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쿡카운티에 사는데 '나도 권총 하나 살까?' 생각할때마다 묘한 긴장감이 섞인 감정이 생기게 된다.

한국에서 살아온 나에게 총은 군대에 들어가서 접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것도 보병용 소총 K2.

그런데 미국에 오고 나서부터 총은 단순히 '무기'라기보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하나의 권리처럼 다가왔다.

처음 이곳 시카고에 왔을 때 총기 상점에 가보고 진열장 안에 진열된 권총, 벽에 걸린 수많은 소총들은 내게 충격이었다.

"여기선 정말 총을 이렇게 쉽게 살 수 있는 건가?"

한국에서는 실탄도 구입이 불가능하고 총이라는 단어 자체가 멀게만 느껴졌는데, 미국에서는 전자제품 사듯이 '선택'의 문제로 다가왔다.

주변 미국인 친구들에게 물어보면 답은 다양했다.

어떤 친구는 자기 집에 권총을 한 자루 두고 있다고 했다. 이유를 물어보니 "시카고 살다보니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서."

그 말이 처음엔 이해되지 않았지만 시카고에서 좀 오래 살다 보니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뉴스를 틀면 총기 사건 소식이 나오고, 시카고 지역에 따라 치안격차가 크다 보니 스스로를 지키려는 마음이 생기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러나 나에게는 여전히 갈등이 있다. '총을 가지면 정말 안전해지는 걸까?' 라는 의문이다.

미국인들에게 총은 자기방어의 수단이고 헌법이 보장한 권리이지만 너무 위험하게 보였다.

실제로 총기를 소지하지 않은 사람은 피해자일 수 있지만, 동시에 총기를 소지한 사람도 순간의 실수나 분노로 범죄자가 될 수 있다.

내가 아는 지인 중에는 밤늦게까지 가게 문을 닫아야 할 때가 많은데, 몇 번 강도를 당하고 나서는 총을 마련했다고 했다.

그분의 말 속에는 두려움과 체념이 동시에 묻어 있었다. "총이 무섭지. 하지만 총이 없으면 더 무섭더라."

미국이라는 사회에서 이민자로 살아간다는 건 이렇게 안전과 생존의 문제까지 부딪히게 되는구나 싶었다.

물론 모든 시카고에 사는 한국 사람들이 총에 대해 같은 생각을 하는 건 아니다.

어떤 이는 "차라리 멀리하고 사는 게 낫다"고 말하고, 또 다른 이는 "이왕이면 배워두고 소지하는 게 안전하다"고 말한다.

나 역시 그 사이에서 늘 고민한다. 총을 갖지 않으면 불안하고, 총을 가지자니 더 불안하다.

내가 한국에서만 살았다면 평생 총을 가질 필요도, 고민할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에 살고 있기에, 이곳의 현실 속에서 나와 가족을 지키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안전을 위해 총을 들고 싶지 않으면서도, 어쩌면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현실을 외면할 수 없으니 말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고민한다. 아이들을 데리고 위험한 지역을 운전할때 총 하나 있으면 든든하지 않을까 하면서.

시카고에 살면서 총을 가지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을지, 아니면 언젠가 나 역시 지인들처럼 총을 구입하게 될지.

확답은 아직 없다. 총이라는 긴장되고 묵직한 질문 앞에서, 나는 여전히 고민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