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근하고 늦게 동네를 한 바퀴 걷다 보면 문 닫을 시간이 다 된 주유소 편의점에 불이 켜져 있습니다. 계산대 청년이 마감 정리를 하는 모습을 보다가 문득 저 친구 시급은 얼마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시시피에는 주 최저임금법이 아예 없습니다. 미국에서 이런 주는 앨라배마, 루이지애나, 사우스캐롤라이나, 테네시와 미시시피 이렇게 다섯 곳뿐입니다.
그렇다고 바닥이 없는 건 아닙니다. 연방 공정근로기준법(FLSA)을 적용받는 사업장이라면 연방 최저임금 시간당 7.25달러가 그대로 기준이 됩니다.
이 7.25달러는 2009년 7월 24일 이후 한 번도 오르지 않았습니다. 2026년인 지금까지 17년째 같은 숫자라니, 적어 놓고 보니 새삼 놀랍습니다.
시나 카운티가 따로 최저임금을 정할 수도 없습니다. 주법(Mississippi Code 17-1-51)이 지방정부의 별도 최저임금 제정을 막아 두었기 때문입니다.
팁을 받는 직종은 계산이 조금 다릅니다. 고용주는 현금 시급을 2.13달러까지 낮출 수 있지만, 팁을 합친 금액이 시간당 7.25달러에 못 미치면 차액을 채워 줘야 합니다.
그리고 이 팁 크레딧을 쓰려면 고용주가 직원에게 미리 그 내용을 알려야 합니다. 식당 일을 시작하는 분이라면 첫날 이 부분을 꼭 물어보시는 게 좋습니다.
초과근무 기준도 연방법을 따릅니다. 비면제 근로자는 한 주 40시간을 넘긴 시간에 대해 정규 시급의 1.5배 이상을 받아야 합니다.
팁 받는 직원의 초과근무 수당도 2.13달러가 아니라 7.25달러를 기준으로 계산합니다. 이걸 헷갈리는 사업장이 의외로 많다고 하니 급여명세서를 한 번 들여다볼 만합니다.
월급제라서 초과근무가 없다고 들었다면 금액도 확인해 보셔야 합니다. 현재 연방 기준으로 주급 684달러, 연 35,568달러 미만이면 직책과 상관없이 대체로 초과근무 수당 대상입니다.
2024년에 이 기준을 크게 올리려던 규정은 그해 11월 텍사스 연방법원에서 무효가 됐습니다. 노동부는 2026년 5월 그 규정을 공식 철회하고 2019년 기준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렇다면 법이 정한 바닥이 이렇게 낮은 곳에서 시급 협상은 무엇을 근거로 해야 할까요. 제 생각에는 법정 최저선이 아니라 같은 일의 시장 가격을 들고 가야 합니다.
노동통계국(BLS) 자료를 정리한 O*NET을 보면 감이 옵니다. 2025년 기준 미시시피 트럭 운전사 평균 시급은 24.92달러로 전국 평균 28.19달러보다 낮습니다.
간호조무사는 미시시피 평균이 15.15달러, 전국 평균은 20.32달러입니다. 배관공은 미시시피 26.67달러, 전국 30.67달러로 나옵니다.
숫자를 보면 두 가지가 보입니다. 실제 시장 시급은 7.25달러보다 훨씬 위에 형성돼 있고, 동시에 전국 평균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그러니 협상할 때 전국 평균만 내밀면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미시시피 평균과 내 경력, 자격증, 근무 시간대를 묶어서 이야기하는 편이 훨씬 현실적입니다.
야간이나 주말 근무라면 그 점도 분명히 짚어야 합니다. 법으로 야간 가산수당을 주라는 규정은 없으니, 처음부터 조건으로 걸어 두지 않으면 받기 어렵습니다.
한 가지 더 알아 두실 것이 있습니다. 미시시피는 2022년 7월 1일에 성별 임금차별을 금지하는 동일임금법을 시행했는데, 미국에서 가장 늦게 이런 법을 만든 주였습니다.
이 법은 이전 연봉 이력과 직원이 협상을 시도했는지 여부를 임금 차이의 정당한 이유로 인정합니다. 고용주가 지원자에게 예전 급여를 묻는 것도 막지 않습니다.
급여 범위를 공개하라는 의무 조항도 없습니다. 결국 이곳에서는 말하지 않으면 손해를 보는 구조라고 보는 게 맞습니다.
그래서 저는 전 직장 급여를 먼저 꺼내지 말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질문을 받으면 이번 자리에서 기대하는 범위를 먼저 말하는 쪽이 낫습니다.
희망 시급은 한 숫자보다 범위로 준비하시는 게 좋습니다. 아래쪽 숫자도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선이어야 나중에 후회가 없습니다.
시급이 더 오르지 않는다면 다른 조건을 물어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근무 시간 보장, 건강보험 분담, 유급휴가, 첫 인상 시점 같은 것들입니다.
합의한 내용은 반드시 글로 남겨 두십시오. 오퍼 레터나 문자 한 줄이라도 있으면 나중에 말이 달라졌을 때 근거가 됩니다.
급여가 최저임금이나 초과근무 기준에 못 미친다고 느끼면 주 기관보다는 연방 노동부 임금근로국에 문의하는 게 맞습니다. 주 차원의 별도 제도가 없기 때문입니다.
한인 업소에서 일하시는 분들도 같은 기준이 적용됩니다. 아는 사이라서 대충 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수록 처음 조건을 분명히 해 두는 편이 관계도 오래 갑니다.
법이 정한 숫자는 그저 바닥일 뿐입니다. 내 시급은 시장 자료와 내가 들고 가는 근거로 정해진다는 걸 잊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오늘 밤에도 그 편의점 앞을 지나며 걸음을 조금 늦췄습니다. 조용한 밤길에서 하는 생각이지만, 협상만큼은 조용히 넘기지 마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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