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사 온 지 사흘째 되던 날 오후, 현관 벨이 울렸어요. 문을 열어 보니 옆집 분이 쿠키 한 접시를 들고 서 계시더라고요.
쓰레기 수거 요일이 언제인지, 동네 우체국은 어디가 덜 붐비는지 몇 마디 알려 주고는 금방 돌아가셨어요. 그 오 분이 이상하게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그래서 찾아봤어요. 미국에서 새 이웃에게 선물을 들고 찾아가는 풍습이 어디서 왔는지요. 그러다 웰컴 왜건이라는 이름을 만났습니다.
웰컴 왜건은 막연한 풍습 이름이 아니라 실제 회사 이름이에요. 1928년 테네시주 멤피스에서 광고업자 토머스 브릭스가 세웠습니다.
회사 측 설명으로는 서부 개척 시대에 길 떠난 사람들을 맞아 주던 포장마차에서 이름을 따왔대요. 광고 일을 하던 사람이 환대를 사업으로 만든 셈이죠.
방식은 단순했어요. 동네 여성들을 호스티스로 고용해서, 새로 이사 온 집에 선물 바구니를 들고 방문하게 했습니다.
회사 측은 창업자 브릭스와 몇몇 남성을 빼면 일하는 사람 거의 전부가 여성이었다고 소개해요. 그 시절 여성들이 집 근처에서 일하며 동네 사람을 두루 사귈 수 있는, 꽤 드문 일자리였을 거예요.
바구니 안에는 동네 가게들이 돈을 내고 넣은 쿠폰과 판촉물이 들어 있었어요. 병따개, 볼펜, 줄자 같은 소소한 물건들이요.
그러니까 따뜻한 인사이면서 동시에 아주 영리한 지역 광고였던 거예요. 처음엔 조금 김이 샜는데, 생각할수록 그게 오히려 솔직해서 좋았어요.
새로 온 사람은 어느 세탁소, 어느 빵집이 있는지 알게 되고, 가게는 단골 후보를 얻으니까요. 서로 손해 보는 사람이 없는 구조였죠.
전쟁 중에도 이 방문은 멈추지 않았어요. 1940년대 초 휘발유 배급제 때문에 호스티스들이 걷거나 자전거, 심지어 말을 타고 다녔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1944년에는 지점이 600곳에 이르렀고, 정부가 이 회사에 휘발유 배급 쿠폰을 내줬다고 해요. 이웃 맞이를 그만큼 쓸모 있는 일로 봤다는 뜻이겠죠.
1953년에는 뉴욕 5번가에 17층짜리 건물을 사들여 본사로 썼다고 해요. 멤피스에서 시작한 바구니 하나가 맨해튼 한복판까지 간 거예요.
전성기는 1960년대였어요. CNN 보도에 따르면 그때 한 해 방문 횟수가 150만 건에 달했습니다.
숫자를 보고 잠깐 멍해졌어요. 매년 그만큼의 현관문 앞에서 누군가 바구니를 들고 서 있었다는 거잖아요.
그런데 균열은 대도시에서 먼저 보였어요. 1960년대 뉴욕에서는 호스티스 수를 채우기도 힘들었다고 합니다.
낯선 사람을 경계하는 분위기, 낮에 집을 비우는 사람들, 저녁 방문을 반기지 않는 문화가 겹쳤대요. 문을 열어 줘도 뭘 팔러 온 줄 안다는 하소연도 남아 있어요.
이후 회사는 주인이 여러 번 바뀌었어요. 1971년에는 질레트가 사들였고, 1995년에는 CUC 인터내셔널이 인수했습니다.
CUC가 합병으로 센던트가 된 뒤인 1998년, 결국 집으로 찾아가는 방문이 끝났어요. 반세기 넘게 이어진 방식이었습니다.
당시 보도를 보면 방문 담당자 2,200명 대부분이 정리됐고, 가게 광고를 받는 인원 500명만 남겼다고 해요.
그해 방문 건수는 50만 건으로 줄어 있었다고 합니다. 전성기의 3분의 1이에요. 회사는 맞벌이 가정이 늘어 낮에 집에 있는 사람이 줄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어요.
바구니 대신 등장한 건 우편으로 보내는 쿠폰 책자, 기프트 북이었어요. 사람 대신 우편함이 손님을 맞게 된 거죠. 효율은 분명 좋아졌겠지만, 읽는 내내 조금 서운했어요.
웰컴 왜건이라는 이름은 지금도 살아 있어요. 2014년 쿠폰 회사 머니 메일러에 팔렸고, 지금은 우편과 온라인, 앱으로 새 입주자에게 지역 가게 쿠폰을 보냅니다.
회사가 망한 게 아니라 모습만 바뀐 셈이에요. 하지만 벨을 누르던 그 순간은 사라졌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게 시대 탓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우리 대부분이 낯선 사람이 문을 두드리는 걸 반기지 않게 됐으니까요.
저도 택배 기사가 아닌 사람이 벨을 누르면 먼저 도어캠부터 확인하거든요. 그러니 쿠키 접시를 든 옆집 분을 보고 놀란 것도 무리는 아니었죠.
재밌는 건, 회사의 바구니는 끝났어도 이웃끼리의 바구니는 남았다는 거예요. 특히 이사가 잦은 동네일수록 더 그런 것 같아요.
군인 가족이 몇 년마다 오가는 동네에서는 새 얼굴이 낯설지 않아요. 누군가 떠나면 또 누군가 오고, 그때마다 작은 접시가 오갑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자연스럽게요.
한국에서 이사 떡을 돌리던 기억이 겹치기도 했어요. 형태는 달라도 나 여기 왔어요, 잘 부탁해요라는 마음은 똑같잖아요.
쿠폰 책자도 쓸모는 있어요. 그래도 저는 우편함 속 책자보다 현관 앞 오 분이 훨씬 좋아요.
그래서 다음에 옆집에 이삿짐 트럭이 서면, 저도 머핀 몇 개 구워서 벨을 눌러 볼 생각이에요. 쓰레기 수거 요일 정보도 꼭 챙겨서요.

Walker1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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