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푹 고아서 만들어보는 집에서 만드는 설렁탕 - San Diego - 1

미국에 살다 보면 가끔 한국에서 먹던 진한 설렁탕 한 그릇이 생각날 때가 있습니다.

한인타운이 가까우면 식당에 가면 되지만, 그렇지 않은 지역에서는 설렁탕 한 그릇 먹겠다고 한참 운전해야 하는 경우도 있죠.

그래서 저는 아예 시간 날 때 집에서 한 솥 끓여 놓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재료는 아시안 마켓에서 구하기 쉬운 우족과 양지머리, 대파 정도만 있으면 됩니다.

우족은 H Mart 같은 한인마트나 아시안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고, 양지는 미국 마트에서도 Beef Brisket을 사면 됩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핏물 빼기입니다. 우족을 큰 냄비에 넣고 찬물에 완전히 잠기게 한 다음 대략 12시간 정도 둡니다.

중간에 두세 번 물을 갈아주면 더 좋습니다. 이 과정을 대충하면 국물에서 누린내가 날 수 있기 때문에 시간이 걸려도 제대로 하는 게 좋습니다.

핏물을 뺀 우족은 찬물을 새로 받아 센 불에서 20~30분 정도 한번 끓입니다.

처음 끓이면 거품과 불순물이 상당히 많이 올라옵니다. 이 물은 아깝다고 생각하지 말고 전부 버립니다.

우족도 흐르는 물에 한번 깨끗하게 씻고 냄비 역시 씻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하루 종일 푹 고아서 만들어보는 집에서 만드는 설렁탕 - San Diego - 2

이제 진짜 설렁탕 국물을 만들 차례입니다.

우족 양의 약 10배 정도 되는 찬물을 붓고 센 불로 끓입니다.

팔팔 끓기 시작하면 불을 중약불로 낮추고 8~10시간 정도 푹 고아줍니다.

중간에 물이 너무 줄어들면 뜨거운 물을 조금씩 보충해주면 됩니다.

여기서 미국 생활의 현실적인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10시간 동안 가스레인지나 스토브를 켜놓아야 하니 이날은 그냥 집에 있는 날로 잡는 것이 좋습니다.

주말에 청소도 하고 TV도 보고 밀린 일도 하면서 설렁탕 끓이는 날로 정해버리는 겁니다.

충분히 우러난 국물은 식힌 다음 냉장고에 넣어둡니다. 다음 날 위에 굳은 기름이 생기면 걷어내면 훨씬 깔끔한 국물이 됩니다.

우족은 한 번만 우리고 버리기 아깝기 때문에 물을 다시 넣어 두 번째 국물을 내도 됩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국물을 섞으면 양도 넉넉해집니다.

양지머리는 찬물에 30분 정도 담가 핏물을 빼고 두 번째 국물을 끓일 때 넣어 한 시간 정도 삶습니다.

잘 익은 양지는 건져서 식힌 뒤 결대로 찢거나 얇게 썰어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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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먹는 것은 간단합니다. 뽀얀 국물을 뚝배기나 냄비에 팔팔 끓여 밥과 양지고기를 넣고 송송 썬 대파를 넉넉하게 올립니다.

소금과 후추는 먹는 사람이 직접 간을 맞추는 게 설렁탕답습니다.

여기에 깍두기 하나만 있어도 다른 반찬이 별로 필요 없습니다.

솔직히 설렁탕은 만드는 기술보다 시간이 필요한 음식입니다.

하지만 한 번 제대로 끓여서 1~2인분씩 용기에 나눠 냉동해 놓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밥하기 귀찮은 날 냉동실에서 한 통 꺼내 끓이고 밥 한 공기 말아 먹으면 됩니다.

미국에서 살면서 가끔 뜨끈하고 진한 한국 국물이 그리울 때가 있는데, 직접 끓여 놓은 설렁탕 한 그릇이면 식당 부럽지 않습니다.

하루 정도 집에 있을 계획이라면 큰 냄비 하나 올려놓고 한번 만들어 보세요. 오래 걸리기는 해도 한 솥 만들어 냉동실을 채워놓으면 꽤 든든하거든요.

맛있는 설렁탕 이렇게 2일이상 먹을 수 있어요.

손님 초대해서 내놓으면 아주 좋아들 하시더라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