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1월 중간선거, 살기힘든 중산층은 어떤 결심을 하고 있을까 - Chicago - 1

요즘 미국 경제가 좋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고개를 갸웃하게 됩니다.

다우존스니 S&P니 주식시장이 어떻고 나스닥 기업 실적이 어떻고 하는데, 정작 평범한 직장인들의 생활은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거든요.

저는 시카고 살면서 사실 정치적으로 중도에 가깝습니다. 공화당이든 민주당이든 무조건 편들 생각은 없습니다.

그런데 이번 11월 3일 중간선거는 좀 다르게 느껴지네요. 일단 요즘은 미국 중산층이 정말 화가 나 있는 것 같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기름값입니다. 10월 26일 기준 미국 평균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4.29달러입니다.

이란 전쟁 이전보다 약 43% 올랐다고 합니다. 왜 이런 문제가 생긴걸까 화가 납니다.

출퇴근 때문에 일주일에 두 번씩 주유하는 사람이라면 부담이 상당하겠죠.

그런데 기름값은 미국 중산층이 겪는 경제적 고통을 가장 쉽게 보여주는 숫자일 뿐입니다.

식료품 가격은 이미 몇 년 동안 올라왔고, 자동차 보험료와 주택 보험료도 부담스럽습니다.

집을 사려는 사람은 높은 미친듯이 올라버린 모기지 금리에 막히고, 집을 가진 사람은 재산세와 유지비가 걱정입니다.

시카고에서는 겨울 난방비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전기요금에 가스요금까지 올라가면 중산층이라는 말이 무색해집니다.

그렇다고 월급이 생활비만큼 넉넉하게 오르는 것도 아닙니다.

최근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가 48.0까지 떨어졌습니다. 이게 놀라운게 조사 역사상 두 번째로 낮은 수준입니다.

사람들이 단순히 기분이 나쁜 게 아니라 앞으로의 경제 상황을 상당히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뜻입니다.

더 흥미로운 건 정치적 중도층의 움직임입니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민주당이 하원 선거에서 공화당보다 앞서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을 민주당에 대한 열렬한 지지라고 해석하기는 어렵습니다. 저도 민주당이 떨떠름한게 많아요 ㅎㅎ.

CBS 여론조사에서도 유권자들은 공화당이든 민주당이든 어느 쪽도 경제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저 역시 비슷한 생각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를 살리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시끄럽기만 하던 관세와 이란 전쟁, 에너지 가격 상승을 둘러싼 논란 속에서 생활비 부담은 여전합니다.

그렇다고 민주당이 집권하면 기름값이 갑자기 뚝 떨어지고 식료품 가격이 내려갈까요?

그것도 믿기 어렵습니다.

대통령이나 의회가 버튼 하나 누른다고 국제유가와 물가가 내려가는 건 아니니까요.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 중요한 건 사람들이 자신의 생활이 나빠졌다고 느끼면 누군가에게 책임을 묻고 싶어 한다는 겁니다.

10월 말 발표된 여론조사에서는 유권자의 38%가 지난 1년 동안 가계 형편이 나빠졌다고 답했습니다.

좋아졌다는 응답은 15%에 불과했습니다.

이 정도면 경제가 잘 돌아간다는 정치인들의 설명이 얼마나 공허하게 들릴지 짐작이 갑니다.

물론 모든 중산층이 같은 선택을 하지는 않을 겁니다.

공화당 지지자 중에는 높은 물가에도 기존 지지를 유지하는 사람이 있고, 민주당의 정책을 더 불신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반대로 생활비 부담 때문에 공화당에 등을 돌리는 중도층도 있겠죠.

저는 이번 선거가 어느 정당을 좋아해서 찍는 선거라기보다, 지금의 상황을 계속 받아들일 수 있는지 판단하는 선거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특히 중산층에게 가장 무서운 건 당장 가난해지는 것이 아닙니다.

열심히 일하고 세금을 내고 저축해도 5년 뒤, 10년 뒤에는 지금보다 못살 수 있다는 불안감입니다.

기름값이 갤런당 4달러를 넘었다는 사실보다 그 불안감이 훨씬 심각한 문제입니다.

미국 중산층은 아직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예전처럼 노력하면 생활이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은 상당히 흔들리고 있습니다.

11월 3일 투표장에서 그 불안감이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는 아직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