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건타운 병원 인프라 체크해보니 의외로 좋네요  - Morgantown - 1

웨스트버지니아라고 하면 산 많고 조용한 시골부터 생각하는 한국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여기서 크게 아프면 도대체 어디로 가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국 사람은 아무래도 서울의 큰 대학병원에 익숙하잖아요. 그런데 모건타운에 살아보면 적어도 병원 걱정은 생각보다 덜합니다. 오히려 의료 인프라는 이 도시의 상당한 장점이에요.

중심에는 WVU Medicine의 J.W. Ruby Memorial Hospital이 있습니다. 약 880병상 규모의 대형 대학병원으로 WVU 의과대학 교육과 연구의 중심이기도 합니다. 심장, 암, 신경계, 정형외과처럼 큰 병원에서 받아야 하는 전문 치료를 담당하고 웨스트버지니아 다른 지역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환자들이 모건타운으로 오는 이유도 이 병원 때문입니다.

2022년에는 150병상이 넘는 WVU Medicine Children's도 문을 열어서 아이 키우는 집에는 더 든든해졌습니다. 한국 부모들은 애가 밤에 갑자기 아프면 다른 건 눈에 안 들어오잖아요. 가까운 곳에 소아 전문 대형병원이 있다는 것 자체가 상당한 장점입니다.

또 하나가 Mon Health Medical Center입니다. 약 190병상 규모의 종합병원으로 WVU Medicine과는 별도의 의료 시스템이에요. 응급진료부터 내과, 외과, 산부인과 등 일반적인 병원 서비스를 폭넓게 제공합니다. 큰 병원이 하나밖에 없는 도시와 달리 선택지가 있다는 것도 모건타운의 장점입니다.

여기에 Select Specialty Hospital Morgantown도 있습니다. 일반 병원에서 급한 치료가 끝났다고 바로 집에 갈 수 없는 환자들이 있잖아요. 중환자실 치료 이후에도 호흡기 관리나 상처 치료 등 장기간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담당하는 장기 급성기 병원입니다.

그러니까 모건타운은 도시 크기만 보고 의료 수준을 판단하면 안 됩니다. WVU 의대와 치대, 약대, 공중보건 분야가 함께 있고 대형 대학병원과 지역 종합병원, 장기치료 병원까지 역할이 나뉘어 있습니다. 웨스트버지니아 의료의 중심지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은 구조예요.

그런데 여기서 한국 사람들이 꼭 알아야 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 병원이 좋다고 의료비까지 착한 것은 절대 아닙니다.

미국에서는 감기 때문에 동네 의사를 만나는 것과 응급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이 돈에서 완전히 다른 이야기예요. 보험이 없다면 일반 진료도 100~300달러 이상 나올 수 있고, Urgent Care도 검사나 처치가 추가되면 몇백 달러가 될 수 있습니다.

응급실은 기본적인 검사 몇 가지 받고 나오는 경우에도 청구액이 수천 달러로 올라갈 수 있고 CT, MRI, 입원이나 수술까지 들어가면 몇만 달러 단위가 되는 것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보험이 있어도 끝이 아니에요. deductible이 2,000달러라면 일정 금액까지 내가 먼저 부담해야 하고, 그 뒤에도 copay나 coinsurance가 붙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에서 오신 분들이 미국 병원비 명세서 처음 받아보고 "아니, 의사 얼굴 잠깐 봤는데 이게 뭐야?" 하고 놀라는 겁니다.

모건타운은 생활비와 집값이 미국 대도시보다 낮은 편이지만 의료비는 미국 의료 시스템 안에서 움직입니다. 그래서 이사 오면 가까운 병원만 알아둘 것이 아니라 내 보험에서 Ruby Memorial과 Mon Health가 in-network인지부터 확인하는 게 중요합니다. 주치의와 가까운 Urgent Care도 미리 정해두면 좋고요.

결국 모건타운의 좋은 점은 의료비가 싸다는 것이 아니라, 필요할 때 수준 높은 의료를 가까운 곳에서 받을 수 있다는 겁니다.

집값 싸고 산 좋다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 살다 보면 결국 병원 갈 일이 생깁니다. 그때 몇 시간씩 운전해서 다른 대도시로 갈 필요 없이 가까운 곳에 큰 대학병원이 있다는 것, 나이 들수록 이런 게 은근히 큰 재산이라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