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동자 색깔, 참 신비롭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렇게 다양한 눈동자 색이 어떻게 결정되는지, 또 어떤 색이 가장 흔하고 어떤 색이 가장 희귀한지 궁금하시죠?

가장 흔한 눈동자 색은 뭐니 뭐니 해도 갈색(Brown)입니다. 전 세계 인구의 약 70~80%가 갈색 눈을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갈색 눈은 멜라닌이라는 색소가 풍부하게 포함되어 있어 햇빛을 잘 차단하고, 자외선으로부터 눈을 보호하는 기능이 뛰어납니다. 그래서 햇빛이 강하고 기후가 더운 지역일수록 갈색 눈을 가진 사람들이 많지요.

한국인의 경우 대부분의 사람들이 짙은 갈색(Dark Brown) 또는 아예 검게 보이는 매우 짙은 갈색 눈동자를 가지고 있습니다. 멀리서 보면 검은색처럼 보이지만, 햇빛이나 강한 조명 아래서 보면 사실 갈색 빛이 도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현상은 한국뿐 아니라 동아시아, 동남아시아 대부분 지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은 과거부터 햇볕이 강한 계절과 환경에 노출되어 왔고, 인류가 이런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해 눈을 자외선으로부터 보호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멜라닌 색소가 풍부한 갈색 눈은 자외선을 효과적으로 차단해 눈을 보호하는 데 유리한 장점이 있었습니다.

우리가 흔히 "검은색 눈"이라고 부르는 것은 사실 과학적으로 따지면 아주 짙은 갈색 눈입니다. 멜라닌 색소가 매우 풍부하게 축적되어 있어서 멀리서 보면 검게 보이지만, 빛을 비춰보면 사실상 진한 갈색임을 알 수 있습니다. 완전한 순수한 ‘검정색’ 눈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자연적으로 생성될 수 있는 색소는 멜라닌뿐인데, 이 멜라닌이 극도로 많이 쌓이면 눈이 거의 검은색처럼 보일 뿐입니다.

그래서 요약하자면, 검은 눈도 결국 갈색 눈의 한 종류이며, 멜라닌 농도가 극도로 높은 형태라고 보시면 됩니다. 궁금하신 김에, 본인 눈이 검은색일 경우 빛에 비춰보시면 아주 진한 갈색 빛이 보일 거예요!


다음으로 흔한 색은 헤이즐(Hazel) 눈입니다. 한국어로는 '개암색'이라고도 하지만, 사실 이 색은 설명하기가 조금 애매합니다. 녹색과 갈색이 섞여 있는 듯한 오묘한 색깔인데, 빛의 각도에 따라 색이 달라 보이기도 합니다. 햇빛 아래에서는 초록빛이 돌다가도, 어두운 곳에서는 갈색처럼 보이기도 하지요. 헤이즐 아이는 주로 유럽과 미국, 중동 지역에서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8~10% 정도가 가진 푸른색(Blue) 눈도 빼놓을 수 없겠지요. 북유럽, 동유럽 사람들이 주로 푸른 눈을 가졌는데, 사실 푸른 눈에는 파란색 색소가 전혀 없습니다. 그런데 왜 파랗게 보일까요? 이는 빛의 산란 현상, 정확히 말하면 ‘레이leigh 산란’ 때문입니다. 하늘이 파랗게 보이는 것과 같은 원리이지요. 멜라닌 색소가 적어서 눈의 홍채에서 짧은 파장의 푸른색 빛이 산란되면서 눈이 파랗게 보이게 됩니다.

한국인의 눈동자 색은 유전적,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짙은 갈색이 절대적인 우세를 보이고, 푸른색이나 헤이즐 색 눈동자 색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이런 이유로 한국 사회에서는 밝은 색 눈동자에 대한 동경이나 호기심도 문화적으로 꽤 큰 편이지요.


