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트퍼드의 도시 이미지를 형성한 영화와 드라마들 - Hartford - 1

요즘 한국에서도 미국 도시 하면 각각 다른 이미지가 떠오르잖아요. 뉴욕 하면 마천루, 뉴올리언스 하면 재즈, 시애틀 하면 비. 그럼 하트퍼드는요? 솔직히 말하면 보험회사 도시라는 인상이 가장 강하죠. 그런데 한번 생각해봐야 할 게 있어요.

이 도시의 이미지를 만드는 데 영화와 드라마가 생각보다 큰 역할을 해왔다는 사실입니다.

저도 이 동네에 살면서 알게 된 건데, 의외로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꽤 있더라고요.

하트퍼드의 이미지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건 바로 마크 트웨인입니다. <톰 소여의 모험>과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쓴 그 마크 트웨인이 1874년부터 1891년까지 이 도시에서 살았어요. 그리고 이 소설들은 지금까지 수십 편의 영화와 드라마로 만들어졌죠. 직접적으로 하트퍼드가 배경인 건 아니지만, 마크 트웨인의 집이 하트퍼드에 있다는 사실은 이 도시를 미국 문학의 성지로 각인시키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관광객들이 트웨인 하우스를 방문하러 오고, 미국 교과서에도 등장하는 그 이름이 하트퍼드와 묶이면서 도시 이미지가 서서히 형성된 거예요. 이런 게 소프트파워 아닐까요?

2022년에 개봉한 영화 <콜 제인(Call Jane)>은 하트퍼드에서 촬영됐는데, 영화 속에서는 1960년대 시카고로 등장합니다. 하트퍼드가 시카고를 연기했다고 하면 재밌지 않나요? 엘리자베스 뱅크스와 시고니 위버가 출연한 이 작품은 낙태권을 주제로 한 드라마로, 상당히 진지한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어요.

이런 영화에 하트퍼드 거리가 담겼다는 건, 이 도시의 분위기가 그만큼 진지하고 역사적인 무게감을 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빈티지한 벽돌 건물과 오래된 주택가가 카메라 앞에서 60년대의 분위기를 살려냈다는 거, 꽤 자랑스럽지 않나요?

할마크 채널의 크리스마스 영화들도 하트퍼드 이미지 형성에 조용한 기여를 했습니다. 버쉬넬 파크의 회전목마가 등장하는 장면들은 하트퍼드를 따뜻하고 고전적인 미국 소도시의 느낌으로 표현해줬어요. 코네티컷 전체적으로 보면 할마크와 라이프타임 채널의 홀리데이 영화 22편 이상이 이 주에서 촬영됐을 만큼, 이 지역 분위기가 미국인들이 꿈꾸는 아늑한 크리스마스 마을의 이미지와 잘 맞아떨어진다고 봐요. 드라마 속 하트퍼드는 위험하거나 복잡한 대도시가 아니라, 삶의 온기가 남아있는 곳으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보면 하트퍼드는 영화 속에서 다양한 역할을 맡아왔어요. 19세기 문학의 고향이기도 하고, 60년대 도시를 재현하는 배경이기도 하고, 아늑한 크리스마스 마을이기도 하죠. 이 도시가 스스로를 어떻게 보여주느냐보다, 카메라가 이 도시를 어떻게 담느냐가 외부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것 같아요. 살면서 느끼는 하트퍼드와 스크린 속 하트퍼드, 둘 다 나름의 진실을 담고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