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주말 오와이히 산자락 쪽으로 짧게 하이킹을 다녀왔습니다. 내려오는 길에 목장 울타리 너머로 양 떼가 천천히 움직이는 걸 한참 보고 있었는데, 문득 다운타운 그로브 스트리트의 바스크 블록이 떠올랐습니다.
보이시에 살다 보면 바스크라는 단어를 생각보다 자주 듣게 됩니다. 식당 메뉴에도, 축제 포스터에도, 거리 이름 비슷한 간판에도 나옵니다.
그런데 스페인과 프랑스 사이 피레네 산맥 출신 사람들이 왜 하필 이 내륙 사막 도시에 모였을까요. 처음 이곳에 왔을 때부터 늘 궁금했던 질문입니다.
답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양이었습니다.
1890년 무렵부터 바스크 사람들이 아이다호로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금광과 은광을 보고 온 사람도 있었지만, 상당수는 곧 양치기 일을 하게 됐다고 합니다.
돈도 학력도 넉넉지 않았던 이민자들이 남들이 꺼리던 일을 맡은 셈입니다. 산속에서 몇 달씩 혼자 양을 지키는 일이니 누구나 하려 들지는 않았겠지요.
아이다호 양 목축업이 커지면서 일자리도 늘었습니다. 먼저 온 사람들이 고향의 친척과 친구들에게 소식을 전했고, 그렇게 한 마을 사람이 다음 사람을 불러오는 식으로 이민이 이어졌습니다.
저도 산에서 며칠 캠핑을 해보면 사람 목소리가 그리워집니다. 그러니 그 시절 양치기들이 겨울에 산을 내려와 찾을 곳이 얼마나 절실했을지 짐작이 갑니다.
그 자리를 채운 게 하숙집이었습니다. 먼저 자리 잡은 바스크 사람들이 하숙집을 열었고, 겨울을 나러 내려온 양치기들이 그곳에 묵었습니다.
1920년 무렵 보이시에는 바스크 하숙집이 열 곳 가까이 있었다고 합니다. 한 역사학자는 양치기 일이 바스크인을 아이다호로 데려왔고, 하숙집이 그들을 머물게 했다는 취지로 정리하더군요.
저는 이 설명이 참 마음에 듭니다. 일자리만으로는 사람이 뿌리를 내리지 못합니다. 같은 말로 밥 먹고 떠들 공간이 있어야 합니다.
바스크 블록에 가면 그 흔적이 아직 서 있습니다. 1864년에 지어진 사이러스 제이컵스 하우스인데, 보이시에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벽돌 건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원래는 상인이자 훗날 시장을 지낸 제이컵스 가족의 집이었습니다. 1910년부터 바스크 가족들이 세를 들기 시작했고, 1928년에 우베루아가 가족이 사들여 1969년까지 하숙집으로 운영했습니다.
이 집은 1972년 국가사적지에 등재됐고, 지금은 바스크 박물관의 핵심 전시물입니다. 낮은 천장 아래 좁은 방들을 보고 있으면 이민 1세대의 겨울이 대충 그려집니다.
두 집 건너에는 1914년 안두이사 가족이 지은 호텔식 하숙집이 있습니다. 안에 실내 프론톤, 그러니까 바스크식 공놀이 코트까지 갖춘 건물입니다.
이 건물은 한동안 사무실로 쓰이다가 1970년대 초에 다시 코트로 복원됐습니다. 2003년에는 이곳도 국가사적지에 올랐습니다.
하숙집 시대가 저물 무렵에는 공동체가 스스로 구심점을 만들었습니다. 1949년 에우스칼두나크라는 단체가 꾸려졌고, 같은 해 바스크 센터가 세워졌습니다.
이 센터는 지금도 여름마다 열리는 산 이나시오 축제의 중심입니다. 1960년에는 오인카리 무용단이 생겨 전통 춤을 다음 세대로 이어왔습니다.
이민 흐름이 한 번에 끝난 것도 아닙니다. 1939년부터 1975년까지 이어진 프랑코 독재 시기에는 바스크어와 문화가 억압받았고, 이 시기에 건너온 사람들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니 보이시 바스크 공동체는 한 세대가 만든 게 아니라 여러 물결이 겹쳐 쌓인 결과입니다. 임시로 왔다가 눌러앉은 사람,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사람이 같은 블록에서 만난 겁니다.
공동체 규모를 두고는 자료마다 숫자가 제각각입니다. 바스크계를 어디까지 셀지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라, 미국 최대라는 표현도 여행 기사에서 흔히 쓰일 뿐 딱 잘라 확인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분명한 건 있습니다. 1987년 시작된 자이알디 축제가 5년마다 이곳에서 열리고, 미국에서 가장 큰 바스크 축제로 소개된다는 점입니다.
2020년 행사는 코로나로 취소됐고, 작년 2025년 7월 29일부터 8월 3일까지 10년 만에 다시 열렸습니다. 다운타운이 며칠 내내 붉은 스카프로 들썩였던 기억이 아직 생생합니다.
한인으로서 이 이야기가 남 일 같지 않습니다. 우리도 교회와 한인 마트, 작은 식당을 중심으로 서로를 불러 모으며 자리를 잡아왔으니까요.
저는 바스크 공동체가 백 년 넘게 버틴 비결이 화려한 정책이 아니라 가족과 이웃, 그리고 꾸준히 지켜온 전통에 있다고 봅니다. 요즘처럼 뭐든 빨리 바뀌는 시대에 오히려 배울 점이 많습니다.
바스크 블록은 다운타운에서 걸어서 둘러보기 좋습니다. 박물관을 먼저 보고 근처 식당에서 크로켓 한 접시 하면 반나절 코스로 딱 맞습니다.
다음 달에는 박물관 하숙집 투어를 다시 신청해볼 생각입니다. 이번엔 산에서 본 양 떼 생각을 하면서 그 좁은 방들을 천천히 둘러보려고 합니다.

ParisBag

Noodle Noodle | 
Twist Kim | 
미국 기상청 뉴우스 | 
Community Cross | 
콘푸라이트 선생님입니다 | 
A landlocked state | 



208 Master | 
미국 아이다호 수미네집 |
Fragile Me |
Rowland Mama |
foxtree |
bayaa |
loveyom |
Coastal city |
스파게티 날고있는 종교 |
마이타운 마이웨이 블로그 |
holy cow |
EndonE |
starline |
참 좋은 동네는 어디일까 |
부동산 REAL ESTATE |
Forest Gump |
재태크 부동산 미주한인 |
영화를 사랑하는 돌리돌이 |
dmzline |
Tavelo |
미국 음식정보 & 칼로리 |
Splendid Missio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