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건타운에서 진짜 조심해야 할 건 진드기다 - Morgantown - 1

모건타운 살면 좋은 건 역시 집 밖으로 끝없이 펼쳐진 자연이에요. 조금만 나가도 산이고 숲이고, 주말에 Coopers Rock 가서 걷다 보면 공기도 좋고 정말 웨스트버지니아 사는 맛이 나거든요. 저도 처음에는 하이킹 갈 때 운동화 신고 물 한 병 챙기면 준비 끝인 줄 알았어요.

진드기요? 있겠지 했죠. 한국에서도 풀밭 가면 벌레 있으니까 그 정도로 생각했어요.

그런데 WVU 연구 자료를 보고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웨스트버지니아는 라임병 발생률이 주민 10만 명당 100건을 넘는 지역입니다.

미국에서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에요. 이 정도면 그냥 "산에 진드기가 좀 있대" 하고 넘어갈 이야기가 아니더라고요.

북중부 웨스트버지니아에서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조사했더니 1,684마리의 단단진드기가 수집됐는데, 그중 라임병과 관련 있는 Ixodes 계열이 58.5%로 가장 많았다고 합니다. Dermacentor가 31.6%, Haemaphysalis가 8.7%였고 다른 종류도 발견됐어요.

아이고, 나는 그동안 반바지 입고 잘도 돌아다녔구나 싶었어요.

특히 라임병은 Borrelia burgdorferi라는 세균이 진드기를 통해 사람에게 옮겨집니다. 물렸다고 무조건 감염되는 것은 아니지만 진드기가 붙어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빨리 발견해서 제대로 제거하는 게 중요해요.

요즘에는 알파-갈 증후군이라는 것도 신경 써야 합니다. 특정 진드기에 물린 뒤 소고기나 돼지고기 같은 포유류 고기와 관련된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날 수 있는 질환이에요. 처음 들으면 무슨 그런 병이 다 있나 싶죠. 진드기 한번 잘못 물렸다가 고기 먹는 것까지 문제가 될 수 있다니 저도 놀랐어요. Anaplasmosis나 Babesiosis 같은 다른 진드기 매개 질환도 있습니다.

더 걱정되는 것은 겨울이 예전보다 온화해지면서 진드기가 활동하는 기간과 서식 범위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에요. 그러니 "겨울 지났으니까 괜찮겠지" 하고 마음 놓을 일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무서워서 산에 가지 말자는 이야기는 아니에요. 모건타운까지 와서 좋은 숲을 놔두고 집에만 있을 수도 없잖아요.

저는 이제 숲에 갈 때 긴 바지를 챙기는 게 마음 편하더라고요. 가능하면 밝은색 옷을 입으면 붙어 있는 진드기를 발견하기도 쉽고, 노출되는 피부에는 DEET 같은 진드기 퇴치에 효과가 있는 방충제를 사용합니다. 풀숲을 일부러 헤집고 다니는 것도 피하는 게 좋고요.

더 중요한 것은 집에 돌아온 다음이에요. 샤워하면서 몸을 한번 쭉 살펴보세요. 머리카락 주변, 귀 뒤, 겨드랑이, 허리 주변, 사타구니, 무릎 뒤처럼 눈에 잘 안 띄는 곳도 확인해야 합니다. 아이들이 같이 갔다면 엄마 아빠가 한번 봐주는 게 좋고, 입었던 옷과 반려동물도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면 좋습니다.

진드기가 붙어 있다면 손으로 대충 잡아 뜯기보다는 핀셋으로 피부 가까운 부분을 잡고 곧게 빼내는 것이 좋습니다. 이후 발열이나 발진 등 이상 증상이 생기면 진료를 받아야 하고요.

모건타운의 숲은 정말 좋습니다. Coopers Rock도 가고 강변도 걷고 아이들과 캠핑도 해야죠. 다만 이 동네에서는 선크림 챙기듯 진드기도 챙긴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저도 이제 산에 갈 때 물병부터 찾는 게 아니라 긴 바지와 방충제부터 찾습니다. 나이 드니까 벌레 한 마리도 그냥 벌레로 안 보이네요. 자연은 실컷 즐기되, 집에 돌아와서는 온몸 한번 검사하는 것. 모건타운에서는 그 정도 귀찮음은 감수하고 사는 게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