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넘어가면서 시끄럽고 화려한 곳 보다는 분위기 파악이 되는곳에서 즐기게 된다. 그런 기준으로 보면 오스틴의 밤문화는 LA나 뉴욕이랑 결이 꽤 다르다. 오스틴에서 밤에 술 마시기 좋은 곳 나갈때 괜히 옷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대표적인 곳은 단연 레이니 스트리트다. 오래된 단독주택을 바처럼 바꿔놓은 구조라 처음 가도 집들이 온 느낌이 든다.

바에 들어가서 맥주 들고 서 있으면 옆 테이블 사람이 자연스럽게 말 걸어온다. 시끄럽지만 정신없는 정도는 아니다. 음악 좋아하면 사우스 콩그레스 쪽 라이브 바도 좋다. 무대랑 손님 거리가 가까워서 공연 보면서 술 마신다는 느낌이 제대로 난다. 다운타운 루프탑 바들은 야경이 좋고, 혼자 가도 어색하지 않다. 오스틴 밤 술자리는 과시보다 분위기다. 오래 앉아 천천히 마셔도 눈치 안 보이는 게 이 도시의 가장 큰 장점이다.

내가 살았던 뉴욕은 사람도 많고 장소도 촘촘하다. 바 하나 들어가면 변호사, 금융맨, 예술가, 관광객이 한 공간에 섞여 있다. 밤 11시에 시작해서 새벽 3시가 피크인 느낌이고, 다들 바쁘게 마신다. 대화도 빠르고 분위기도 어딘가 계산적이다. 오늘 밤 즐기고 내일은 각자 삶으로 돌아간다는 느낌이 강하다.

LA는 또 다르다. 한인타운도 미국에서 제일 크고 이쪽은 클럽이나 라운지는 외모와 스타일이 중요하고, 사람들 시선이 계속 오간다. 누가 누구랑 왔는지 뭐 하는 사람인지 은근히 다들 살핀다. 음악은 좋고 공간은 멋진데, 편하게 풀어지기까지 시간이 좀 걸린다. 잘 놀면 영화 한 장면 같고 안 맞으면 괜히 어색하다.


오스틴은 이 둘 사이에 있으면서도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여기 밤문화는 과시보다는 참여에 가깝다.

오스틴에 유독 자유로운 영혼이 많은 이유는 텍사스 안에 있지만 텍사스답지 않은 역사와 분위기 때문이다. 주정부 수도이면서 동시에 대학 도시라 젊은 에너지가 계속 유입되고, 음악과 예술이 생활처럼 자리 잡았다. 라이브 음악 바가 동네마다 있고, 남 눈치 안 보고 자기 스타일대로 사는 게 자연스럽다.

보수적인 텍사스 문화 속에서 오히려 반작용처럼 개인의 자유와 표현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더 강해졌다. 여기에 테크 기업과 크리에이터들이 몰리면서 돈보다는 라이프스타일을 중시하는 사람들이 모였고, 그게 오스틴 특유의 자유로운 공기를 만들었다. 그래서 이 도시는 라이브 음악 바가 많고, 실제로 연주하는 밴드 중심이다.

다들 맥주 들고 자연스럽게 서서 듣고, 모르는 사람끼리도 말 섞는 게 이상하지 않다. 옷도 편하고, 나이대도 섞여 있다. 20대 대학생부터 40대까지 한 공간에 있는 게 자연스럽다. 클럽보다는 바, 바보다는 음악이 중심이다.

서른 남자 입장에서 보면 오스틴 밤문화는 피곤하지 않아서 좋다. 누구한테 보여주기 위한 밤이 아니라, 그냥 오늘 하루 잘 끝내는 느낌이다. 뉴욕은 에너지 넘치고, LA는 화려하지만, 오스틴은 사람 냄새가 난다. 늦게까지 놀아도 다음 날 숙취보다 여운이 남는 도시다.

그래서 오스틴의 밤은 중독성이 있다고 본다. 한 번 익숙해지면 은근히 빠지는 맛이 생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