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좋은 음식만 찾지 말고, 좋은 변을 만드는 음식을 먹자  - Chicago - 1

나이 먹으니까 먹는 것에 신경을 안 쓸 수가 없다.

뭐가 몸에 좋다고 하면 한 번씩 찾아보게 된다. 블루베리가 좋다, 견과류가 좋다, 올리브오일이 좋다, 유산균을 먹어야 한다.

그런데 이것저것 찾아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몸에 좋다는 걸 먹는 것도 중요한데 결국 좋은 대변이 나오게 먹는 게 더 중요한 것 아닌가?

사실 우리가 먹은 음식의 마지막 결과가 변이다. 며칠 동안 뭘 어떻게 먹었는지 화장실에 가보면 어느 정도 표시가 난다.

무리하게 힘을 줘야 하거나 토끼똥처럼 조금씩 나오거나, 반대로 계속 설사를 한다면 아무리 몸에 좋다는 음식을 챙겨 먹었다고 해도 장 상태가 좋다고 하기는 어렵다.

우리 대장 속에는 엄청나게 많은 미생물이 살고 있다. 흔히 장내 유익균이라고 부르는 것들이다.

그런데 유산균 하나 먹는다고 이 녀석들이 알아서 잘 사는 게 아니다. 얘들도 먹을 게 있어야 한다.

그 먹이가 바로 식이섬유다.

채소, 콩, 귀리, 보리, 과일, 견과류 같은 것을 먹으면 일부 식이섬유는 소장에서 다 소화되지 않고 대장까지 내려간다.

그러면 장내 미생물들이 이걸 먹고 단쇄지방산이라는 물질이 만들어지는데, 그중 부티레이트 같은 것은 대장 세포가 사용하는 중요한 에너지원이 된다.

그러니까 브로콜리를 먹는다고 생각해보자. 우리는 그냥 "비타민 많으니까 몸에 좋겠지" 하고 먹는다.

그런데 장 입장에서 보면 내 대장에 살고 있는 미생물한테 먹이를 보내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좋은 변은 어떤 변일까?

쉽게 생각하면 된다. 흔히 바나나나 소시지 같은 '황금 똥' 이라고 이야기하는 이유가 이것이다.

그래서 나는 장 건강을 생각할 때 무조건 유산균부터 찾는 것보다 내가 평소 뭘 먹고 있는지를 먼저 본다.

예를 들어 몸 만든다고 고기, 닭가슴살, 달걀만 열심히 먹는데 채소나 콩, 통곡물은 거의 안 먹는 사람이 있다.

단백질은 충분히 먹었을지 몰라도 장내 미생물 입장에서는 먹을 게 부족할 수 있다.

반대로 아침에 귀리나 오트밀을 먹고, 점심이나 저녁에 콩과 채소를 곁들이고, 과일과 견과류도 조금씩 먹으면 여러 종류의 식이섬유가 계속 들어온다.

한 가지 건강식품을 왕창 먹는 것보다 여러 종류의 식물성 음식을 꾸준히 먹는 게 장에는 더 낫다.

물도 같이 마셔야 한다. 변비 있다고 갑자기 식이섬유만 잔뜩 먹고 물은 별로 안 마시면 배에 가스가 차고 오히려 더 불편할 수도 있다.

평소 채소를 거의 안 먹던 사람이라면 조금씩 늘리는 게 좋다.

김치나 요구르트 같은 발효식품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김치 먹고 유산균 하나 먹었다고 끝나는 건 아니다. 결국 매일 무엇을 먹느냐가 더 중요하다.

몸에 좋은 걸 먹어야지 하는 생각에서 한 발 더 나가서, 좋은 변이 나오게 먹어야지 하고 생각해보는 것이다.

오늘 내가 먹은 음식이 나만 먹는 음식이 아니라 내 뱃속에 살고 있는 수많은 장내 미생물도 같이 먹는 음식이라고 생각하면 생각이 조금 달라진다.

입에서는 맛있는 게 최고지만 장에서는 얘기가 다르다.

다음 날 화장실에 가서 힘 안 들이고 시원하게 좋은 변이 나왔다면, 전날 내가 먹은 음식이 적어도 내 장에는 꽤 괜찮았다는 얘기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