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학교 급식 빚 6900달러, 무료 급식 논쟁의 속사정 - Iowa City - 1

미국 학교에서 밥을 먹으려면 먼저 계정에 돈을 넣어야 한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솔직히 무슨 소린가 싶었습니다.

급식 카드에 잔액이 있고, 그 잔액이 떨어지면 마이너스가 쌓입니다. 그러니까 여덟 살짜리한테도 신용이라는 개념이 붙는 셈이죠.

이걸 부르는 표현도 따로 있습니다. 급식 빚, school meal debt라고 합니다.

학교영양협회 조사를 보면 이 빚의 중간값이 2023년 가을 5495달러에서 2024년 가을 6900달러로 25.6퍼센트 올랐습니다. 학군 한 곳당 기준이니 전국으로 쌓이면 규모가 만만치 않겠죠.

같은 조사에서 2017-18학년도 중간값은 3400달러, 2014-15학년도는 2000달러였습니다. 물가 얘기만 나오면 투덜대는 편인데, 이건 물가보다 가파른 숫자네요.

사실 급식으로 나라가 시끄러웠던 경험은 우리도 있습니다. 2011년 8월 24일 서울시에서 무상급식 범위를 놓고 주민투표까지 갔었죠.

투표율이 25.7퍼센트에 그쳐 개표 요건인 33.3퍼센트를 못 채웠고, 시장은 이틀 뒤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밥 한 끼로 시장직이 왔다 갔다 한 겁니다.

차이가 있다면 한국은 그 논쟁을 비교적 짧게 통과했다는 점입니다. 미국은 팔십 년 가까이 같은 자리를 맴돌고 있고요.

그럼 왜 밥값을 개별로 받느냐. 이 제도의 출발점이 복지가 아니라 농업이었기 때문입니다.

1946년 트루먼 대통령이 서명한 전국학교급식법이 지금 제도의 뿌리입니다. 남아도는 농산물을 처리하면서 동시에 아이들을 먹이자는, 두 마리 토끼 사업이었죠.

첫해 참여 아동은 710만 명이었습니다. 이 법은 1999년에 법안을 밀어붙인 조지아주 상원의원 리처드 러셀 주니어의 이름을 따 개칭됐습니다.

출발이 그렇다 보니 구조가 지금도 선별 지원입니다. 가구 소득이 연방 빈곤선의 130퍼센트 이하면 무료, 130에서 185퍼센트 사이면 할인가로 먹습니다.

기준을 넘으면 돈을 내고, 그래서 신청서를 내고 심사를 받는 절차가 따라붙습니다.

규모는 작지 않습니다. 2023-24학년도에는 하루 평균 2940만 명이 이 프로그램으로 점심을 먹었고, 그중 2110만 명이 무료나 할인 대상이었어요.

이 오래된 구조가 한 번 크게 흔들린 적이 있습니다. 팬데믹 때 연방 정부가 소득에 상관없이 전원 무료로 풀어버린 겁니다.

그 조치는 2022년 6월에 끝났습니다. 당시 통과된 Keep Kids Fed Act가 몇 가지 유예는 연장했지만, 전원 무료만큼은 되살리지 않았죠.

흥미로운 건 그다음에 벌어진 논쟁입니다. 돈 문제가 아니라 창피함 문제가 먼저 터져 나왔거든요.

학교영양협회 조사에서 응답 학교의 67퍼센트가 저소득 학생에 대한 낙인이 늘었다고 답했습니다. 다 같이 공짜로 먹을 때는 누가 무료 대상인지 아무도 몰랐으니까요.

계산대 앞에서 카드를 찍는 몇 초, 그 몇 초가 아이들 사이에서는 꽤 긴 시간입니다. 누구는 그냥 지나가고 누구는 한 번 붙잡히는 장면이 매일 반복되니까요.

그래서 이 논쟁은 예산 논쟁으로만 안 끝납니다. 돈을 어떻게 걷느냐가 곧 누구를 눈에 띄게 만드느냐의 문제가 되어버린 거죠.

연방 차원의 보완도 있긴 했습니다. 지역 일괄적용 제도의 기준선을 2023년 10월부터 40퍼센트에서 25퍼센트로 낮춰, 저소득 학생 비율이 그 이상인 학교는 신청서 없이 전교생에게 무료 급식을 줄 수 있게 했습니다.

주 단위로 아예 선을 넘어버린 곳들도 생겼습니다. 캘리포니아, 콜로라도, 메인, 매사추세츠, 미시간, 미네소타, 뉴멕시코, 뉴욕, 버몬트가 영구 정책으로 전 학생 무상 급식을 도입했습니다.

반대쪽 논리도 한 줄로 요약되지는 않습니다. 세금으로 여유 있는 가정 아이 점심까지 대야 하느냐는 재정 논리가 가장 흔하죠.

아이오와 사례가 그 입장을 잘 보여줍니다. 주지사는 저소득 아동에게 여름 동안 식비를 지원하는 연방 서머 EBT 참여를 거부하면서, 코로나 시기의 현금성 지원은 지속 가능한 해법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대신 기존 여름 급식 사업을 확대하는 90만 달러 규모 보조금 프로그램을 내놨습니다. 방향이 틀렸다기보다 같은 목표를 두고 수단을 고르는 싸움에 가깝지 않을까요.

저는 양쪽 다 나름의 근거가 있다고 봅니다. 다만 신청서를 내야 먹을 수 있는 구조가 만드는 비용은 예산표에 안 잡힌다는 게 걸립니다.

서류를 못 낸 집, 서류를 낼 줄 몰랐던 집, 자존심 때문에 안 낸 집의 아이가 결국 급식 빚으로 남습니다. 6900달러라는 숫자는 그 서류들의 그림자인 셈이에요.

동전 하나까지 따지는 입장에서 보면, 전 학생 무상도 그냥 공짜는 아닙니다. 선별에 드는 행정비와 미수금 관리비를 대신 내주는 거래에 가깝죠.

그래서 오늘도 마트에서 쿠폰 뒤적이며 결국 오늘도 백원 아꼈어를 중얼거리긴 하지만, 아이 점심값만큼은 백원 단위로 따지지 않는 동네가 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