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살다 남가주에서 바닷물 침수 걱정까지 하게 될 줄이야 - Long Beach - 1

오렌지 카운티 그리고 롱비치 쪽에서 살면서 가장 걱정했던 자연재해는 역시 지진이었습니다.

언제 큰 지진이 터질지 모른다는 이야기를 워낙 많이 들었으니까요.

그런데 살다 살다 이제는 바닷물이 넘쳐서 도로와 집이 침수될 수 있다는 뉴스까지 보게 되네요.

저는 롱비치에 살고 있습니다. 바다가 가까운 게 이 동네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죠.

주말에 해변을 걷거나 바닷바람을 쐬는 것도 좋고, LA처럼 복잡하지 않으면서도 도시 생활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듭니다.

그런데 오늘 뉴스를 보니 남가주 해안 전역에 해안 침수 경보와 주의보가 내려졌다는 겁니다.

오렌지카운티와 그 남쪽 해안 지역에는 침수 경보가, 그보다 북쪽 해안 지역에는 침수 주의보가 발령됐다고 하네요.

이번 주 목요일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비가 많이 오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내용을 자세히 읽어보니 비 때문이 아니더군요.

바닷물 높이가 올라가는 만조에 높은 파도까지 겹치면서 해안가 저지대가 물에 잠길 수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이게 좀 생소했습니다. 남가주 하면 햇볕 좋고 날씨 좋기로 유명한 곳이잖아요.

물론 겨울에 비가 많이 내려 도로가 침수되는 일은 봤지만, 바닷물이 밀려와서 주택이나 상가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경고는 평소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생각해 보니 롱비치에도 바다와 거의 같은 높이에 있는 동네들이 있습니다.

벨몬트 쇼어와 네이플스 같은 지역은 바다와 수로가 가까워서 풍경은 정말 아름답지만, 물이 높아지는 상황에서는 걱정할 수밖에 없겠더라고요.

특히 네이플스는 집 앞에 보트가 정박해 있는 곳도 많잖아요.

평소에는 그림 같은 풍경인데 만조와 높은 파도가 겹치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겠죠.

이번 예보에서는 오전 시간대 만조를 특히 조심하라고 합니다.

파도까지 겹치면 실제 바닷물 높이가 예상보다 더 높아질 수 있고, 일부 해변에서는 모래가 쓸려 나가는 해안 침식도 발생할 수 있다고 하네요.

물론 롱비치 전체가 물에 잠긴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해안가에서도 지대가 낮은 일부 지역이 문제인 거죠.

살다 살다 남가주에서 바닷물 침수 걱정까지 하게 될 줄이야 - Long Beach - 2

그런데 이런 뉴스가 나오면 괜히 신경이 쓰입니다.

평소에 아무 생각 없이 지나가던 해안도로가 침수로 통제될 수도 있고, 바닷가 근처에 차를 세워놨다가 낭패를 볼 수도 있으니까요.

특히 출근 시간과 만조가 겹치면 도로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롱비치에 사는 사람들은 아시겠지만 해안도로가 막히면 돌아가는 길도 만만치 않거든요.

사실 자연재해라는 게 참 묘합니다.

지진은 땅이 흔들리는 순간을 걱정하고, 산불은 불길과 연기를 걱정하고, 폭우가 내리면 도로가 잠길까 걱정합니다.

물론 이런 현상이 갑자기 처음 생긴 건 아니겠죠.

높은 만조와 파도가 겹쳐 해안이 침수되는 일은 예전에도 있었습니다.

다만 평소에는 별 관심 없이 지나쳤던 일이 내가 사는 지역의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느낌이 다르네요.

저도 이번 주에는 해변 근처에 차를 오래 세워두는 일을 피하고, 바닷가 쪽으로 이동할 일이 있으면 도로 상황부터 확인하려고 합니다.

해안가 저지대에 사는 분들이라면 차고나 현관 쪽으로 물이 들어올 가능성도 미리 살펴보는 게 좋겠습니다.

그리고 바닷물이 도로에 고여 있다면 괜찮겠지 하고 차를 몰고 들어가는 일은 피해야겠죠.

이번 뉴스를 보면서 또 하나 느낀 게 있습니다.

남가주에 살면 지진 대비만 잘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산불, 폭우, 강풍, 해안 침수까지 생각해야 할 일이 참 많다는 겁니다.

그렇다고 겁먹고 살 필요는 없죠. 내가 사는 동네가 어떤 자연재해에 취약한지 정도는 알아두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이번 침수 경보도 큰 피해 없이 지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살면서 지진 걱정만 하면서 살았는데, 이제는 아침에 일어나 바닷물 높이까지 확인해야 하는 세상이 됐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