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주 일요일이면 서머타임이 끝납니다. 11월 1일 새벽 2시에 시계가 1시로 한 시간 뒤로 돌아가죠.
지금은 해가 6시 넘어서 지는데, 다음 주부터는 퇴근길에 벌써 하늘이 어둑해질 겁니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저녁 시간이 이상하게 짧고 무겁게 느껴집니다. 저만 그런 줄 알았는데, 주변에 물어보면 비슷하다는 사람이 꽤 많습니다. 저녁 먹고 나면 아무것도 하기 싫고, 괜히 지난 일들이 떠오르곤 하지요.
사막 동네라 낮에는 하늘이 그렇게 맑은데도, 해가 산 너머로 떨어지고 나면 마음까지 같이 내려앉는 느낌이 있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그 이유를 좀 찾아보고, 저녁을 어떻게 보낼지 미리 정해두기로 했습니다.
먼저 숫자부터 보면, 이 지역 11월 평균 일몰은 오후 5시 8분 무렵입니다. 10월 중순만 해도 6시 반쯤이었으니 체감 차이가 클 수밖에 없습니다.
시계가 한 시간 뒤로 가는 것과 낮이 점점 짧아지는 것이 한꺼번에 겹치니, 몸이 따라가기 버거운 것도 당연합니다. 일몰은 12월 초까지 조금씩 더 당겨집니다.
이유를 찾아보니 핵심은 빛이었습니다. 우리 몸의 생체시계는 빛을 보고 하루의 시작과 끝을 판단합니다.
아침 빛은 생체시계를 앞당기고, 저녁 빛은 뒤로 미룬다는 연구가 여럿 있습니다.
잠을 부르는 호르몬인 멜라토닌도 빛에 민감합니다. 어두워지면 늘어나고, 밝은 빛을 보면 줄어듭니다.
흥미로운 건 평범한 실내 조명 정도의 밝기만으로도 멜라토닌이 꽤 억제될 수 있다는 실험 결과입니다. 그리고 사람마다 민감도 차이가 아주 컸습니다.
그러니 해가 일찍 지면 몸은 벌써 밤이라고 느끼는데, 집 안의 밝은 불빛과 화면은 아직 낮이라고 말하는 셈입니다. 이 엇박자가 저녁의 묘한 피로감을 만드는 것 같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는 구분해 두고 싶습니다. 가을과 겨울마다 무기력이 반복되는 계절성 정동장애라는 상태가 따로 있습니다.
미국 국립정신건강연구소(NIMH) 자료에 따르면 늦가을부터 증상이 서서히 나타나고, 잠이 늘고 단 음식이나 탄수화물이 당기며 기운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NIMH는 치료 방법 중 하나로 아침에 1만 럭스 밝기의 광치료 박스를 30~45분 정도 쬐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다만 복용 중인 약에 따라 맞지 않는 사람도 있습니다.
가벼운 저녁 우울감과 치료가 필요한 상태는 다릅니다. 몇 주 넘게 일상이 힘들 정도라면 혼자 견디지 말고 의사와 상의하시길 권합니다.
저는 다행히 그 정도는 아니어서, 생활 쪽에서 할 수 있는 것부터 바꿔보기로 했습니다.
첫째는 아침 햇빛입니다. 해가 늦게 뜨는 계절일수록 출근 전 10분이라도 밖에 나가 하늘을 봅니다. 이곳 아침 햇살은 겨울에도 넉넉한 편이라 아깝지 않습니다.
둘째는 해 지기 전 산책입니다. 점심을 먹고 잠깐이라도 걷거나, 퇴근 직후 해가 남아 있을 때 동네를 한 바퀴 돕니다. 노을이 산등성이를 붉게 물들이는 걸 보면서 걷다 보면 하루를 정리하는 기분이 듭니다.
저녁에 밝은 빛을 보기 전에 낮에 충분히 밝은 빛을 받아두면, 밤 조명의 영향이 줄었다는 작은 연구도 있었습니다. 표본이 작아 단정할 순 없지만 손해 볼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셋째는 집 안 조명을 단계적으로 낮추는 것입니다. 저녁 식사 후에는 천장 등을 끄고 따뜻한 색 스탠드 하나만 켜둡니다. 집이 갑자기 어두워 보여도 며칠 지나면 오히려 편안해집니다.
넷째는 잠들기 한 시간 전부터 휴대폰을 멀리 두는 것입니다. 솔직히 이게 제일 어렵습니다. 저는 충전기를 침실 밖 거실로 옮겨두는 것으로 타협했습니다.
다섯째는 저녁에 할 일을 하나 정해두는 겁니다. 일찍 어두워지면 시간이 붕 떠서 소파에 누워 화면만 보게 되더군요.
저는 올해 따뜻한 보리차를 우리고 미뤄둔 책을 몇 장 읽는 시간으로 정했습니다. 가끔은 짧게 일기를 쓰기도 합니다. 거창하지 않아도 저녁에 이름을 붙여주는 것만으로 마음이 조금 정돈됩니다.
그리고 너무 이른 시간에 잠자리에 들지 않으려 합니다. 어둡다고 일찍 누우면 새벽에 깨서 오히려 더 뒤척이게 되기 쉽습니다.
서머타임을 아예 없애자는 논의도 해마다 나오지만, 아직 결론이 난 건 아닙니다. 그러니 당분간은 바뀌는 시계에 맞춰 사는 법을 익혀두는 게 현실적입니다. 제도가 어떻게 바뀌든 짧아진 낮은 그대로일 테니까요.
돌아보면 해가 짧아지는 건 막을 수 없는 일입니다. 다만 그 빈 시간을 무엇으로 채울지는 제가 정할 수 있습니다.
사막의 겨울 저녁은 생각보다 고요하고 별도 잘 보입니다. 어둠을 버티는 시간이 아니라 쉬어가는 시간으로 받아들이면 조금은 덜 가라앉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번 주말 시계를 돌려놓으면서, 각자 저녁 루틴 하나씩 정해두시면 좋겠습니다. 저는 아침 햇빛 10분부터 지켜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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