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만의 파이널 진출, 샌안토니오는 지금 난리났습니다  - San Antonio - 1

샌안토니오에 살다 보면 느끼는 게 여기 사람들은 스퍼스를 그냥 좋아하는게 아니라 거의 집착에 가깝습니다.

처음 샌안으로 이사 왔을 때는 "NBA 팀 하나 있는 게 뭐 그렇게 대단한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살아보니까 이유를 알겠더군요.

달라스 사람들은 NFL 시즌이 되면 카우보이스 이야기합니다. NBA 시즌에는 매버릭스 이야기합니다. 야구 좋아하는 사람은 레인저스 따라다닙니다.

휴스턴도 마찬가지입니다. 애스트로스, 텍산스, 로키츠가 있으니까 스포츠 팬들의 관심이 자연스럽게 나뉩니다.

그런데 샌안토니오는 이 도시에서 전국구 프로 스포츠 팀은 스퍼스 하나입니다. NFL도 없고 MLB도 없습니다.

그래서 스포츠 프랜차이즈 응원하는 전 도시의 에너지가 전부 한 곳 스퍼스로 몰립니다.

거의 3대 독자 외아들 수준이죠 ㅎㅎ

플레이오프 시즌만 되면 다들 스퍼스 이야기가 나오고, 식당에서도 스퍼스 이야기가 나오고, 동네 바에서는 경기 끝날 때까지 사람들이 TV 앞을 떠나지 않습니다.

생각해 보면 그럴 만도 합니다.

미국 사람들에게 샌안토니오를 아냐고 물으면 알라모보다 스퍼스를 먼저 떠올리는 사람이 많습니다.

팀 던컨 시대부터 시작해서 다섯 번이나 우승했고, NBA를 안 보는 사람도 스퍼스라는 이름은 들어봤습니다.

사실상 이 도시의 가장 강력한 브랜드인 셈입니다.

그래서 이번 파이널 진출이 더 특별합니다.

2014년 우승 이후 무려 12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스퍼스 팬들은 리빌딩도 참고, 연패도 참고, 드래프트 순위만 보면서 버텼습니다.

12년 만의 파이널 진출, 샌안토니오는 지금 난리났습니다  - San Antonio - 2

웸반야마 뽑았을 때도 "한 5년 후에는 우승 경쟁하겠지" 정도로 생각한 사람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훨씬 빨리 여기까지 왔습니다.

오클라호마시티를 7차전에서 꺾고 파이널 진출이 확정되자 샌안토니오 지역 뉴스는 거의 하루 종일 스퍼스 이야기만 했습니다.

라디오도 스퍼스, TV도 스퍼스, SNS도 스퍼스입니다.

재미있는 건 만약 달라스 팀이 부진하면 사람들은 카우보이스 시즌 기다리면 됩니다.

휴스턴 사람들은 애스트로스 경기 보러 가면 됩니다. 그런데 샌안토니오는 그런 게 없습니다. 결국 다시 스퍼스로 돌아옵니다.

그래서 이 도시 사람들은 선수들도 가족처럼 생각합니다.

던컨이 은퇴할 때 울던 사람도 많았고, 포포비치 감독이 인터뷰하면 지역 뉴스 톱기사로 나올 정도입니다.

이번 파이널 상대가 뉴욕 닉스라는 것도 묘합니다. 1999년 스퍼스가 첫 우승을 차지했던 상대가 바로 닉스였거든요.

오래된 팬들 입장에서는 "우승하면 좋겠다"가 아닙니다.

"드디어 우리 차례가 다시 왔다."

아마 지금 이 도시에서 가장 기대되는 이벤트는 NBA 파이널 1차전입니다.

 12년 만에 돌아온 무대는 단순히 한 팀의 성공이 아니라, 샌안토니오라는 도시 전체가 다시 한 번 주인공이 되는 순간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