늘어나면 전력회사와 건설회사까지 함께 돈을 벌 것이라는 논리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투자자들이 질문하기 시작한 겁니다.

이렇게 많은 돈을 투자해서 도대체 언제 수익을 낼 수 있는가.

여기에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면 시장이 흔들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이번 반도체 주식 폭락을 전부 중간선거 결과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이미 기술주 가격이 많이 올라 있었고, AI 투자에 대한 과열 논란도 계속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흥미롭게 보는 부분은 따로 있습니다.

AI 기술이 하루아침에 나빠진 것도 아닙니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생산 능력이 갑자기 떨어진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투자자들의 기대가 바뀌었다는 이유만으로 주식시장에서 엄청난 돈이 사라집니다.

결국 주식시장은 현재보다 미래에 대한 기대와 두려움으로 움직인다는 이야기겠지요.

오스틴에서 살면서 느끼는 것은 미국 경제가 참 역동적이라는 점입니다.

어제까지 최고의 투자처라고 하던 산업이 오늘은 위험하다는 평가를 받고, 몇 달 뒤에는 다시 새로운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나스닥이 하루에 4% 넘게 떨어지고, 한국의 대표 반도체 기업들이 7~9%씩 폭락하는 모습을 보면서 다시 생각했습니다.

세상에 영원히 오르기만 하는 주식은 없습니다.

그리고 영원히 한 방향으로만 흘러가는 정치도 없습니다.

트럼프가 만들어 놓은 AI 투자 열풍이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바뀔지, 특히 텍사스 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지 지켜볼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