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건타운 로컬 특산품 같은 음식, 페퍼로니 롤 맛집 - Morgantown - 1

모건타운에 처음 왔을 때 참 희한했던 게 페퍼로니 롤이에요.

빵집에서 파는 건 그렇다 치는데 편의점에도 있고 주유소에도 있습니다.

처음 봤을 때는 "아니, 빵 안에 페퍼로니 몇 개 넣은 게 뭐 그렇게 대단하다고?" 했어요.

그런데 웨스트버지니아에서 좀 살아보면 이걸 무시하면 안 된다는 걸 알게 됩니다. 거의 소울 푸드예요.

페퍼로니 롤의 역사는 웨스트버지니아 탄광과 연결돼 있습니다.

이탈리아 이민자 Giuseppe Argiro가 탄광 노동자들이 간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빵 속에 페퍼로니를 넣어 만든 것이 시작으로 알려져 있어요.

광산에 내려가서도 먹기 편하고, 고기 기름이 빵에 스며드니 맛도 있고 배도 든든했겠죠.

한국으로 치면 옛날 공장이나 공사판에서 먹던 간단한 도시락이 세월 지나 지역 명물이 된 것과 비슷하다고 할까요.

모건타운에서도 페퍼로니 롤을 파는 곳이 많습니다

. Beechurst Avenue 쪽 Chico's Bakery는 Julia's Pepperoni Rolls로 잘 알려져 있고 치즈가 들어간 제품도 있습니다.

South Park의 Phoenix Bakery에서도 갓 구운 빵을 맛볼 수 있고, Almost Heaven Kettle Corn의 Pepperoni Roll Bar에서는 플레인부터 프로볼로네, 페퍼잭 치즈가 들어간 것까지 고를 수 있어요.

처음에는 별것 아닌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따뜻할 때 하나 먹어보면 또 이야기가 달라요.

짭짤한 페퍼로니 기름이 빵 안쪽에 스며들어 있어서 은근히 계속 손이 갑니다. 커피하고 먹어도 되고 간단한 점심으로도 괜찮아요.

자꾸 먹다 보면 어느 순간 주유소에서 페퍼로니 롤 집어 들고 있는 나를 발견합니다.

모건타운 로컬 특산품 같은 음식, 페퍼로니 롤 맛집 - Morgantown - 2

토요일 아침에는 Morgantown Farmers Market도 한번 가볼 만해요.

따뜻한 계절에는 다운타운 Market Place Pavilion에서 열리는데 지역에서 생산한 채소와 달걀, 치즈, 잼, 메이플 시럽 같은 것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저는 이런 데 가면 꿀을 유심히 보게 되더라고요. 웨스트버지니아는 아팔래치아 산림과 야생화가 많아서 지역에서 생산되는 꿀도 하나의 재미입니다. 마트에서 똑같이 생긴 꿀병 하나 집어오는 것과 달리 누가 어디에서 만들었는지 이야기 들으면서 사는 맛이 있어요.

농부 아저씨한테 "이거 어디서 키운 거예요?" 물어보면 설명도 한참 해줍니다.

한국 장터에서 할머니한테 고추 어디서 농사지었냐고 물어보는 것과 비슷해요. 사람 사는 동네라는 느낌이 납니다.

모건타운은 대학 도시라 크래프트 맥주 문화도 빠지지 않습니다.

WVU 경기 있는 날이면 다운타운 분위기가 확 달라지고 브루어리나 탭하우스에서 맥주 마시면서 경기를 보는 사람들도 많아요.

지역색을 담은 에일이나 스타우트를 찾아 마시는 재미도 있고요.

결국 모건타운 음식문화는 화려한 미식하고는 조금 다릅니다.

탄광에서 일하던 이민자들이 먹던 페퍼로니 롤이 있고, 아팔래치아 산에서 나온 꿀과 농산물이 있고, 거기에 WVU 대학 문화가 섞여 있습니다. 하나하나는 소박한데 알고 먹으면 이 동네 역사가 보입니다.

처음 이사 왔다면 유명 관광지만 찾아다니지 말고 토요일 아침 파머스마켓부터 한번 가보세요. 페퍼로니 롤 하나 사서 먹고 꿀 한 병 들고 집에 돌아오다 보면 조금씩 알게 됩니다.

아, 모건타운 사람들은 이렇게 사는구나. 그걸 느끼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이 낯선 산골 대학도시가 조금씩 내 동네처럼 보이기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