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요일 저녁 6시. LA 한인타운의 중심이라 불리는 6가 체크만 몰부터 돌아다녀보면 예전과는 다른 분위기를 느끼게 됩니다.
사실 팬더믹 이전안 2019년만 해도 금요일 저녁이면 식당 앞에는 번호표를 든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고, 발레파킹 직원들은 바쁘게 뛰어다녔습니다.
무제한 BBQ 고깃집에서는 연기가 꽉차게 피어오르고, 술집과 노래방은 자리가 없어서 밖에서 기다리는 일도 흔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다릅니다.
길에서 보이는 차들도 밤이되면 예전보다 적고, 식당 안에도 빈 테이블이 눈에 띕니다.
물론 잘되는 업소도 있습니다. 하지만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을 하는 사장님들이 훨씬 많아졌습니다.
한인타운에서 15년째 고깃집을 운영하는 사장님 말씀. "예전에는 금요일 저녁 6시만 되면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요. 고기 굽느라 바쁘고 술 주문도 계속 들어왔죠. 지금은 9~10시면 손님들이 거의 다 나가요. 예전처럼 2차, 3차 가는 문화도 많이 줄었고 술도 확실히 덜 마십니다."
이 이야기는 비단 한 업소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한인타운 곳곳에서 비슷한 목소리가 들립니다.
가장 큰 변화는 손님이 줄었다는 것입니다. 코로나 이후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윌셔와 다운타운에서 퇴근하던 직장인들이 예전처럼 한인타운으로 몰리지 않습니다. 유학생 유입도 예전만 못하고, 새 이민자 수도 과거처럼 빠르게 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한인들이 많이 떠났습니다. 집값과 렌트비 부담 때문에 풀러턴, 부에나파크, 어바인으로 이사하는 경우가 많아졌고, 최근에는 아예 텍사스나 네바다, 애리조나처럼 생활비가 저렴한 지역으로 이주하는 사람들도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예전 단골들이 하나둘 사라지니 장사도 자연스럽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비용은 더 큰 문제입니다. 캘리포니아 최저임금은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직원 한 명만 더 써도 부담이 크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여기에 식자재 가격은 몇 년 전보다 크게 올랐고, 고기값과 채소값, 모든 식재료와 원가 가격도 만만치 않습니다.
상가 렌트도 여전히 높습니다. 전기료와 가스요금, 보험료까지 줄줄이 매년 오르다 보니 사장님들은 "팔아도 남는 게 없다"는 말을 자주 합니다.
한 분식집 사장님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손님은 줄었는데 나가는 돈은 계속 늘어요. 가격을 올리면 손님이 줄고, 안 올리면 남는 게 없고.... 결국 가족들이 나와서 일하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아직 끝나지 않은 숙제가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팬데믹 때 받은 SBA EIDL 대출입니다.
당시에는 문을 닫지 않기 위해 많은 업주들이 이 대출을 선택했습니다. 덕분에 위기를 넘길 수 있었지만 지금은 매달 갚아야 하는 원리금이 적지 않은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매출이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은 업소들에게는 이 대출금이 또 하나의 고정비가 된 셈입니다.
그래도 희망을 놓지 않는 사장님들도 많습니다.
예전에는 한인 손님만 기다렸다면 지금은 구글 리뷰 관리하고, 인스타그램에 홍보하고, 영어 메뉴를 강화하면서 타인종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SNS를 잘 활용하는 식당들은 젊은 미국인 손님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곳도 생겨났습니다.
LA 한인타운은 1992년 LA 폭동도 견뎌냈고, 금융위기도 버텨냈으며, 코로나 팬데믹도 이겨낸 곳입니다.
그래서 많은 사장님들은 이번 위기도 결국 지나갈 것이라고 믿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예전처럼 문만 열면 손님이 가득 차던 시대는 끝났습니다.
저녁만 되면 여전히 한인타운에서 사람들은 웃고 식사를 합니다.
하지만 그 불빛 뒤에서 가게 문을 닫고 하루 매출을 계산하는 사장님들의 마음은 무겁습니다.
겉으로는 평범한 하루처럼 보이는 금요일 밤.
그 하루를 버티기 위해 오늘도 누군가는 계산기를 두드리며 "다음 달도 잘 넘길 수 있을까"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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