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위스콘신 매디슨, 실제와 얼마나 닮았을까 - Madison - 1

위스콘신 하면 치즈와 농장만 떠오른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처음엔 살짝 억울한 기분도 들었지만, 이 도시를 스크린 밖에서 바라보는 시선이 어디서 비롯됐는지 궁금해졌다.

영화와 드라마가 오랫동안 이 지역을 그려온 방식이 그 인식의 트레일을 만들어놓은 셈이다.

직접 하나씩 짚어보니 생각보다 많은 작품이 이 도시를 스쳐 갔더라. 어떤 작품은 캠퍼스를 그대로 담았고, 어떤 작품은 이곳을 배경 설정으로만 빌려 쓰기도 했다. 그 결이 조금씩 달라서 비교해보는 재미가 있었다.

이 도시 이미지에 가장 크게 영향을 준 작품은 아마 1986년 코미디 백 투 스쿨일 것이다.

로드니 댄저필드가 주연을 맡은 이 영화에서 UW-Madison 캠퍼스는 그랜드 레이크 유니버시티라는 이름으로 등장하지만, 메모리얼 유니언 테라스와 배스컴 힐은 그대로 화면에 담긴다. 억만장자도 캠퍼스에서는 그저 학생으로 섞여 지낸다는 설정이, 이곳 특유의 평등한 캠퍼스 문화를 은근히 짚어낸 것 같아 반갑더라.

어웨이 위 고는 방향이 좀 다르다. 아이 키울 도시를 찾아 여러 곳을 떠돌던 주인공 부부가 이곳을 이상적인 정착지로 꼽는 이유가 흥미롭다. 교육 환경과 공동체 문화, 진보적인 분위기 같은 것들인데, 실제 촬영은 다른 곳에서 이뤄졌어도 설명 자체는 현실과 꽤 맞아떨어진다.

타미 볼드윈 상원의원 같은 진보 정치인을 배출한 도시, 손꼽히는 대학이 자리한 도시라는 인식과도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이런 설정 하나하나가 쌓여서 지금의 이미지를 만든 게 아닐까 싶다.

프린스 앤 미에서 줄리아 스타일스가 연기한 UW-Madison 학생 캐릭터도 비슷한 결이다. 덴마크 왕자와 사랑에 빠지는 설정이지만, 꿈이 있고 독립적이며 중서부 특유의 실용적인 감각을 지닌 인물로 그려진다. 실제 촬영지는 다른 곳이었어도, 이 캐릭터가 하필 이곳 학생으로 설정됐다는 자체가 이미 어떤 이미지를 전제로 한다.

야망 있고 똑똑하지만 허세는 없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라는 이미지 말이다. 이 정도면 스크린이 꽤 정확한 지도를 그려준 셈이다.

영화와 드라마가 쌓아온 이미지는 크게 두 갈래로 모인다. 지적이고 진보적인 대학 도시라는 결, 그리고 중서부 특유의 소박한 일상이 공존한다는 결이다. 실제로 지내보면 두 결이 동시에 사실이라는 걸 느낀다.

UW-Madison 연구실에서 세계적인 발견이 나오는 순간과, 파머스 마켓에서 치즈와 채소를 파는 토요일 아침 풍경이 같은 트레일 위에 놓여 있다. 영화가 이 도시의 전부를 담아내진 못했지만, 가장 진짜에 가까운 부분은 붙잡아낸 것 같다.

언젠가 이 도시를 제대로 배경 삼은 작품이 나온다면, 어떤 장면을 골라낼지 벌써 궁금해진다. 그 작품이 나오기 전까지는 내가 직접 이 도시의 진짜 얼굴을 걸어서 확인해보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흥미로운 점이 하나 더 있다. 이 도시가 배경으로 등장하는 작품 대부분이 꽤 우호적인 시선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위협적이거나 불안한 공간으로 그려진 경우는 거의 없더라.

2009년 퍼블릭 에너미스에서 위스콘신 주 의사당이 FBI 본부 대역으로 쓰인 것도, 1977년 스트로스체크에서 이민자들이 새 삶을 꿈꾸며 도착하는 땅으로 이곳이 선택된 것도 우연은 아니었을 것이다. 카메라 앞에 서는 순간 도시는 스스로 메시지를 전달하기 마련이다.

이 도시가 스크린을 통해 보내온 메시지는 꽤 일관되게 긍정적이었다. 현실과 완전히 포개지진 않겠지만, 방향만큼은 제대로 짚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트레일은 가끔 굽이치지만, 결국 같은 능선으로 이어지는 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