그다음으로는 희귀한 눈동자 색으로는 녹색(Green) 눈이 있습니다. 세계 인구의 약 2% 미만이 가지고 있는 아주 독특한 색입니다. 주로 북유럽, 특히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아이슬란드 같은 지역에서 많이 볼 수 있지요. 녹색 눈은 멜라닌 함량이 낮고, 리포크롬(lipochrome)이라는 색소가 포함되어 있어 특유의 연두빛 또는 짙은 초록빛을 띕니다. 이 색깔은 자연 속에서도 흔하지 않으니, 사람 눈동자에서 보면 더욱 신비롭게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푸른 눈보다 더 희귀한 색도 있습니다. 바로 회색(Gray) 눈입니다. 세계 인구의 약 1% 이하만이 회색 눈을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색 역시 빛의 산란 현상에 의해 나타나지만, 홍채에 미세한 섬유조직 구조가 더 조밀하게 분포되어 있어서 푸른색보다는 회색에 가깝게 보입니다. 회색 눈은 주로 동유럽, 특히 발트해 주변 국가들에서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정말 보기 드문 색깔, 호박색(Amber) 눈도 있습니다. 이 색은 마치 노란색과 주황색이 섞인 듯한, 황금빛을 띠는 아주 독특한 색입니다. 멜라닌은 적지만 리포크롬이라는 색소가 많아서 이런 색깔을 띠지요. 호박색 눈은 주로 스페인, 이탈리아, 남미 일부 지역, 그리고 동아시아의 일부에서도 아주 드물게 발견됩니다.

마지막으로, 자연적인 색 중 가장 희귀한 색으로는 붉은색 또는 보랏빛(Red/Violet) 눈을 꼽을 수 있습니다. 이 색은 주로 알비노(백색증) 환자에게서 나타납니다. 알비노는 멜라닌 색소를 거의 생성하지 못하는 유전적 질환인데, 이로 인해 눈의 혈관이 그대로 비쳐 붉은빛이나 보랏빛으로 보이게 됩니다. 이런 경우 시력에도 문제가 동반되는 경우가 많아 안과적 관리가 필요합니다.

이제 유전적인 이야기를 해볼까요? 눈동자 색깔은 단순히 부모에게서 하나씩 물려받는 형식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과거에는 한두 개의 유전자에 의해 결정된다고 생각했지만, 최근 연구에서는 최소 16개 이상의 유전자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대표적으로 OCA2 유전자와 HERC2 유전자가 눈 색깔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HERC2 유전자 안에 있는 특정 변이는 OCA2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하여 멜라닌 생성량을 결정합니다. 예를 들어, 푸른 눈을 가진 사람들은 이 두 유전자의 조합 때문에 멜라닌 생성량이 적고, 갈색 눈을 가진 사람들은 멜라닌 생성량이 많은 것이지요.

그렇다면 왜 북유럽이나 동유럽에 푸른 눈과 녹색 눈이 많은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학자들은 과거 빙하기 이후 햇빛이 약한 지역에서 비타민 D 합성을 위해 멜라닌 양이 적은 방향으로 진화했을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멜라닌이 적을수록 자외선을 더 잘 흡수해 비타민 D를 합성하기 유리하니까요. 반면, 강렬한 햇빛이 내리쬐는 지역에서는 눈을 보호하기 위해 멜라닌이 많은 갈색 눈이 주를 이루게 된 것입니다.

결국 눈동자 색깔은 단순한 미적 요소가 아니라, 인류가 오랜 시간 환경에 적응하면서 만들어진 자연스러운 결과물입니다. 현재는 전 세계적으로 인구 이동과 혼혈이 활발해지면서 다양한 눈 색깔 조합이 점점 더 흔해지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더 독특하고 다양한 눈 색깔을 가진 사람들도 자주 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정리하자면, 눈동자 색깔은 멜라닌과 리포크롬 같은 색소, 그리고 복잡한 유전자 조합, 환경적 요인들이 모두 어우러져 결정되는 놀라운 결과입니다. 그래서 같은 가족 안에서도 서로 다른 눈 색깔을 가진 경우가 생기기도 하고, 전혀 예상치 못한 색깔이 자녀에게 나타나기도 하지요. 눈동자 색 하나에도 이렇게 많은 과학과 역사가 담겨 있다는 것, 참 흥미롭지 않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