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국 사필귀정, 인터넷에 박제된 과거 발언이 발목을 잡았다
프란체스카 홍 홈페이지에 (https://francescahong.com) 들어가면 첫머리에 이런 문구가 나온다.
"State Representative. Single Mom. Restaurant Worker. Chef."
주 하원의원이고 (위스콘신주 최초의 아시아계 주 하원의원 + 3선 의원), 싱글맘이고, 식당에서 일했고, 셰프라는 얘기다.
살아온 인생을 네 문장으로 압축한 건데 처음 보면 꽤 강렬하다.
평범한 정치 엘리트가 아니라 직접 일하고 아이 키우며 살아온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강조하려는 것이겠지.
그런데 내가 좀 꼰대기질이 있는 사람이라 그런지 이걸 보고 있으니 약간 "나는 알파요 오메가요, 이것도 했고 저것도 했으니 나를 찍어라" 하는 느낌도 든다.
물론 정치인은 자신을 팔아야 한다. 검사 출신이면 검사 경력을 내세우고 군인이면 군 경력을 내세운다.
식당에서 일했던 사람이 노동자의 삶을 이야기하는 것도 아무 문제가 없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주 하원의원을 넘어 주지사까지 도전할 생각이 있었다면 과거에 자기가 무슨 말을 했는지는 한번 정리했어야 하지 않았나 싶다.
인터넷 시대에는 5년 전 트위터에 쓴 말도 없어지지 않는다.
친구들끼리 술 한잔하면서 한 이야기는 다음 날 잊어버리지만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은 캡처되고 검색되고 결국 선거철이 되면 상대편 컴퓨터에서 다시 살아난다.
경찰 폐지, ICE 폐지, 연방 상원 폐지 같은 주장은 진보 진영 내부에서는 당시 정치적 구호로 받아들여졌을지 모른다.
하지만 주 전체 유권자를 상대로 하는 주지사 선거는 이야기가 다르다.
추수감사절을 '식민주의자들의 휴일'이라고 비판했다가 나중에는 자기가 좋아하는 휴일라고 하면 상대방 입장에서는 광고 만들기도 편하다.
"그때는 왜 그렇게 말했습니까?" 이 질문 하나면 된다.
사람 생각은 바뀔 수 있다.
나도 20대 때 생각과 지금 생각이 얼마나 다른데 정치인이라고 평생 같은 생각으로 살아야 한다는 법은 없다.
오히려 잘못 생각했다면 바꾸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선거에서는 그 변화까지 설명해야 한다.
"당시에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이런 경험을 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고 유권자를 납득시켜야 한다.
그걸 못 하면 상대방은 변했다고 하지 않는다. 말을 바꿨다고 한다.
정치하려는 사람에게 이 차이는 엄청나게 크다.
특히 주지사 정도를 꿈꾼다면 정치 인생을 깨끗한 도화지에 하나씩 그려나간다는 마음으로 관리했어야 한다고 본다.
오늘 열성 지지자들에게 박수받으려고 던진 자극적인 한마디가 5년 뒤 중도 유권자에게는 후보자를 떨어뜨릴 이유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가 정말 0.4% 차이의 초박빙이었다면 더 쓰라리다.
100명이 투표해서 60대 40으로 졌다면 할 말이 없다.
그런데 거의 반반으로 갈린 선거에서는 과거 글 하나, 인터뷰 한마디, 마지막 며칠 동안 마음을 바꾼 유권자 몇천 명이 결과를 뒤집을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이번 결과를 보면서 사필귀정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정치 성향이 진보라서가 아니다. 보수 정치인이 과거에 황당한 말을 잔뜩 해놓고 선거 직전에 주워 담아도 똑같은 얘기를 했을 것이다.
정치인은 결국 자기가 한 말의 영수증을 언젠가는 받는다.
더 무서운 건 요즘 그 영수증이 종이가 아니라 인터넷에 영원히 보관된다는 것이다.
정치인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명함보다 먼저 자기 구글 검색 결과부터 한번 들여다볼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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