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 억만장자 재산 5% 일시불 세금? 11월 주민투표 간다 - Los Angeles - 1

캘리포니아가 이번에는 억만장자의 소득이 아니라 아예 '재산'을 보고 세금을 매기겠다고 나섰다.

오는 11월 3일 캘리포니아 유권자들이 결정할 주민발의안 40호 이야기다.

통과될 경우 2026년 1월 1일 기준 캘리포니아 주민이면서 순자산이 10억 달러를 넘는 사람에게 보유 자산을 기준으로 최대 5%의 세금을 한 차례 부과한다.

평범한 월급쟁이 입장에서는 10억 달러라는 숫자부터 별세계 이야기다. 10억 달러면 대략 1조원이 훌쩍 넘는다.

그러니 대부분의 주민에게 이번 선거는 "내 세금이 오르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저렇게 돈 많은 사람에게 이 정도 세금을 걷어도 되느냐"를 결정하는 투표에 가깝다.

과세 대상에는 주식, 사업체 지분, 예술품, 수집품, 지식재산권 등이 포함된다. 반면 부동산과 일부 연금 및 은퇴계좌는 일반적으로 빠진다. 세금은 2027년에 부과되며, 한꺼번에 내기 싫다면 추가 비용을 부담하고 5년에 걸쳐 나눠 낼 수도 있다.

돈의 사용처도 이미 정해놨다. 세수의 90%는 주민 의료 서비스에 사용하고 나머지 10%는 식품 지원이나 교육 관련 프로그램 등에 사용한다.

쉽게 말해 "억만장자에게 한 번 걷어서 의료와 복지에 쓰자"는 구조다.

그렇다면 얼마나 걷힐까.

캘리포니아 주의회 입법분석국(LAO)은 정확한 액수를 못 박지는 않았지만, 수년에 걸쳐 수백억 달러 규모의 세수가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억만장자 몇 명에게 걷는 세금치고는 상당한 금액이다. 그런데 세금이라는 게 계산기에서 끝나면 참 간단하다.

문제는 억만장자에게는 이삿짐센터를 부를 돈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LAO 역시 일부 억만장자가 세금 부담에 대응해 캘리포니아를 떠나거나 다른 방식으로 과세소득을 줄일 수 있다고 봤다.

그렇게 되면 이들이 매년 내던 캘리포니아 소득세가 줄어들 수 있다. LAO가 추정한 감소 규모는 연간 10억 달러 미만이다. 그러니까 계산이 묘해진다.

"한 번에 수백억 달러를 걷을 수 있다"는 계산과 "돈 많은 사람들이 떠나면 매년 들어오던 세금이 줄어든다"는 계산이 동시에 존재한다.

찬성 측에서는 억만장자의 자산 대부분이 주식과 기업 지분처럼 아직 팔지 않은 자산에 묶여 있어 일반적인 소득세만으로는 막대한 부의 증가를 제대로 과세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반대 측에서는 주가에 따라 매일 가치가 움직이는 기업 지분에 세금을 매기려면 자산 평가부터 복잡하고, 결국 부유층의 타주 이전을 촉진할 수 있다고 맞선다.

실제로 LAO도 주식가격 변동 때문에 재산가치를 정확하게 계산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지적한다.

그런데 이번 투표가 더 재미있는 이유가 있다.

같은 투표용지에 주민발의안 41호와 42호도 올라온다.

특히 42호는 주식이나 투자계좌 같은 금융자산을 포함해 개인재산의 '소유 자체'에 새로운 주세를 부과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이다.

즉 한쪽에서는 "억만장자 재산에 세금을 매기자"고 묻고, 같은 투표용지 다른 칸에서는 "그런 종류의 새로운 재산세를 못 만들게 하자"고 묻는 셈이다.

더 복잡한 건 득표수다. LAO 설명에 따르면 42호가 통과하면서 40호보다 더 많은 찬성표를 얻으면, 두 법안이 충돌한다고 법원이 판단할 경우 40호가 과반수 찬성을 받고도 시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41호 역시 40호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는 별도의 세금 관련 제한을 담고 있다.

결국 캘리포니아 유권자는 이번 11월에 단순히 "억만장자에게 세금을 더 걷을까요?"라는 질문 하나만 받는 게 아니다.

억만장자에게 재산세를 걷자는 법안도 찍고, 새로운 재산세를 막자는 법안도 같은 날 함께 판단해야 한다.

세법도 복잡한데 투표까지 퍼즐처럼 만들어 놓은 셈이다.

한 가지는 확실하다. 주민발의안 40호가 통과하면 캘리포니아는 소득이 아니라 억만장자가 보유한 거대한 자산 자체를 겨냥하는 상당히 이례적인 실험을 시작하게 된다.

반대로 관련 제한 법안이 더 많은 표를 얻으면 그 실험은 시작하기도 전에 법정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

억만장자에게 5%를 걷을 것인가, 아니면 그런 세금을 아예 못 걷게 할 것인가.

11월 3일, 유권자가 계산기를 두드릴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